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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2 04:51:11 |
Name | 마네 |
Subject | 응급실에서 일합니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홍차넷 들어와 AMA 게시판을 훑어보고 나니, 여러 유저의 질문을 통해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AMA에 한 번 도전해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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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계약의 스케쥴을 평균으로 따지면 주 30시간 가량입니다만 이 중 70%는 야간근무입니다. 나머지 30%의 주간근무는 토일공휴일입니다.
아 네...
안양 비산사거리에서 주운 말티 첫째 주비
부산 금정구 오피스텔 건물에서 집으로 들어온 삼색냥 둘째 다비
포인핸드로 평택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셋째 포비
어쩌다보니 환자분에게 분양받은 까만냥 넷째 까비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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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핸드로 평택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셋째 포비
어쩌다보니 환자분에게 분양받은 까만냥 넷째 까비
키우고 있습니다.
예전엔 '왜 못 참고 이런거로 오나' 하는 생각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아픈거 역시 응급상황이니까요.
정말 불편하신 분들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마음 속에서 못된 취급하게 만들 정도로, 주취상태가 아니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로 119 타고 내원해 응급실 접수실부터 쑥대밭 만드는 주취경증진상환자들이 진짜 문제이지요.
전공의 트레이닝 받은 병원은 지하철 5개역 연속 환락유흥번화가가 이어진 곳에 있던 곳이라, 심야 성인환자의 1/4~1/3은 주취자였던 거 같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은 그나마 덜하지만, 어제도 한따까리 했네요 (...)
정말 불편하신 분들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마음 속에서 못된 취급하게 만들 정도로, 주취상태가 아니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로 119 타고 내원해 응급실 접수실부터 쑥대밭 만드는 주취경증진상환자들이 진짜 문제이지요.
전공의 트레이닝 받은 병원은 지하철 5개역 연속 환락유흥번화가가 이어진 곳에 있던 곳이라, 심야 성인환자의 1/4~1/3은 주취자였던 거 같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은 그나마 덜하지만, 어제도 한따까리 했네요 (...)
제가 사망선고를 하는 분들께는 사후처치를 도우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곤 하는데, 일이면서 일상이긴 합니다만 참 가끔은 못 견딜 거 같은 날이 있습니다.
80대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열나서 응급실 와서 이런저런 문진하는데 부인(할머니)가 너무나 여리고 고왔기에 더 신경써서 설명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폐렴 의증으로 CT 촬영 대기 중,
60대 남자 CPR 하며 응급실 들어왔고, 할아버지의 바로 옆자리에 배치되어 CPR 하다 한 사이클 가슴압박 하고 내려와 다음 턴 대기 도중이던 한 20분쯤 경과했을 무렵, 옆자리 할아버지의 그 여리여리하던 보호자가 제 옷을 툭툭 당기더군요.
"잠시만요 심폐소생술중인데요"라고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 크기로 얘기하고는, '아차 귀 잘 안들리시... 더 보기
60대 남자 CPR 하며 응급실 들어왔고, 할아버지의 바로 옆자리에 배치되어 CPR 하다 한 사이클 가슴압박 하고 내려와 다음 턴 대기 도중이던 한 20분쯤 경과했을 무렵, 옆자리 할아버지의 그 여리여리하던 보호자가 제 옷을 툭툭 당기더군요.
"잠시만요 심폐소생술중인데요"라고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 크기로 얘기하고는, '아차 귀 잘 안들리시... 더 보기
80대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열나서 응급실 와서 이런저런 문진하는데 부인(할머니)가 너무나 여리고 고왔기에 더 신경써서 설명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폐렴 의증으로 CT 촬영 대기 중,
60대 남자 CPR 하며 응급실 들어왔고, 할아버지의 바로 옆자리에 배치되어 CPR 하다 한 사이클 가슴압박 하고 내려와 다음 턴 대기 도중이던 한 20분쯤 경과했을 무렵, 옆자리 할아버지의 그 여리여리하던 보호자가 제 옷을 툭툭 당기더군요.
"잠시만요 심폐소생술중인데요"라고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 크기로 얘기하고는, '아차 귀 잘 안들리시는데 귀에 대고 말씀드릴걸' 하고 생각하던 찰나,
아까와는 다른 멀쩡한, 그러니까,
가는귀 먹은사람이 내던 큰 목소리가 아닌, 멀쩡히,
그러나 마치 누군가가 듣는 건 민망한 듯 속삭이는 목소리로,
"옆사람은 어차피 죽을 거 같으니 우리 할아버지나 잘 신경써줘"라고 이야기하는 걸 듣는 그 순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이듬해부터 응급의학과 수련을 받기로 마음먹은 인턴'이었기에, 큰 예방주사 한 방 맞았다고 생각했죠. 실제로도 그랬고.
"인간은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는 존재다"라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60대 남자 CPR 하며 응급실 들어왔고, 할아버지의 바로 옆자리에 배치되어 CPR 하다 한 사이클 가슴압박 하고 내려와 다음 턴 대기 도중이던 한 20분쯤 경과했을 무렵, 옆자리 할아버지의 그 여리여리하던 보호자가 제 옷을 툭툭 당기더군요.
"잠시만요 심폐소생술중인데요"라고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 크기로 얘기하고는, '아차 귀 잘 안들리시는데 귀에 대고 말씀드릴걸' 하고 생각하던 찰나,
아까와는 다른 멀쩡한, 그러니까,
가는귀 먹은사람이 내던 큰 목소리가 아닌, 멀쩡히,
그러나 마치 누군가가 듣는 건 민망한 듯 속삭이는 목소리로,
"옆사람은 어차피 죽을 거 같으니 우리 할아버지나 잘 신경써줘"라고 이야기하는 걸 듣는 그 순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이듬해부터 응급의학과 수련을 받기로 마음먹은 인턴'이었기에, 큰 예방주사 한 방 맞았다고 생각했죠. 실제로도 그랬고.
"인간은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는 존재다"라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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