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7/13 07:16:19
Name   알료사
File #1   2017_07_13_06_42_43.jpg (393.5 KB), Download : 4
File #2   2017_07_13_06_43_06.jpg (574.1 KB), Download : 3
Subject   이문열 삼국지와 기타 잡상




타임라인에서 삼국지 떡밥이 나와 관련 이야기를 끄적거리다가 타임라인 글자수가 넘어가서.. 흑

짤은 이문열 <사람의 아들>의 한장면입니다. 액자소설속 주인공 아하스페르츠가 민중들이 어째서 부패한 종교에 의혹이나 항의 대신 자신을 내맡기는지 의문을 품는데 그에 대해 제관이 설명을 해줘요.

삼국지 얘기랑은 아무고토 상관이 없는데 그냥 이말 저말 하다 보니까 옆동네의 1984이중사고 떡밥과 관련해서 생각나서 같이 올려 봤습니다.

밑으로는 원래 타임라인에 적으려던 내용입니다.


.
.

개인적으로 고우영삼국지나 삼국전투기,창천항로등이 일반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는 것에 비해 이문열 삼국지는 과다한 비난을 받고 저평가당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비난에 가장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이유는 <정사인 척했다> 는 겁니다.

만약에 이문열 삼국지가 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아라나 문피아 같은 곳에 한 무명 작가가 "제가 재창조한 삼국지 입니다"라고 선언한 후 정사드립 없이 연재했다면 그냥 언터쳐블 레전드가 되었을 겁니다.

삼국지 뭐 읽을까요 하는 질문이 나오면 추천보다도 <일단 이문열은 읽지마> 라는 답변부터 줄줄이 이어지는데,

구라인거 알고 읽으면 이문열 삼국지 따라갈만한거 별로 없습니다..

그냥 읽어도 돼요.. 이문열 삼국지 읽는다고 제갈량 관우 제거설 믿게 되지 않습니다.. 이문열 삼국지 읽어도 이문열 삼국지 잘 비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 촉빤데 이문열 위빠 조조빠라면서요? 라는 분들..  이문열 삼국지만큼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등등 잘 미화시켜놓은 소설 없습니다.. 물론 구라쳐서 미화시켜 놓긴 했지만.. 저는 심지어 요화라는 듣보잡까지도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요.. 유비가 서서를 떠나 보내는 장면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관우의 오관돌파와 제갈량의 북벌에서 보여지는 충성과 의리.. 절대 정사 중심의 삼국지에서는 그 아름다움 이문열삼국지만큼 못느낍니다. 김준영과 변형태의 결승5경기가 불멸의 명승부로 남을수 있었던건 온게임넷 해설자들의 오판이었죠. 저그는 위기인거 같아도 자원줄 잘 지키면서 차근차근 디파일러 울트라 체제 준비해나가고 있었고 변형태는 실속없이 센터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해설자들은 센터를 잡고 있다, 라고..) 베슬관리 못하고 드랍십 격추당하고 있었는데.. 저그가 불리한 게임을 극적으로 역전승한 것처럼 포장했고 시청자들과 현장의 관중들은 열광했죠. 시청자들이 바보여서가 아닙니다. 속아주고 감동받고 싶은거에요.

이문열의 자전적 소설인 '변경'에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민학생이었던 이문열은 또래들한테 관심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가 그들 중 리더격인 한명이 그 거짓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자고 나와 곤경에 처합니다. 속으로는 그때라도 사실대로 고백하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확인해 보라고 배짱을 부립니다.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고 이문열이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그 찰나에, 처음에 확인하자고 했던 리더가 갑자기 "어! 진짜네, 문열이 말이 맞았어"라고 나오고, 친구들도 거기에 동조하더라는 겁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위기를 모면한 이문열은 몇년 후 재회한 그 리더격의 친구에게 사실 그때 네 거짓말 믿고 싶어서 속아준거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때 예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람들이 원하는 거짓말을 제공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물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의 인생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와 버렸고 비난을 피하지 못할 행적을 쌓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소설가가 된다는게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바구 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문열 삼국지에서 정사 운운한게 변호가 되는것은 절대 아니지만, 독자가 필터링을 하면서 읽으면 삼국지 입문자에게 충분히 추천할만한 책이라는게 제 개인적 의견입니당






3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47 6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7 + 오레오 24/04/26 347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 kaestro 24/04/26 365 1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6 니코니꺼니 24/04/26 685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389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730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44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602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33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23 9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83 14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421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50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7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38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1244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73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91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35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95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70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28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74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92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