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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9/30 00:28:05
Name   구밀복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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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학문적 Credit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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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fic credit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학문적인 신용 · 신뢰 · 명성 · 명예로 번역된다.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이 학문적 신용 · 신뢰 · 명성 · 명예에 관한 개념과 감각이 없으면 공부 계속하기가 어렵다. 양아치가 된다. 학문적 credit이 인정되어지고 획득되거나 무너지는 논리는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어느 학자-권위자 밑에서 배우고 지도 받았느냐가 중요하다는 평소 생각의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하게 된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1.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강신준씨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자기가 1980년대 후반에 <이론과 실천> 출판사에서 <<자본>>을 출간하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본>>은 총 3권인데, 3권의 역자는 강신준이다. 1권과 2권은 ‘김영민’이라는 가명을 쓴 사람이 역자이다.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이 가명의 주인공은 강신준씨가 아니다. 그런데 강신준씨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김영민’이 자신이라고 했다. 사실 김영민이라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사람이 누군지는 강유원 선생님도 알고 <이론과 실천> 출판사 대표도 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김영민’이라는 가명을 썼던 이는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는 인물이라고. 간단히 말해,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강신준은 김영민의 번역을 자신의 것으로 챙겼다.

학문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가져다 쓰면서 credit을 주지 않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한다. 표절의 definition이 그것이다. ‘credit’을 주지 않는 것이 표절이다(참고: W.부스 외, <<학술논문작성법>>, 나남출판). 베끼는 것과 표절은 다르다. 다른 사람이 쓴 것을 그대로 베껴도, 인용출처만 제대로 밝힌다면 표절이 아니라 인용된 문헌의 저자에게 credit을 주는 정당한 행위이다. 그런 경우에는 인용된 문헌의 저자가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강신준씨는 그런 credit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credit을 주어야 하는 경우에 credit을 주지 않는 사람의 credit은 이제 계속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에 황우석 사태 이후에 논문 윤리 위원회가 생겼다. 이러한 윤리 위원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그 학교에는 학문적 credit이 없는 학교라는 증거다. 어떤 제도가 있으면 다 좋은 것 같아도, 그 제도 자체가 치욕인 경우가 있다. 서울대학교의 논문 윤리 위원회가 그런 경우이고, credit을 주어야 하는 경우에 credit을 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credit을 무너뜨린 뒤 더 이상의 credit의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니 치욕스러운 것이다.


2.
학문적 credit의 세계는 호칭으로 만들어진다.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credit을 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강유원 선생님의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은 국민윤리헌장을 만든 철학자 박종흥이었다. 그런데 강유원 선생님의 지도교수님(이석윤 선생)은 박종흥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이라고만 불렀다. 반면, 고건 전 서울시장의 아버지인 고영건 선생에게는 고영건 “선생님”이라 불렀다. 아주 오래 전에 고려대 철학과 교수였던 어떤 분에게도 선생님이라 불렀다. 한편, 자신보다 선배인, 서울대에서 희랍철학 가르치는 박홍구 교수에게는 “박홍구 교수”라고 불렀다. 그런데 자기보다 선배인데 형편없다 싶으면 “~씨”라고 불렀다. 그래서 서울대에서 현상학을 가르치던 한전숙 교수에게 “한전숙씨”라고 불렀다. 자기보다 후배인데 공부 잘 했던 사람은 “교수”라고 불렀다. 학문적 credit을 주는 정도에 따라 호칭을 달리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 업계에서 권위자인 학자는 같은 분야에서의 번역이나 저작에 대하여 인정해주거나 인정하지 않을 권한 같은 것이 있으며, 그러한 권위자-학자의 제자는 자기 분야에서 번역을 하거나 저작을 쓸 때 다른 학자들보다 학문적 credit을 (정당하게) 선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헤겔 철학 분야에서 권위자인 동국대 철학과 이석윤 선생은 임석진씨가 번역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대하여 학문적 credit을 주지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이미 <한길사>에서 임석진씨가 번역한 <<정신현상학>>이 출판되었음에도 “<<정신현상학>>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제자인 강유원 선생님이 <<정신현상학>>을 번역해보려 한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이석윤 선생이 “최초의 완역이 되겠군.”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현상학>>에 관한 한 학문적 credit은 이석윤 선생의 제자인 강유원 선생님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적 credit은 권위자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서울대 백종현 교수가 칸트의 3비판서를 <아카넷> 출판사에서 다 냈다. 그런데 만약 강유원 선생님이 또 <<판단력 비판>>을 번역해서 출간을 한다 해도,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백종현 교수가 강유원 선생님에게 “뭐야. 엉까는 거야?”라고 할 수 없다. 이석윤 선생의 제자인 강유원 선생님에게 credit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종현 교수가 강유원 선생님보다 훨씬 선배-선학이지만, <<판단력 비판>>에 관한 한 credit은 강유원 선생님에게 있다는 것이다. <<판단력 비판>> 역자서문을 보면 이석윤 선생의 글을 참고했다고 나와 있다. 만약 안 써져 있었더라면 이석윤 선생의 제자인 강유원 선생님이 백종현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credit을 뭉개시는군요.”라고 할 수 있다. 즉, 누군가가 선행해서 해놓은 것을 읽고도 거기에 대하여 안 읽은 척하며 credit을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자기 credit도 뭉개지는 것이다. 이렇게 남의 것을 참고해서 번역하거나 저작을 냈음에도 credit을 주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의해 참고 되었으면서도 credit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겨도 할 말이 없다. 동양에서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그렇다. 서양에서도 누구 제자인가를 엄청나게 중요하게 따진다. 그래서 추천서가 중요한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3.
