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피해자의 관계자가 일반적으로 범죄자를 사형까지 선고받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령 피해자의 관계자가 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고려대상에서 후순위이고요. 피해자 본인이 살아있는 상태라서 그의 사형을 요구한다 하여도 사형 선고 및 집행 여부는 그의 말을 따라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해당 건의 판사는 피해자의 가족이 맡으면 안 되는 것이죠.

형벌은 피해자의 원한을 갚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형벌이 있음으로 해서 범죄율이 낮아질 것임을 기대하기 위해 있습니다. 중범죄를 저지를 자가 사형이 아니라 무기징역 당할 것임을 알면 범죄율이 더 늘까요?

사람을 단순히 가둬놓는 것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오류발생시에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당장 몇년전에 이명박근혜가 집권해서 숱한 비리를 저질렀고 특히 사법농단이 있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사형판결을 더더욱 조심해야죠.

확실히 가장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응분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겠죠. 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 사형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정말로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목적에서 사형이 있어야 한다면 그냥 사형만으로는 한참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받을 수 있는건 가해자가 죽었다는 통보만인데 이게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면 그 사람들이 희망한다는 가정 하에 사형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던가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사형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할까요? 저는 인도주의를 지키는 선에서 응분의 처벌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봅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러한 끔찍한 범죄에 대한 판결이 더 엄중해짐에 따라서, 이에 대한 판결 역시 더욱 더 까다로워지고 소극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형 판결을 내리는데 있어서 더 까다로운 증거채택, 더 엄중한 피해기준이 적용되겠죠. 그러면서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유죄 판결이 더 줄어들게 되면 오히려 응분의 처벌에서 더 멀어지는것 아닌가요?

물론 제가 법리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제 생각이 확실한 근거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