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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5 18:03:45수정됨 |
Name | [익명] |
Subject | 현직 뮤지엄 큐레이터입니다. |
오묘한 날씨의 토요일이네요. 규모가 작지 않은 수도권 국공립 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일한 경력도 조금 있어서 통칭 뮤지엄 쪽과 관련해 궁금하신 점 혹시 있으시면 어느정도 답변이 가능할 것 같아요. 홍차넷에서는 좀 마이너한 분야인 것 같긴 하네요. 어떤 질문이든 환영합니다. 유행이 한참 지난 것 같긴 하지만, 만두도 정말 좋아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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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보다 더 멋진 일을 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인상 깊었던 전시회는 무척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양혜규 작가 개인전이었어요. 워낙 요즘 잘나가는 작가분이니 직접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만, 이른바 '손잡이' 계열로 불리는 작품들을 움직여볼 수 없게 해놓은 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데,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애로사항이 있었겠지요.
국내에서 몇 번 소개되었던 윌리엄 켄트리지의 '더욱 달콤하게 춤을'과 같은 작품은 실제로 보면 정말정말 좋습니다. 영상으로는 알 수 없는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어요. 모호한 말이긴 합니다만.
인상 깊었던 전시회는 무척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양혜규 작가 개인전이었어요. 워낙 요즘 잘나가는 작가분이니 직접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만, 이른바 '손잡이' 계열로 불리는 작품들을 움직여볼 수 없게 해놓은 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데,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애로사항이 있었겠지요.
국내에서 몇 번 소개되었던 윌리엄 켄트리지의 '더욱 달콤하게 춤을'과 같은 작품은 실제로 보면 정말정말 좋습니다. 영상으로는 알 수 없는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어요. 모호한 말이긴 합니다만.
제가 입사할 때에는 정규직 경쟁률이 200대 1정도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근무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연봉을 제외하면요...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학예사 자격증은 이미 입사한 학예사들에게는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만, 다들 그냥 신청해 따 놓는 편입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습니다만, 주변에는 미학, 예술학, 건축사, 실기전공자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큐레이터 이외에도 아키비스트나 테크니션, 보존처리 담당 직원들도 계시니, 뮤지엄 근무자의 전공은 퍽 다양한 편입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습니다만, 주변에는 미학, 예술학, 건축사, 실기전공자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큐레이터 이외에도 아키비스트나 테크니션, 보존처리 담당 직원들도 계시니, 뮤지엄 근무자의 전공은 퍽 다양한 편입니다.
회화가 사실 전시될 경우 가장 치명적입니다. 여러 연구와 지침에 따르면 회화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선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어두운 조명, 훨씬 짧은 기간 동안 전시를 운영해야 합니다. 국내 모든 미술관들은 사실상 전시 지침을 매번 어기고 있는 상황이에요. 리움도 상설이라고는 합니다만 연간 2회 정도는 전시작품 교체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미술관도 상설전을 운영합니다. 특정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의 경우 보통 한 해 단위로 돌아가는 상설(기획)전을 엽니다. 작가의 작품들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백남준아트센터나 환기미술관 등이 그러합니다.
미술관에서 인상깊게 봤던 작품이 있으실 정도면, 조예가 깊은 관객이시네요. 반갑습니다.
필요한 경우 미술관도 상설전을 운영합니다. 특정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의 경우 보통 한 해 단위로 돌아가는 상설(기획)전을 엽니다. 작가의 작품들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백남준아트센터나 환기미술관 등이 그러합니다.
미술관에서 인상깊게 봤던 작품이 있으실 정도면, 조예가 깊은 관객이시네요. 반갑습니다.
네 물론 갈아 넣지요ㅎㅎ 다들 고생도 하고요. 하지만 다른 업계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불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업무 특성상 자율성이 매우 높아서 윗선의 관리감독이 덜하고요, 미술계가 전반적으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진보적이어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주려는 노력들을 합니다.
물론 국공립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부유한 개인의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는 사립 미술관/갤러리 등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국공립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부유한 개인의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는 사립 미술관/갤러리 등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료제의 딱딱함을 견디지 못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안정성은 낮겠지만 돈은 사립이 더 많이 주는 경우도 많고요. 괜히 독립큐레이터들이 많은 게 아니지요.
다만 관료제 큐레이터가 되기로 마음 먹으면 국현이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적당히 딱딱하고 규모가 제일 크니까요.
다만 관료제 큐레이터가 되기로 마음 먹으면 국현이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적당히 딱딱하고 규모가 제일 크니까요.
저도 모르고 제 앞사람도 모르고 저희 팀장도 모르는 듯합니다... 굳이 짜내보자면 무난한 스팩과 경력이 있었고, 면접에서 꾸미지 않고 성심껏 말하는 요령이 조금 있습니다.
1. 박물관 인력구조와 컨셉에 따라 다릅니다. 국립현대와 같이 큐레이터 풀이 비교적 풍부한 경우는 대부분 자체 직원들이 기획을 하지만 소규모 미술관의 경우는 외부 큐레이터나 기획사에 위탁(혹은 제안을 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력이 충분해도 내부 판단에 따라 좋은 전시를 열기 위해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시 컨셉을 아예 사오기도 하고요. 서울시립, 한가람 등에서도 외부기획 전시를 종종 올립니다.