중국사상연구의 권위자인 미조구찌 유조의 제자는 고지마 쯔요시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고지마 쯔요시는 미조구찌 유조의 학문적 credit을 물려받는다. 미조구찌 유조가 고지마 쯔요시와 공저를 하는 것도 미조구찌 유조가 고지마 쯔요시에게 학문적 credit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저란 것이 괜히, 아무하고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동경대출판사에서 그 두 사람의 공저가 나오면 독자는 고지마 쯔요시가 미조구찌 유조에게 학문적 credit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이 공저한 저작을 한국판으로 옮길 때에는 그 두 사람의 학문적 credit을 한국 출판사 측에서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의 책이 한국판으로 옮겨진 것을 보면 미조구찌 유조의 이름보다 출판사 이름이 더 크게 찍혀 있다. 출판사의 이름은 희미할 정도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도리어 credit을 올리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짓은 학문적 credit의 세계에 대하여 완전히 무지한 백성이 하는 짓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책이 천 권이 팔리고 만 권이 팔려도 부끄러운 것이다. 만약 이렇게 개념 없이 번역된 책을 일본에 보내서 저자인 고지마 쯔요시에게 보여줬더라면 한국을 좆같은 나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역자후기를 쓸 때 출판사나 출판사 대표나 책을 편집한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쓰지 않는 것이 맞다. 원래 출판사 사장이나 출판사 편집장은 거론되지 않음으로써 credit이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고지마 쯔요시의 한국인 제자가 있는데 그는 고지마 쯔요시의 책을 옮기고는 ‘옮긴이의 말’에서 “<동아시아> 출판사 대표 한성봉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고선 바로 다음 문장에서 “지도교수인 고지마 선생님”이라고 했다. 출판사 사장과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같은 호칭을 쓰는 것은 scientific credit 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이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철학자 강신주의 책의 사례에서 보듯이, 출판사 사람 이름을 저자 이름 옆에 떡하니 써놓는 세상이다.


4.
강유원 선생님이 중앙대학교 강의를 하던 시절, 중앙대 학생들 몇 명이 강유원 선생님이 동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걸 알고는 자기들보다 공부 못하는 새끼가 가르친다고 열 받아 했다고 한다. 강유원 선생님에 따르면 “그런 개좆같은 새끼들이 많”다고... 실은 누구 제자냐가 중요하지 어느 학교 다니느냐는 안 중요할 수가 있다. 적어도 scientific credit의 논리대로라면 말이다. 그런데도 한국사회에는, 강유원 선생님의 표현대로, “scientific credit이 아니라 좆도 아닌 학벌 크레딧이 있”다. 그리고 credit 개념이 없으니까 그저 입학 성적 가지고 따진다. 서울대 수의학과의 학문적 credit이 (황우석 때문에)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학교가 한국과학계의 국치일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등학생 수험생들은 당연히 서울대 수의학과를 목표로 한다. 인프라 측면에서 그 학교가 더 매력적인 이유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에 비해 학문적 credit이 덜 중요한 기준이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거니와,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때라고 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진학에 있어 학문적 credit이라는 판단기준은 아예 부재하고 학벌이라는 판단기준이 절대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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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재미있어서 원 소스가 뭔가 뒤져봤는데 아마 이거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잘린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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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을 사용하는게 크레딧을 주는 방법이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 선생님은 1933년생이야. 