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은 때로 리모컨 쟁탈전으로 시작됩니다. 아내님께서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0.5초만에 넘기시는 반면, 저는 스포츠 중계의 하이라이트를 1.5배속으로 돌려봅니다. 서로의 취향이 교차하는 순간, 리모컨은 전쟁터의 깃발이 되죠.

냉장고 문 개방 정책도 주요 협상 대상입니다. "이거 언제 사온 거예요?"라는 질문에 "제가 왜 몰라요?"라는 답변이 오가면, 유통기한은 관계의 신호등이 됩니다. 문 열고 닫히는 소리가 마치 외교관의 서명仪式 같은 날카로움을 띄죠.

침대 이불 전쟁은 매일 밤의 퍼포먼스입니다. 뒤척임 한 번에 담요의 국경선이 재편되고, 아침엔 서로의 체온이 남은 자리가 휴전 협정서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오늘 밤도 전열을 재정비할 예정이니, 전투장비(이불)는 충전해두시길 권합니다.

결혼생활의 진정한 승리는 서로의 리모컨 버튼을 동시에 누르지 않는 미묘한 휴전협정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결혼생활 평화유지군은 잘 작전 중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