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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2/03 22:40:06 |
Name | toys_ |
Subject | 이미지를 기억못하는 병이 있습니다. |
어떤 이미지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질문 받습니다. 1
이 게시판에 등록된 toys_님의 최근 게시물 |
미대 졸업생입니다.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건 어떤 사물을 생각하고 싶어도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표현이 안된다는 것인가요? 형태가 그려지지도 않고 색이 표현되지도 않구요?
아판타시아에 대해 찾아보고 난 어떻지? 하고 생각해봤는데 전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연상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냐면 (색은 말할 것도 없고) 물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달까요. 커서 하나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데 형태가 하나도 안남아요. 그래서 그 전에 어디를 그렸는지 얼마나 그렸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오. 신기하다. 처음 인지했어요.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건 어떤 사물을 생각하고 싶어도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표현이 안된다는 것인가요? 형태가 그려지지도 않고 색이 표현되지도 않구요?
아판타시아에 대해 찾아보고 난 어떻지? 하고 생각해봤는데 전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연상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냐면 (색은 말할 것도 없고) 물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달까요. 커서 하나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데 형태가 하나도 안남아요. 그래서 그 전에 어디를 그렸는지 얼마나 그렸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오. 신기하다. 처음 인지했어요.
전 윗 댓글에 적은것처럼 그리지만 그려지지 않네요. 물위에 그리는 것처럼 커서는 있는(것같은)데 커서가 움직인 흔적이 안남아요. 삼각형조차 그릴 수 없네여. 어디가 꼭지점인지 몰라서ㅋㅋㅋㅋ
이러지는 않는 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제가 방향감각 같은건 괜찮거든요. 어디 가면 제 위치 같은거 위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대충 파악이 돼요
그런데 지나가면서 본 건물은 하나도 기억 못함... 사실 기억력 강화방법 책들 보면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본 건물은 시각적으로 다 기억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했어요. 사기치는건줄 알았지 난
제가 방향감각 같은건 괜찮거든요. 어디 가면 제 위치 같은거 위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대충 파악이 돼요
그런데 지나가면서 본 건물은 하나도 기억 못함... 사실 기억력 강화방법 책들 보면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본 건물은 시각적으로 다 기억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했어요. 사기치는건줄 알았지 난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요.
전 그런데 사람들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거든요. 대신 상황은 남들 보다 또렷하게 기억해요. 잘 모르는 사람들 얼굴은 거의 백지지만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고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고 그때 뭐가 달그락거리면서 움직였고 하는 거요.
굳이 예를 들자면 아주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상황도 지금 보는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문밖에서 누가 들어오려고 했는데 열쇠를 못 따고 들어왔거든요. 가만히 밖을 들여다 보는데 도둑이 배달 온 델몬트 병을 비틀어 열던 소리랑 그때 내가 느끼던 감정은 생생한데 얼굴이 기억 안 나요.
전 그런데 사람들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거든요. 대신 상황은 남들 보다 또렷하게 기억해요. 잘 모르는 사람들 얼굴은 거의 백지지만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고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고 그때 뭐가 달그락거리면서 움직였고 하는 거요.
굳이 예를 들자면 아주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상황도 지금 보는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문밖에서 누가 들어오려고 했는데 열쇠를 못 따고 들어왔거든요. 가만히 밖을 들여다 보는데 도둑이 배달 온 델몬트 병을 비틀어 열던 소리랑 그때 내가 느끼던 감정은 생생한데 얼굴이 기억 안 나요.
저랑 완전 반대(?) 같아서 신기하네요. 저는 순식간에 자동으로 이미지화 되던데...이게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보면 순번이 붙은 60권 위인전이 있으면 전 그걸 책장에 꽂혀있는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어서 3. 이성계 5. 김유신 이런식으로 전체 이미지를 읽었거든요...또 회로도 같은 어떤 강력한 이미지는 머리 속에 로딩해서 찬찬히 살펴보면 전에는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이 확대되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 때 이해 못해도 나중에 이해할 때가 있어요. 사람 표정도 그렇구요. 제가 "집중할 때" 시각이 제일 강화되는... 더 보기
저랑 완전 반대(?) 같아서 신기하네요. 저는 순식간에 자동으로 이미지화 되던데...이게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보면 순번이 붙은 60권 위인전이 있으면 전 그걸 책장에 꽂혀있는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어서 3. 이성계 5. 김유신 이런식으로 전체 이미지를 읽었거든요...또 회로도 같은 어떤 강력한 이미지는 머리 속에 로딩해서 찬찬히 살펴보면 전에는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이 확대되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 때 이해 못해도 나중에 이해할 때가 있어요. 사람 표정도 그렇구요. 제가 "집중할 때" 시각이 제일 강화되는 거 같던데...시각적, 공간적으로 기억해요.
이런 방식이 전혀 아니라 텍스트로만 기억된다구요? 책 내용 중에 손에 잡힐 듯히 생생한 이미지는 그럼 어케 기억이 되어 있나요? 하늘을 나는 거대한 '하늘치'가 내려올 때의 모습 같은 거....