내 선생님의 지도 선생님이 박종홍 선생이야. 근데 내 선생님이 박종홍 선생이 자기 지도교수고 자기 주례까지 서 준 양반인데, 내 선생님은 자기 지도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선생님한테 선생님이라고 안해. '박종홍 선생'이라고 그래 그냥. 그런데 내 선생님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몇 분 있어요. 돌아가신 분도 있고, 살아계신 분도 있는데. 이를테면 고건 서울시장의 아버지가 고형곤 선생인데, 나는 고형곤 선생한테 '선생'이라고 그러는데, 내 선생님은 '고형곤 선생님'이라고 그래. 그다음에 박홍규 교수 있죠? 그 서울대학교에서 희랍 철학 가르치는 양반. 그 양반한테는 자기보다 선배인데 선생이라고 그러지 않고 '박홍규 교수'라고 불렀어. 자기보다 선배인데 형편없다 싶으면 '~씨'라고 불렀어. 서울대학교에서 현상학을 가르치면 한전숙 교수라고 있어요. '한전숙 씨' 그렇게 불렀어. 딱 들으면 알아. '아 한전숙 씨는 선생님한테 발렸구나'

자기보다 후배인데, 후배한테 선생이라고 그럴 순 없잖아. 그러니까 후배한테 크레딧을 줄 때는 교수라고 불렀어. 가령 성균관대학교 손동현 교수. 그런데 헤겔 철학 회장 오랫동안 해먹은 임석진 씨가 있어요. 나도 '씨'라고 부르는데ㅋㅋ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선생님이) '임석진 씨하고! 손동현 교수가 올 거야' 이렇게 말했단 말이야. 크레딧을 이렇게 주는 거라고. 논문 쓰면 도장 받으러 가야 되거든. 선생님이 나한테 '임석진 씨한테도 갔다 와' 그래서 갔어. 돌아오니까 '여름에 더운데 가발 벗고 있던가?' 그래서 '벗고 계시더만요' 했더니, 선생님이 '아 임석진 씨는 좀 품위가 없지' 이렇게ㅋㅋ 그런 게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잘 봐요. 우리나라에서 임석진 씨가 번역한 헤겔 정신현상학이 한길사에서 나왔죠. 우리 선생님이 그거에 대해서 학문적인 크레딧을 안 줘. '정신현상학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거ㅋㅋ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선생님한테 '제가 정신현상학을 번역해볼까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아 좋은 일이지, 최초의 완역이 되겠군' 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그거를 번역해서 내놓으면 알라딘 독자들 알라디너들은 '강유원이 임석진이 이미 번역했는데 또 냈네!' ㅋㅋ 내가 귀담아듣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겠죠? 업계에서는 내가 정신현상학에 대해서 크레딧을 가지고 있어. 우리 선생님의 헤겔 철학 학계에서의 크레딧을 내가 물려받는 거야 이렇게.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백종현 교수가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 번역해서 냈죠. 아카넷에서 냈죠. 아 업적이지. 내 선생님도 판단력 비판을 번역했어. 이석윤 선생님. 근데 만약 내가 판단력 비판을 번역해서 출간을 하잖아? 그러면 백종현 교수가 나한테 '이게 뭐야'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나한테 크레딧이 있어. 백종현 교수 곧 퇴직해. 나보다 한참 선배야. 근데 판단력 비판에 대한 크레딧은 나한테 있어 지금! 여러분 (아카넷) 판단력 비판 역자 서문 보세요. 이석윤 교수의 번역을 참조했다고 써져 있지. 그런데 만약에 안 써놓았다. 그러면 내가 백종현 교수한테 전화할 수 있지. '크레딧을 뭉개시는군요'라고 말할 수 있지. 그럼 그 사람은 자기 크레딧도 뭉개지는 거야. 누군가가 선행하는 사람이 해놓은 거 있죠. 크레딧을 주지 않는 행위.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상 비판 역자 서문은 보지도 않았어. 판단력 비판이 딱 나왔을 때 역자 서문을 봤지. 내 선생님의 번역본에 대해 언급이 안 되어 있으면 나도 나중에 판단력 비판을 번역해서 낼 때 나도 아카넷에서 나온 백종현 교수의 번역본을 언급 안 해. 뭉개고 가도 돼. 근데 알라디너!들은 '다 나왔는데 뭐가 잘났다고 지가 또 냈네'. 다 개소리야. 크레딧은 나한테 있어. 학문적 크레딧이라는 게 이렇게 전수 된다는 걸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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