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21/02/08 09:03:34
Name   [익명]
Subject   알코올 의존증입니다.

알코올 의존증입니다.

우리나라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굉장히 많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나는 아니겠지 또는 내 주변에 누군가가 알콜중독이 아닐까 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큰 맘 먹고 AMA를 열어 봅니다.

신상이 드러나는 질문은 답변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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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자각하셨나요?
[글쓴이]
2019년 말쯤 자각했습니다. 처음엔 기분이 안좋으면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술 한 잔을 마시면 다 마셔갈때쯤 다시 기분이 안 좋아져서 술을 더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에서 깰 때 기분이 안좋아서 깰 때 쯤 더 마시게 되더군요. 그때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신건지 진단명으로 확인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글쓴이]
병원을 갔고,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은 알코올의존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셨습니다. 다만 제가 그 병명으로 확진을 받는 것을 매우 두려워해서 보험적용하지 않고 치료중입니다. 선생님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셨으면 비보험은 못했을텐데, 저는 입원만은 피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치료에 참여중입니다.
음주량과 빈도도 궁금합니다.
[글쓴이]
지금은 마시면 혼자서 맥주 한캔 또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소주 한병 정도 마십니다. 빈도는 마시면 며칠 계속 이어지다가 두세 주 쉬는 식입니다.
병원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은 취할 때까지 마셨고, 꼭 혼자 마셨습니다.
치료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단순히 생각나는건 약물, 심리치료정도 떠오르네요.
또, 본인만의 주사 또는 취했을 시, 행동하는 버릇 같은게 있을까요(써놓구 보니 취할 때 하는 버릇이 주사네요;;)
[글쓴이]
저는 약물치료 (아캄프로세이트) 사용했고, 심리치료는 병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동반되어 그 쪽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다만 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때문에 알코올의존증이 발병했는지 아니면 알코올의존증에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따라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단 술을 혼자 마시기 때문에 제 술버릇은 잘 모릅니다. 술을 계속 마시는 것 자체가 제 주사인 것 같네요
약물 복용 시, 음주 욕구가 사라지는건가요?
치료 전 혼자서 마실 때, 안주는 주로 무엇이었나요

제 경우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저녁식사 시 반주가 땡기는 편인데, 슬슬 음주 빈도가 늘어나서 줄여나갈까 생각중이던 참이었습니다
[글쓴이]
아캄프로세이트는 음주 욕구를 경감시킨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욕구가 경감되었습니다. 또 술을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만큼 초조해질 때 먹을 수 있는 다른 약도 처방받았습니다.
혼자 마실 때 안주는 특별히 먹지 않았고 술만 먹었습니다.
치료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말씀해주신 내용 음주에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즐거운 음주 생활 즐기시고 다른 건강에도 유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글쓴이]
네 사실 알코올의존은 한번 발병하면 술을 끊어도, 다시 술을 먹으면 곧바로 재발입니다. 그래서 알코올의존은 완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평생에 걸친 장기전이 되었습니다.
불타는밀밭
예전에 여기에 한번 썼던 내용이었는데 [내가 하루에 똑같이 소주 한병씩을 마셔도, 내가 돈 많은 백수고 내장이 튼튼해서 건강과 사회생활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면 정신증이 아니고, 가난하고 바쁜 직장인이라 소주 한병씩 마시는 시간, 돈, 건강 소모가 부담이 된다면 이건 정신증입니까?]라고 질문은 했더니 의사선생님 두분이 동일하게 [예]라고 대답하시더군요.

결국 내가 알코올 의존이란 것은 술을 마실 처지가 못되는데 술을 입에 대기 때문인 것일까요
1
[글쓴이]
알코올의존에 대한 기준이 여럿 있지만, 음주에 대한 통제성 상실이 주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전자의 사례여도, 술을 그만 먹으려 해도 그만 먹을 수 없다면 알코올의존증이라 판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지 포먼
혹시 다른 질환은 있나요
제 주위에 마시다가 길거리에 누워서 자던 분들도 당뇨나 암이나 걸린 후로는 술을 끊은거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아야지만 술을 끊을수있나 싶기도 한데 몇분은 아직도 드시는거 보면은 케바케 인가 싶기도 합니다
[글쓴이]
다른 신체적인 질병은 없습니다. 지방간도 없고 위염이나 식도염도 없습니다.
알코올의존증이라는 말대로 한번 의존으로 나아가면 자기 의지로 벗어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곰곰이
먼저 이렇게 AMA 열어주셔서 감사하고, 잘 치료하시고 몸과 마음 모두 꾸준히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회사에서도 주위에 보면 흔히 정기적으로 폭음을 하거나, 술에 취해 필름이 끊어져 귀가하거나 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특히 고위 임원 분들은 회식자리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폭음하시고 실려가시는 듯 한데) 그런 경우도 알코올 의존증이라 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술을 좋아해서 많이 마시는 것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음주를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 점이 있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글쓴이]
알코올 의존증을 흔히 알코올중독이라고 하는 것처럼, 일단 의존이 발생하게 되면 니코틴 중독처럼 뇌 신경계가 알코올을 원하게 됩니다. 그 단계가 되면 계속 술을 먹고싶어져요.
문제는 술을 먹고싶으면 먹는거지 왜 내가 먹으면 안 되는 상황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때로는 인지해도 부정하기 때문에) 알코올 의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 남성의 25%가 알코올 의존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술을 좋아해서 필름이 끊기고, 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중 "회식자리마다" 폭음하고 "실려간다"(몸의 통제력을 잃었다고 보이네요)는 부분은 알코올의존증의특징처럼 보이네요.
캡틴아메리카
제가 어렸을 적 돌아가신 저희 큰외삼촌께서 저와 동생에게 매일 같이 술 심부름을 시켰었는데요.(그 때는 미성년자의 술 구매가 가능했지요.)