2. 보통 대여 요청측이 자신의 전시 컨셉에 맞추어 요청하고, 대여해주는 측이 여건을 따져 검토 후 수락, 또는 역... 더 보기
2. 보통 대여 요청측이 자신의 전시 컨셉에 맞추어 요청하고, 대여해주는 측이 여건을 따져 검토 후 수락, 또는 역... 더 보기
1. 박물관 인력구조와 컨셉에 따라 다릅니다. 국립현대와 같이 큐레이터 풀이 비교적 풍부한 경우는 대부분 자체 직원들이 기획을 하지만 소규모 미술관의 경우는 외부 큐레이터나 기획사에 위탁(혹은 제안을 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력이 충분해도 내부 판단에 따라 좋은 전시를 열기 위해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시 컨셉을 아예 사오기도 하고요. 서울시립, 한가람 등에서도 외부기획 전시를 종종 올립니다.
2. 보통 대여 요청측이 자신의 전시 컨셉에 맞추어 요청하고, 대여해주는 측이 여건을 따져 검토 후 수락, 또는 역제안 하는 식입니다. 국공립 미술관들이 대여 요청을 하면 전 세계 미술관들이 대부분 호의적입니다. 박물관도 그렇고요. 특별전 등에 실망하신 경우는 아마 기획사가 주관하는, 이른바 상업전시인 경우일 것 같습니다. 기획사가 상대 미술관과의 협의를 통해 대여 작품을 선정하고 '무슨무슨 미술관전'이라고 크게 홍보해 티켓을 판매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유수의 미술관들이 특별한 명분 없는 상업전시에 자신들의 좋은 작품을 장기간 대여할 리 만무합니다. 때문에 기대보다 아쉬운 경우가 많게 됩니다.
2. 보통 대여 요청측이 자신의 전시 컨셉에 맞추어 요청하고, 대여해주는 측이 여건을 따져 검토 후 수락, 또는 역제안 하는 식입니다. 국공립 미술관들이 대여 요청을 하면 전 세계 미술관들이 대부분 호의적입니다. 박물관도 그렇고요. 특별전 등에 실망하신 경우는 아마 기획사가 주관하는, 이른바 상업전시인 경우일 것 같습니다. 기획사가 상대 미술관과의 협의를 통해 대여 작품을 선정하고 '무슨무슨 미술관전'이라고 크게 홍보해 티켓을 판매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유수의 미술관들이 특별한 명분 없는 상업전시에 자신들의 좋은 작품을 장기간 대여할 리 만무합니다. 때문에 기대보다 아쉬운 경우가 많게 됩니다.
초등학생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아마도 '미술관에서 일하는 전시 기획자'를 꿈꾸는 것이겠죠? 미술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그만큼이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결국 독창적인 나의 것을 만들어 내는 자리니까요. 읽고 쓰는 것이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이니 활자를 가깝게 여기는 태도도 필수이겠습니다. 언어적 감각이 있으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미술관이라면 통상적인 영어 구사 능력은 기본 요건에 불과하고, 훌륭한 영어를 하거나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좋습니다.
실질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자주 데리고 가 주세요. 대부분 퀄리티가 높고 가격은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합니다. 미술관과 가까워질 수 있고요.
실질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자주 데리고 가 주세요. 대부분 퀄리티가 높고 가격은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합니다. 미술관과 가까워질 수 있고요.
미술사, 미학, 예술학, 각종 실기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큐레이터로 일하는데 특별히 어느 하나가 유리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서울대, 홍대, 고대, 이대, 명지대, 국민대 등에 관련 학과가 있는데, 이 역시 어디 한 곳이 취업에 유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홍대 출신 분들이 서로 유난히 끈끈한 것 같다고 느껴지긴 합니다만, 편협한 개인의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국내 학사, 해외 석사입니다. 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저 역시 국내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습니다. 펀딩이 잘 되는만큼 미국 유학이 많고, 현대미술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부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궁금한 사항들 구체적으로 질문해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내 학사, 해외 석사입니다. 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저 역시 국내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습니다. 펀딩이 잘 되는만큼 미국 유학이 많고, 현대미술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부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궁금한 사항들 구체적으로 질문해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아이들이 꼭 미술관을 즐겨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무언가의 가능성 정도만 보여주시고, 그 다음은 아이들의 취향과 의지에 맡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나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 같은 교과서적 답변은 이미 드린 것으로 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감상은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의 전시를 아이들이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대화에도 여러 양상이 있으니 ... 더 보기
어린이를 위한 전시나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 같은 교과서적 답변은 이미 드린 것으로 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감상은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의 전시를 아이들이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대화에도 여러 양상이 있으니 ... 더 보기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아이들이 꼭 미술관을 즐겨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무언가의 가능성 정도만 보여주시고, 그 다음은 아이들의 취향과 의지에 맡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나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 같은 교과서적 답변은 이미 드린 것으로 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감상은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의 전시를 아이들이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대화에도 여러 양상이 있으니 나름의 감상법을 찾는 아이들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좋은 도록이나 화집 같은 것을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림책은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니까요. 나의 취향에 맞는 예쁜 그림들을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나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 같은 교과서적 답변은 이미 드린 것으로 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감상은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의 전시를 아이들이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대화에도 여러 양상이 있으니 나름의 감상법을 찾는 아이들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좋은 도록이나 화집 같은 것을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림책은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니까요. 나의 취향에 맞는 예쁜 그림들을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우환 작가님 관련해서라면 뉴스에서 들은 것보다 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밖에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 저는 미술계 안에서도 소위 '완성되어 발표된' 작품에 대해 가지는 작가의 권한을 좁게 보는 편입니다. 위작을 감별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데, 이는 작가가 스스로의 작품을 두고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식안'은 단순히 기술적인 판단 능력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 미술품을 감정하는 여러 기관들만을 온전히 믿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이 건과는 별개로 몇몇 갤러리들의 위작 제작 및 판매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미술계 내부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자정체계를 구축해야 시장에 도움이 될텐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건과는 별개로 몇몇 갤러리들의 위작 제작 및 판매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미술계 내부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자정체계를 구축해야 시장에 도움이 될텐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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