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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27 19:18:58
Name   삼공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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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저는 머리가 좋지만 머리가 좋아서 이득 본 적이 없습니다.


...라는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아래 글 보고 트위터 들어갔다가 저랑 대학교 같은 학번 동기가 이룬 업적을 보고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나는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노력이냐 재능이냐로 키보드배틀이 붙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는데요. 가끔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재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이란 것은 정확히 말하면 입장권입니다.

가수가 되거나 축구선수가 될 때 필요한 입장권에 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입장권은 너무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지요. 이 티켓도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다른 좋은 인생을 살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니 굳이 여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인생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라면, 공부하는 인생은 동네 공원 정도로 흔하고 재미없습니다. 물론 정말로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 못해서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질투나 후회의 감정을 부러움으로 감추고 있을 뿐이죠.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자격을 인정 받고 입장권을 발부 받은 뒤에는 정말로 모든 것은 노력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인생은 생각보다 정말 길거든요. 재능이 센티미터라면 인생은 라이트이어입니다. 열배, 천배, 만배 차이가 날 지라도 꾸준히 쌓아온 노력은 그 어떤 재능도 이길 수 없어요.

행복한 가정들의 모습은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들의 모습들은 제각각이라는데 한 사람의 인생은 반대인 것 같습니다. 노력하고 성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에요. 절박함으로 책에 손을 놓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로 그러는 사람도 있지요. 나 한 몸 잘먹고 잘살자고 열심히 살기도 하고 숭고한 마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등과학원에서 서른 살도 되지 않아 연구 교수가 된 누군지 모를 대학교 동기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참으로 궁금하지만, 일단 입장권을 받은 뒤로는 누구보다도 노력하면서 살았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신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실패하는 인생의 모습은 하나 같이 똑같아요. 게으르고 오만하고 눈앞에 있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다가 기나긴 시간을 낭비하고 인생을 끝내고 맙니다. 현실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통 재미가 없어요. 문학은 이런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무너져 내릴 때 꽁꽁 싸매서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시덥지 않은 이야기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만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들이죠.

게임이나 술, 마약 같은 효과적이고 좋은 것들이 많이 있지만 자아도피의 수단 중에서도 문학이 가장 고급진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일반 상대성 이론에 기여할 공간으로 가는 입장권은 안타깝게도 다시 발부 받을 기회가 없을 것 같고, 다른 종류의 입장권을 받으려고 대기중인데 1년 더 기다렸다가 받아야 될 지도 모르겠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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