거의 하루 걸러 하루는 삼촌께서 집안에 무언가 일을 내셨었지요.(저희 형제를 불러서 잔소리를 한다던가... 외할머니나 어머니와 큰소리로 싸운다던가...)

나중에 제가 크고 나서야 알코올 의존증이셨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술이라는게 참 무서운 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저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는데, 몇 년 전 삼촌께서 병원 신세를 지시게 된 후 부... 더 보기
제가 어렸을 적 돌아가신 저희 큰외삼촌께서 저와 동생에게 매일 같이 술 심부름을 시켰었는데요.(그 때는 미성년자의 술 구매가 가능했지요.)

거의 하루 걸러 하루는 삼촌께서 집안에 무언가 일을 내셨었지요.(저희 형제를 불러서 잔소리를 한다던가... 외할머니나 어머니와 큰소리로 싸운다던가...)

나중에 제가 크고 나서야 알코올 의존증이셨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술이라는게 참 무서운 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저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는데, 몇 년 전 삼촌께서 병원 신세를 지시게 된 후 부터는 나름대로 계획과 규칙을 세워서 술을 마시고 있네요.

조금 조심스럽게 질문드립니다만, 술을 마시고 혹시 주변 분들에게 어떠한 폐를 끼친 적이 있으신가요?
[글쓴이]
말씀하신대로 알코올의존이 정말 무섭습니다. 일단 중독되면 그 피해는 담배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인격이 무너지고 생활 자체가 무너집니다. 저도 가족에게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술을 마시면 많이 마시게 되어서 집에 귀가가 늦어졌고, 이것 때문에 가족들과 많이 싸웠습니다.
잘살자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글쓴이]
제가 알코올 의존증 확진 환자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중에 알코올의존자가 있다는걸 부정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술 안마시고 집에 일찍 와서 좋아합니다.
잘살자
보통은 주위에서 먼저 증상을 인지하고 진료 및 치료를 권하고 본인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반대의 케이스신가 보네요.

잘 치료 받으시길 응원합니다.
[글쓴이]
저도 빨리 인지한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정말 강제입원 아니면 치료 못 받을 뻔 했습니다
알콜의존증은 마시는 양과는 무관한가요? 댓글로 유추하건대 제가 선생님보다 많은 양의 술을 주기적으로 먹고 있는데;; 다만 술로 인해 일상생활 및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필름이 끊기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쯤 먹으면 숙취 있을 것 같다 싶을 땐 자제하기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는 일도 많지 않습니다. 타고나길 주량이 조금 쎈편인 것 같은데 그래도 먹는 양이 많으면 알콜의존증인가요..?
[글쓴이]
양 만이 문제는 아닌데요, 그만 먹어야지 마음먹었음에도 먹다 보면 원래 먹으려는 양보다 더 먹게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알코올의존증의 한 척도이기는 합니다. 많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도 자신이 알코올을 자제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얼마나 알코올을 통제를 할 수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Caprice
알코올 사용 장애에 관한 가장 흔히 쓰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설문이 CAGE questionnaire입니다.

C : Cut down, 술을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적이 있는가?
A : Annoyed, 나의 음주에 대해 다른 사람의 비판하여 짜증이 나는가?
G : Guilty, 음주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 적이 있는가?
E : Eye-opener, 숙취를 벗어나기 위해 또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해장술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좀 구식이고 너무 간단한 질문이기는 해도 스크리닝으로는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2개 이상이면 알코올 남용이 의심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1
Caprice
그 외에는 TWEAK, AUDIT, MAST 등이 있습니다. 검색해보시면 직접 해보실 수 있는 자가설문지입니다.
주식하는 제로스
술을 많이 드시면 필름이 끊어지시는 편인가요 기억이 나시는 편인가요?

얼굴이 빨리 붉어지시는 편인가요 티가 덜나는 편인가요?

취기가 올라온다고 생각되는 주량/ 많이 취했다고 생각되는 주량/ 기억이 안나는 주량이 대체로 어느정도인가요?
[글쓴이]
기억이 나는 편인데 드문드문 끊어질때까지도 마십니다. 티가 덜 나는 편입니다. 취기가 올라온다고 생각하는 주량은 소주 다섯잔, 많이 취했다고 생각하는 주량은 소주 한병 반, 소주 두병이면 만취입니다.
으...전 일단 기본적으로 매일 맥주 6캔에
소주 와인 사케 막걸리 마시는 날이면 1병당 앞뒤로 맥주 한캔씩 마셨구요. 요즘은 혼자 사느라 더 마시게 되네요...ㅠㅠ
건강은 고지혈증 조금 걱정 되는 수준에 혼자 살다 보니 매일 김치찌개에 라면에 짜게 먹어서 고혈압이 왔는데 김치 끊으니 일단 정상 범위로 돌아와 다시 마시고 있구요.
궁금한건 어느 병원 가야 하나요??
이게 보험 처리도 되요??
알딸딸한 상태의 그 기분하고 맛난 음식 먹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안마시진 않겠지만 건강을 위해 줄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글쓴이]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다니고 보험 처리 가능합니다. 내과에서도 아캄프로세이트 처방은 가능한 것 같은데 알코올 의존이 전문적으로 치료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사하고 처방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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