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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7/04 19:03:06
Name   tannenbaum
Subject   17년 전 소개팅 한 썰.
어느 봄날 아는 동생이 소개팅하라 함.

귀찮다 거절했음. 며칠이 지나고 뜸금없이 연락 옴. 오늘 홍대 어디어디 몇시. 아가씨 번호는 012-345-6789.

먼 개소리냐며 그 놈한테 전화했음.

일단 나가라 함. 나 생각해서 특별히 준비한 소개팅이라고. 괜히 튕기지 말고 나중에 지한테 엎드려 절할거라고.... 정 깰려면 형이 전화해서 쫑내라고....

견공자제같은 놈... 네시간 남겨놓고....

뭐 탱자탱자 하던 중이라 걍 시간이나 때우자 심정으로 약속장소에 갔음.

레스토랑 들어가 전화를 하지 저 쪽에서 아가씨가 앉아서 전화를 받음.

내 성적정체성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이뻤음. 그것도 겁나...

음... 청순글래머라고 하면 이해가 되시려나. 리즈시절 조여정???

다가가 인사를 하니...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실망감이 온몸으로 전해졌음.

이놈시키가 MSG를 얼마차 쳐놨는지 얼굴은 원빈으로, 키는 10센티 이상 늘려놨음.

그래... 이해해요. 아가씨 오죽 실망이 컷겠수... 이래 키작고 쭈구리 탱탱이라 미안하요. 다 내 죄요....

밥을 먹는 와중에도 난 절대 이사람에게 무례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야 말겠다는 듯 생글생글 미소와 활발한 리액션이 팍팍 느껴졌음.

여차저차 밥을 다 먹고 어떡하면 최대한 예의바르게 이 아가씨를 거절하고 돌려보낼까 고민하던 중이었음.

'소화도 시킬 겸 우리 같이 옷가게 구경이나 할래여?'

그 아가씨 말에... 그려 산책 좀 하다 빠빠이 하는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 따라 나섰음.

익숙한 듯 어느 편집샵에 들어갔고 뚤레 뚤레 하고 있는 나를 한번 보고 씽긋 웃더니 원피스 한벌을 골라 들었음.

그리고....... 기대감 가득한 미소로

'저 하나 더 골라도 되요?'

먼소린지 이해가 바로 안되서 해석하는데 한 2초 정도 걸렸음.

오호~~ 요것봐라~~

'아유 00씨가 자기 옷 사는데 왜 저한테 물으세요. 아하... 결정장애가 좀 있으신가 부다'

하나도 못 알아들은 척 대답을 하자... 두어시간 전 만난 이후로 한번도 잃지 않았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못 볼걸 본 표정이 되었음.

급하게 잡힌 소개팅이라 밤에 다른 선약이 있어 그만 가봐야겠다 대충 둘러대고 나오는 내 등뒤로 그 아가씨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음.

그러거나 말거나~

[어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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