이런 방식이 전혀 아니라 텍스트로만 기억된다구요? 책 내용 중에 손에 잡힐 듯히 생생한 이미지는 그럼 어케 기억이 되어 있나요? 하늘을 나는 거대한 '하늘치'가 내려올 때의 모습 같은 거....
오...그럼 개념적인 내용은요? '시뮬라크르'는 반투명하고 약간의 반짝이가 들어간 슬라임인데 어떤 물건으로도 휙 변해요. 반투명한 상태는 유지하면서요. 반투명 상태 뒤에는 현실 이미지가 한층 흐리게 아른거려요. '정언명령'은 석판이 쿠쿵...하고 있는 이미지구요. 파놉티콘은 당연히 감시탑...이게 일부러 이런게 아니라 글을 읽으면 이미 만들어져 뇌에 있는? 그래서 머릿속에서 여러 개념 이미지들을 둥둥 띄워놓고 생각을 전개하기도 하는데...
그럼 미술은 안 좋아하시나요? 저는 큐비즘이란 단어를 보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바로 떠오르며 '분절, 해체, 종합'이 '감각'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럼 미술은 안 좋아하시나요? 저는 큐비즘이란 단어를 보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바로 떠오르며 '분절, 해체, 종합'이 '감각'으로 다가오거든요.
저는 가끔 스스로 느끼기에 좀 피곤하게 총천연색+공감각적(하지만 시각이 우위)이예요. 너무 생생하게 디테일까지...고어물 안 보고, 닭과 생선을 죽이거나 손질 못하는 핑계로ㅋㅋ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괴롭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일부러 차단하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시각을 잃는게 그 무엇보다 두려워요. 제 욕망은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것에 기인하고, 제 애정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어떤 풍경을 같이 보는 거라서요. 실은 저도 다른 사람이 어떤지는 잘 몰라요. 별로 신경써 본 적이 없어서...그냥 저도 우유홍차님도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답게 살면 되는거죠.
하지만 시각을 잃는게 그 무엇보다 두려워요. 제 욕망은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것에 기인하고, 제 애정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어떤 풍경을 같이 보는 거라서요. 실은 저도 다른 사람이 어떤지는 잘 몰라요. 별로 신경써 본 적이 없어서...그냥 저도 우유홍차님도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답게 살면 되는거죠.
뇌과학자인 라마찬드란의 책이 참고되실 듯도 하네요.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4장이 뇌와 이미지의 관계를 다룰 거예요. 저도 아주 예전에 훑어 본 거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대충 시각 기능이나 뇌의 이미지에 대한 해석, 기억으로부터의 출력 기능 같은 것들이 낱낱으로는 모두 정상인데 뭐랄까... 프로세스가 깨져 있는 케이스 같은 것이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4장이 뇌와 이미지의 관계를 다룰 거예요. 저도 아주 예전에 훑어 본 거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대충 시각 기능이나 뇌의 이미지에 대한 해석, 기억으로부터의 출력 기능 같은 것들이 낱낱으로는 모두 정상인데 뭐랄까... 프로세스가 깨져 있는 케이스 같은 것이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저도 toys_님과 비슷합니다 흐흐 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는게 가능하긴한데, 정말 미칠듯이 노력해야합니다. 텍스트 기억하는건 상대적으로 엄청 쉽게 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덜 성숙해있거나, 뇌에 약간의 버그가 있는건 아닌가(ㅠ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대출신인데 공부할 때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림을 기억하고, 그걸 토대로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저는 그림을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으니....
이미지를 알아보는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꺼낼때 구체... 더 보기
이미지를 알아보는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꺼낼때 구체... 더 보기
저도 toys_님과 비슷합니다 흐흐 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는게 가능하긴한데, 정말 미칠듯이 노력해야합니다. 텍스트 기억하는건 상대적으로 엄청 쉽게 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덜 성숙해있거나, 뇌에 약간의 버그가 있는건 아닌가(ㅠ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대출신인데 공부할 때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림을 기억하고, 그걸 토대로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저는 그림을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으니....
이미지를 알아보는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꺼낼때 구체화하는게 어려운거지. 저도 지금 제 자신의 얼굴이 기억이 안납니다 흑흑 여기저기서 억지로 막 꺼내서 조합하면 피카소 그림처럼 돼요ㅠㅠ
그리고 저도 감정의 크기가 굉장히 작은 편인데, 저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수십년간 기계학습하듯 배워서 하는 중입니다... 사실 이해는 잘 안돼요. 다른 사람들이 기쁘다니까 기쁘다고 하는거고, 슬프다니까 슬프다고 하는거지.
이미지를 알아보는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꺼낼때 구체화하는게 어려운거지. 저도 지금 제 자신의 얼굴이 기억이 안납니다 흑흑 여기저기서 억지로 막 꺼내서 조합하면 피카소 그림처럼 돼요ㅠㅠ
그리고 저도 감정의 크기가 굉장히 작은 편인데, 저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수십년간 기계학습하듯 배워서 하는 중입니다... 사실 이해는 잘 안돼요. 다른 사람들이 기쁘다니까 기쁘다고 하는거고, 슬프다니까 슬프다고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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