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15/08/23 14:45:12
Name   세계구조
Subject   군대 아무도 모르게 다녀온 사연
6학년 아들에게
아들아..요즘 가끔 TV나 영화 같은 데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아빠한테
여러 가지 궁금한 질문을 하는데...아빠가 정말 환장하겠다.
지금부터 아빠의 화려한(?) 군대 이야기를 해줄 테니 잘 들어라.



네가 알다시피 아빠가 5대 독자 아니냐..물론 너는 6대 독자..
20여년 전 아빠가 군대에 들어 갈 때쯤에는 3대 독자 이상은 군 혜택이 있었단다.
아빠가 신검을 받으면서 전광판에 "신체등급 1급" 그리고 그 밑에 당연하게
붙어야 할 "현역입영대상"이란 판정 대신 "6개월 방위" 일명 6방 판정을 받았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위 기간도 몇 단계로 세분화되어서 그중에 가장 짧은 기간인
6방으로 판결이 났단다.
당시 6개월 군 생활한다는 건 거의 신의 아들이라고 추앙받던 시기였단다.



이렇게 시작하려던 아빠의 군 생활은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단다.
1년 정도 군입대를 대기하고 있는데 어느 날 통지서 한 장이 날아오더구나
"군 면제 통지서" 사유는 장기대기...
알고 봤더니 아빠가 군입대를 기다리는 동안 6방이란 제도가 없어졌단다.
아빠는 친구들한테 말도 못했단다...휴가 나온 친구들한테 맞아 죽을까 봐~~
그리고 아빠는 군 면제자들이 최소한 받아야한 실미교육이란 걸 신청했단다.
3주 동안 출퇴근 교육...



이렇게 시작하려던 아빠의 3주 군 생활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단다.
얼마후 도착한 실미교육 통지서에는 "1주 교육" 이라고 쓰여 있더구나
알고 봤더니 얼마 전부터 실미교육이 3주 출퇴근 교육에서 1주 입영 교육으로
바뀌었더구나....
이로써 아빠의 최종 군 복무기간은......1주가 됐단다.
아빠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1주라도 군대에 간다는 생각에 걱정하실까 봐..
당일날 아침에 1주일 동안 친구 집에 좀 있다 오겠다고 하고 군대에 갔단다.

그래서 아빠 군대 갔다온 거 아직까지도 아무도 몰라..



실미교육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스갯말로 군대 갈 때 군복, 전투화 같은 거 사서 가야 된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데 아빠는 진짜 군복하고 전투화 가지고 입영했단다. 통지서에 써 있더구나
[준비물 : 군복, 전투화] 물론 친구들거 빌려서 갔다.
월요일에 입대를 해서 한 내무반에 30여 명 정도의 인원과 같이 생활하는데 조교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구나
"여러분은 오늘 월요일은 이등병입니다~~"그러니까 긴장 좀 하라고
다음날 화요일은 일등병이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목요일 되니까 병장 취급해주고..금요일은 예비군 취급해주고..토요일
퇴소 전에는 걍 민간인 취급해주더구나



이렇게 짧은 아빠의 군 생활에도 에피소드는 있단다. 가장 생각나는것은..
야산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 '수색매복'이란 교육을 받고 있었단다. 진짜
군대에서는 수색매복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아빠는 걍 흙바닥에 앉아서
졸면서 듣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조교가 맨 앞에 앉아서 졸고 있는 아빠의
머리를 툭툭 치더니 묻더구나



"8번~~수색 중에 적군과 마주 쳤을 땐 어떻게 한다고?"
멍하니 졸고 있던 아빠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가까운 파출소나 인근 군부대에 ......신고 해야죠"
아빠 남들 담배 피는 휴식시간 10분 동안 대가리 박고 있었다.

이렇게 아빠는 짧은 군 생활을 마치고 토요일에 제대(?)를 했단다. 아빠 손에는
54시간 훈련 수료증이 들려 있었고..



이게 아빠 군 생활의 전부란다. 그래서 너한테 부탁을 할게~~
군대 얘기 궁금해도 아빠한테 물어보지마~~안 가봐서 몰라~~
아빠는 PX에서 뭐 파는지 몰라..아빠는 거기서 왜 닭발을 파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고
사발면은 파는지...팔면 뜨거운 물도 부어 주는지.... 아빠도 궁금해~~
차라리 아빠한테 여자 목욕탕에 공동 치약이 있는지..대병짜리 스킨하고 로션이 있는지
물어봐~~대답은 똑같단다........ 안 가봐서 몰라~~~
아빠, 엄마가 연애할 때 엄마가 아빠한테 이런 말을 했단다
"자기는 군대 얘기 안 해서 좋다" 고...아빠가 군대 얘기 안 하고 싶어서 안 했겠니~
안 가봐서 몰라~~뭘 알아야 얘길하지..
그래서 아빠는 군대 얘기하는 남자들 틈에 앉아 있으면..여자들 마음 100% 이해한단다.
여자들과 똑같은 심정이거든.



마지막으로 형우야~
아빠는 항상 군 복무 열심히 하고 몸 건강히 제대한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감사한
맘을 가지고 살고 있단다.
그리고 네가 6대독자라고 뭐 혜택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요즘은 10독자도
다 현역으로 간단다. 그리고 아빠는 20년째 민방위란다..담에 기회 있으면 아빠의
20년 민방위 노하우를 너에게 알려주마~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52 솔직한 예고편 : 콜 오브 듀티 Anakin Skywalker 15/08/23 2704 0
1853 누르면 빵 한다고 하지않았습네까? 위솝 15/08/23 3087 0
1854 밥많이 먹는다고 살찌는거 안닌가요? 3 위솝 15/08/23 2981 0
1855 군대 아무도 모르게 다녀온 사연 1 세계구조 15/08/23 2869 1
1856 홍진호로 임요환도 가능 위솝 15/08/23 2443 0
1857 [하스스톤] 논산팩.jpg 세계구조 15/08/23 3808 0
1858 창조 경례 위솝 15/08/23 2289 1
1859 한국의 좀비 약수터 세계구조 15/08/23 3094 0
1860 훌륭한 엄마 (부제 : 작가도 같은 부류) 2 위솝 15/08/23 2964 0
1861 누나에게 합법적인 복수를 하는 방법 3 Leeka 15/08/23 2733 0
1862 95년에 본 2015년 1 위솝 15/08/23 2560 0
1863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 개그릴 캡틴아메리카 15/08/23 2664 0
1864 아재 저좀 태워주세요. 위솝 15/08/23 2351 0
1865 편의점 알바를 관두고 싶다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984 0
1866 약속을 잘 지키는 여고생 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3163 0
1867 열도의 흔한 자판기 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3076 0
1868 신병 받아라!!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4494 0
1869 우린 대화도 타협도 없다. 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785 0
1870 유쾌한 인터뷰 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771 0
1871 유쾌한 인도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487 0
1872 로봇은 인간보다 우월합니다. 4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657 0
1873 샤킬 오닐과 악수를 해보았습니다.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3040 0
1874 마트의 흔한 위기 대처법 1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2827 0
1875 한국의 움직이는 성 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5/08/23 3218 0
1876 러브 호텔 컨셉 수준 4 위솝 15/08/24 440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