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6/29 13:34:17
Name   세인트
Subject   아 제발 좀 제발 아 좀 제발
날도 꾸리꾸리한데 (여기는 부산입니다)

너무 속상한 일을 겪어서 좀 여기다 푸념 좀 하겠습니다. 많이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맨날 헤헤거리고 웃고 화 안내고 하니까 정말 사람이 호구 가마니로 보였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습니다.

저희 집은 아들 하나 딸 둘인 집인데, 누님 두 분중 한 분은 결혼을 하셨지만 아이 계획이 원래부터 없으셨고,

둘째 누님은 가치관 문제로 결혼할 생각이 없으십니다.




제 아내에게는 위로 언니가 계신데, 역시 결혼 안 하셨고 요즘은 가게 운영에 한참 물이 오르셔서 결혼하실 생각도 없으십니다.

그러다보니 양가 부모님께서 손주 보는 걸 엄청 기대를 하십니다.

그래도 부모님이나 장인어른 장모님 전부 점잖고 고마운 분들이셔서 그렇게 압박은 주지 않으시지만,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거기다 아내 건강 문제도 있고 나이도 둘다 30중반이라 더더욱 아이 문제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습니다.

2년 넘게 아이가 없다보니 병원도 다녀봤고 난임치료도 받아보고 했는데

검사결과는 둘다 정상이지만 부부가(사실은 특히 제가) 업무상 장기출장이 잦고 일이 몹시 바쁘고 등등으로

애초에 기회도 별로 없고 해서 속절없이 시간만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 없이 그냥 둘이서 잘 살자 생각을 안 해 본것도 아니지만, 아내가 아이를 갖고싶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양가 부모님들도 얼마나 원하시는지 알고 있어서 노력중입니다만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난임치료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게 돈도 돈이지만,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아내에게 부담이 정말 상당하더군요.

아내 본인이 병원에서 근무해서 자신에게 주사놓는 것도 척척 해내긴 하지만, 그게 또 어디 마냥 쉽고 편한 것도 아니고,

억지로 컨디션 시기 날짜 다 맞춰가면서 하려다보니 부담도 크구요.






문제는 오늘 점심때 있었습니다.

아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던지라 약 3~4주 정도 일을 쉬게 되었고

저도 5월 초부터 하루도 못 쉬었던 장기 출장에서 벗어난 기간과 이번주가 딱 일치했고

아내는 이번 토요일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 예정이고, 저는 내일부터 다시 울산으로 장기출장을 가야하는 상황이라

오늘 점심때 시간 나서 점심 같이 먹으려고 아내가 회사 근처까지 왔습니다.

오전 중에 마무리해야되는 보고서가 빠듯하게 끝나는 바람에 다른 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건물 1층으로 내려왔는데

로비에 아내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제 아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모 차장님이 [평소 때처럼 지 하던 꼬라지대로] 제 아내를 보더니 저희한테 와서 말을 거시더군요.

'안녕하세요 제수씨~'

'오랜만에 보네요. 아이 소식 없어요?'

...어딜 봐서 너같은 새끼가 제수씨라고 하냐, 그리고 회사 다니는데 남의 아이 소식은 왜 궁금하고, 말 안하면 그런거 안 물어보는거 아니냐?

아내는 약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러게 아직.. 소식이 없네요 ^^;;;'

이쯤 했으면 좀 밥 처 먹으러 가지 싶은데 역시나

'지난번에 강대리가 병원도 다닌다던데, 잘 안되나봐요?'

그만해 좀...

'하하 저희는 한번 하면 바로바로 생기던데 원샷 원킬도 아니고 세번 해서 아이가 셋이에요 하하하'

그만하라고 진짜

'근데 원래 억지로 그런 치료 받는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는 건데 그런거 하다가 오히려 벌 받아요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생겨야지~ 괜히 이상한 거 하고 그럼 돈만 날려요~ 하하하하'

진짜 과일 서베이 갔다 온지라 가방에 칼도 있는데 진짜 목구녕에 다짜고짜 찌르고싶어져서 미치는지 알았습니다.

아내가 제가 화내고 싸우고 이런거 엄청 싫어하니까 억지로 참는데 진짜 손바닥에 피가 나오도록 주먹만 쥐고 있었습니다.

'다~ 자연스럽게 때되면 생기는 거에요~ 없으면 없는갑다 해야지 괜히 무리하다 탈나요 하하하 저 갑니다 하하하하~'

진짜 마지막까지...

더 짜증나는건, 차라리 나한테 뭐 억하심정이 있어서 저러는 거면 용서는 안되도 납득이라도 하겠는데

그냥 저 자식은 원래 저래요 뇌에 필터라는게 없습니다.

다른 업무 때 현장 같이 나갔는데 초면에 클라이언트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식하게 생기셨네요' 라고 해서 식겁한 적도 있어요.

저런 놈이 학연 인맥으로 딱 저러고 앉아서 짬밥만 처먹고 직급만 올라가고 있는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때려죽이고싶었습니다.







...결국 오늘 점심은 최악이 되었고, 둘 다 뭐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내일 새벽에 출장갑니다.







너무 기분나쁜 이야기 적어서 죄송한데, 진짜 너무 속상해서 어디 풀 데도 없고 답답해서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제발 한 번만 내뱉기 전에 생각이란 걸 한 번만 좀 하라고 제발 좀...



15
  • 춫천
  • 위추
  • 나쁜 차장!!! 겨드랑이에 무좀 걸려라!!!
  • 토닥토닥
  • 나쁜노무시키
  • 위추...ㅠㅠ
  • 위추드립니다ㅜㅜ
  • 멘탈 응원의 추천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41 6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3 + 오레오 24/04/26 161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4 kaestro 24/04/26 317 1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6 + 니코니꺼니 24/04/26 593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348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 치킨마요 24/04/25 1658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33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594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24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12 9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76 14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402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49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4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34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1234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64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87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30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93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67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52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22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66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88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