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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08 08:56:35
Name   Neandertal
Subject   영화 속에서는 스타...현실은 개차반(?)...
영화 [백 투 더 퓨처] 3부작 속에서 타임머신 기계로 등장하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대사 한 마디 없는 묵묵한 친구이지만 그 어떤 캐릭터들 못지않게 영화 속에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거의 주연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이지요.

처음에 영화 속에 등장할 타임머신은 자동차가 아니라 캡슐 같은 형태의 장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타임머신을 트럭 뒤에다 싣고 다니는 설정이었는데 각본을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자동차가 타임머신이 되는 설정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타임머신을 자동차로 하기로 정했을 때 제작진들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차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드로리안(DeLorean) DMC-12였습니다. 차체가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던 이 차는 그 당시 도로 위를 달리던 어떤 차들과도 달랐습니다. 미래에서 진짜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영화 속의 타임머신으로서는 제격이었지요. 저도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드로리안 DMC-12를 보는 순간 저 차가 타임머신이라는데 단 1g의 의심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이 옆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거 부터 범상치가 않은 게 그냥 딱 봐도 타임머신이었지요.





이 차가 타임머신이 아니라면 그 어떤 차가 타임머신이란 말인가?


영화 [백 투 더 퓨처] 3부작의 대성공으로 드로리안 DMC-12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영화 속에 나오는 자동차가 이렇게 하나의 캐릭터로서 당당하게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드로리안 DMC-12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스타와 같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드로리안 DMC-12는 흔히 미국 자동차 회사 3대장이라고 불리는 GM이나 포드, 크라이슬러에서 만든 차가 아니었습니다. 이 차는 1975년에 GM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존 드로리안이라는 사람이 세운 The DeLorean Motor Company라는 회사에서 만든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재정난에 시달렸기 때문에 자동차의 품질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은 곧 드로리안 DMC-12의 품질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많이 모자랐다는 뜻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 드로리안 DMC-12는 The DeLorean Motor Company에서 만든 유일한 차종이었기 때문이지요.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이 차가 한창 시장에 나왔을 무렵인 1980년대 초반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불황을 겪던 시기였습니다. 고급 차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바로 드로리안 DMC-12는 가격이 비싼 고급 차종이었지요. The DeLorean Moter Company의 자동차 공장은 아일랜드에 있었는데 많은 드로리안 DMC-12가 판매가 저조해지는 바람에 아일랜드의 공장에서 어디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곳에서 방치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회사는 이를 버티지 못하고 1982년 5월에 파산했고 드로리안 DMC-12는 이 회사에서 만들었던 유일한 차종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창업자였던 존 드로리안은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투자자들을 물색하는 와중에 코카인 밀매 조직과 손을 잡은 협의로 나중에 FBI에 의해서 체포가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존 드로리안과 드로리안 DMC-12...


영화 속에서 사용된 드로리안 DMC-12도 성능이 별로 좋지 못해서 영화 제작진들의 속을 많이 태웠다고 합니다. 나중에 [백 투 더 퓨처 3]을 촬영할 때는 아예 엔진을 들어내서 다른 자동차 회사의 엔진을 장착하고 껍데기만 드로리안 DMC-12를 씌워놓았다고 합니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람 배우들 역시 은막 위에서는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는 데 현실 생활은 개차반인 경우들이 종종 있지 않습니까? 드로리안 DMC-12가 현실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 차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성공했으니 차생(車生)이 그만하면 성공적이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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