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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01 00:40:10
Name   눈시
Subject   너를 기다리며

참 바보같은 놈의 노래죠.




너에 대한 마음을 언제 처음 품었는지는 이제 기억할 수도 없다. 이렇게 긴 시간이 될 줄 그 땐 알았을까.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이젠 어렴풋한 느낌으로만 남아 있다. 아마 지금 내 마음과 그리 다르진 않았을 거다.

전에는 그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다. 괜히 싫은 척, 관심 없는 척, 그랬지. 그래도 아닌 척 손을 뻗어 너에게 닿았을 때 참 좋았던 기억은 난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그보다 더 전에는 참 적극적이었다고. 얼굴에서 해맑은 미소가 가실 줄을 몰랐다고. 정말 좋아하는 티가 역력하더라고. 어차피 이건 제대로 기억도 안 난다. 어차피 니 이름만 나와도 내 표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이제 나도 다 아니까.

시간이 흘러 내가 너를 직접 부를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너를 보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넌 당연하다는 듯 내게 와 주었다. 그럴 때마다 참 좋았다. 나만이 너를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걸 깨닫기까진 얼마 걸리지도 않았지만. 너는 인기가 너무도 많았고, 다른 사람들도 언제나 너를 찾았으니까.

그런 너를 독차지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 솔직히 말해 돈이 없었다. 내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돈 별로 안 쓰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자고 했을 때 차게 식어 있던 너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도, 다시 부르니 당연하다는 듯 와 줬을 땐 정말 행복했다.

너는 내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너무 많다.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마. 내 친구들이 다 나에게 말해주는 걸. 친구들은 언제나 내게 말한다. 언제 너를 불렀는데 너는 바로 와 준다고. 정말 좋았다고. 그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매번 나에게 말한다. 나는 그럴때마다 그저 같이 웃을 뿐이다. 가슴 속에 울리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친구들은 또 그렇게 말하더라. 니가 비겁하다고. 이젠 아예 니 이름을 비겁하다는 뜻으로 쓰더라. 그럴 때마다 괜히 화가 나지만 나도 그 말을 써버릴 때가 있다. 본심은 아니다. 니 이름이 그렇게 쓰일때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거기다 이런 말도 한다. 너에게 빠져들수록 위험하다고. 언제까지 너에게만 빠져 있을 거냐고. 나에겐 밥 같은 게 필요하다고. 너는 나에게 절대로 밥이 될 수 없는 존재라고. 때로는 놀리듯이, 어떤 놈은 지도 할 말 없으면서 진지하게.

그렇다고 내 친구들이 나를 신경 안 써 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나올때면 언제나 너를 부른다. 너는 그걸 몰랐겠지. 친구들도 뭐 그냥 대놓고 나를 위해 불렀다고 말하고 나는 그냥 웃고만 있는다. 그럴때마다 내 입은 다물어지질 않는다. 친구들은 그렇게 좋냐고 또 놀리고... 좋은 걸 어떡하라고. 그리고 내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갈 때면 짓는 친구들의 표정이란... 아니 좀 안 듣게 조용히 얘기하든가.

나도 내가 바보같은 걸 안다. 아침이면 또 후회할 것도 안다. 그렇게 잊자고 다짐했으면서도 나는 또 너를 부르고 있었다. 너의 집에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후회했다. 내 안에 니가 가득차는 걸 느낄 때마다, 허무함도 같이 몰려온다. 그렇게 쳇바퀴 돌듯이 보고 후회하고 보고 후회하고... 언제까지 이래야 될까?

하루만이라도 생각하지 않기, 조금씩만 더 멀어지기, 내 안에서 너를 지우기, 니가 있는 곳에는 눈도 돌리지 않기... 몇 번이고 다짐을 해 봤지만 그럴수록 그리움만 더 깊어갔다. 잊기는커녕 못 본 걸 보상받으려는 듯 더 강렬히 너를 찾게 되었다. 몇 번이고 해 봤지만, 언제나 같았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

어차피 넌 내가 찾지 않으면 나를 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모를 것이고, 알아도 니가 나를 걱정해 줄 일은 없겠지. 그저 나만 포기하면 끝나는 일인데, 그게 너무도 힘들다.

오늘도 보고 싶어 너를 불렀다. 조금 늦었지만, 너는 또 웃으면서 나에게 오겠지. 한 시간도 안 걸릴 거라 했지? 나는 이미 나와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머리속은 자괴감으로 가득하지만, 가슴이 뛰는 건 막을 수 없다.

누가 너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나를 바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니가 필요할 뿐이다. 너를 독차지할 수 없어도 상관 없다. 그저 나에게 와 주면 되는 거니까. 너를 보내고 날이 밝으면 다시 후회하게 될 거랄 것도 안다. 하지만 오늘만이라도. 아니 그래도 조금만 더...

이렇게
나는 또
바보같이
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




왔다 \(^ㅇ^ )/
         ┌     ㄴ  =3=3=3=3=3=3



 아 살 빼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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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기념 옛 글 재탕이요 ( '-')a

심심해서 해 보는 해설

돈 별로 안 쓰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자고 했을 때 차게 식어 있던 너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한 번에 다 먹기 아까워서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다 식어버렸... 그래도 맛있었지만
가슴 속에 울리는 소리를 무시하면서 - 꼬르륵
친구들은 또 그렇게 말하더라. 니가 비겁하다고. 이젠 아예 니 이름을 비겁하다는 뜻으로 쓰더라 - 치킨~ 치킨~
나에겐 밥 같은 게 필요하다고 - 치킨 말고 밥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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