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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6/23 10:50:46
Name   구밀복검
Link #1   https://gall.dcinside.com/heroism/357240
Subject   [군림천하 패러디] 건승신마
"사부, 외롭습니다...."

진산월은 비석에 이마를 갖다 대었다. 눈자위가 뜨듯해지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흐르다 턱밑으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진산월은 사부의 비석을 끌어안으며 소리 죽여 오열했다. 그 자신도 지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연중을 하고 글이 안 써져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그가 아닌가? 하나 연재중단의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사부의 무덤 앞에 서자, 그의 마음은 끝 모를 슬픔과 외로움에 휩싸여 자신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건만 그의 필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가 잡으려는 별은 갈수록 멀어져서 아득해져만 가는데, 그는 그 별을 꿈꿀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자신은 도저히 완결하지 못할 작품을 썼던 것일까?
진산월은 연재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울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독자들이 미워서 울었다. 일단 나오기 시작한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에 비석이 흠뻑 젖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 그는 눈물을 멈추었다.  

(중략)

<연중하고 싶은 자, 파(破) 하라>

진산월의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에 잠겨 있던 진산월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느닷없이 오른손에 연중신공을 끌어올려 돌무더기를 후려쳤다.
콰아앙!
벼락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돌무더기는 진산월의 손에서 쏟아져 나온 경력(經力)에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돌무더기가 무너지자 그 자리에 하나의 작은 동혈(洞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보니 돌무더기는 그 동혈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저 동혈이 과연 진리로 가는 입구(入口)란 말인가?
저 동혈 속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중략)

침상 위에는 백골 한 구가 있었다. 진산월은 먼저 백골을 향해 절을 했다. 백골은 물론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진산월은 큰절을 올린 다음 돌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백골은 가슴에 한자루 책을 안은 자세로 돌침상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는데 살아생전에는 기골이 장대했던 사람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진산월의 시선이 백골이 가슴에 안고 있는 비급으로 향했다. 그때 진산월은 비급의 표지에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필체로 쓰여있는 네 개의 글자를 발견했다.

<군림천하(君臨天下)>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진산월은 안색이 대변하더니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치는 것이었다.

"연중작가 진산월이 대선배의 유체를 봬옵니다."

백골을 향해 삼고구배를 올리는 진산월의 표정에는 격동의 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비급 군림천하의 저자야말로 연중제일마이며, 천하에서 가장 많은 연중을 하기로 유명한 건승신마(健勝神魔) 용대운이었던 것이다.
용대운은 살아생전에는 독자들에게 지옥(地獄)의 사신(死神)보다 더욱 두려운 존재였다. 그는 일단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추호도 제대로 된 글을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중년 시절에는 그야말로 완결을 내는법이 없었다. 나이를 먹어도 그 성정은 여전하여 일단 연재를 시작하면 반드시 세 번 이상의 장기 연중을 하고야 말았다. 그의 별호는 건승신마였지만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용가놈이라고 불렀다.
한무 연중의 역사는 용대운이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좌백은 한 가정의 아버지답게 우진이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좀처럼 긴 연중을 하지 않았으며 의생 한백림은 예고없는 연중 기간으로는 당대제일고수(當代第一高手)였으나 연중 본신의 명성은 용대운에게 미치지 못했다. 또한 쟁선계의 이재일은 연중보다는 온갖 설명을 동원한 문장력으로 더 이름이 높았다.  

(중략)  

그렇게 용대운의 유골을 정리하던 중, 진산월은 유골의 밑에서 하나의 책자를 발견했다.

<건승비록(健勝秘錄) >

그 책자는 표지부터 예고 없는 연중의 기상을 느끼게 하는 글씨 넉자가 쓰여있었다. 진산월은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며 책장을 넘겼다.

<그대가 연중으로 고민하는 작가라면 기꺼이 다음 장을 넘겨라. 그대가 연중을 한 적이 없는 성실작가라면 연중을 하고 동북 방향을 향해 구배를 올린 후 다음 장을 넘겨라 연중할 생각이 없으면 책을 놓고 조용히 물러가라 이 책은 연중하는 작가만이 읽어 볼 수 있다. >

자긍심 넘치는 그 필체를 보기만 해도 건승신마가 어떠한 인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장부터는 진산월이 그렇게 찾아 헤메던 연중의 각종 비기(秘技)들이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연중구구검(連中九九劍)>
한 편의 연재 분량을 아홉 등분으로 벤다. 이를 다시 구궁으로 나누니. 그 연재분은 모두 팔십일 화에 달한다. 이로써 능히 분량을 늘리고 독자들의 백 원을 뜯어낼 수 있으리라.

<천둔연중(天遁連中)>
천둔이란 하늘로 숨는다는 뜻이다. 인간이 어떻게 하늘로 숨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다시 말하면 독자의 비난으로부터 귀를 막으며 미처 독자가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 연중이나 연참을 하는 수법이다. 일격필살의 강맹한 맛은 없지만 능히 독자를 혼란시키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색혼연중(天遁連中)>
정말 위급한 마감에 처하면 독자들에게 욕을 안 먹기 위해 누구나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색혼연중은 바로 그러한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일단 완벽하게 익혀둔다면 언제고 그것이 네 연중을 도와줄 것이다.

.... 아홉 번째의 비기는 연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은 건승신마의 독문절기였다.

<건승강기(健勝強氣)>
건승강기는 건승신마의 무공 중 가장 패도(覇道)적인 절기였다. 이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를 살상하기 위한 무공이었다. 용화소축에서 독자제현의 건승을 빈다. 34권으로 완결을 짓겠다. 다시는 연중을 하지 않겠다. 등으로 전신의 경기를 독자들에게 분출시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독자들을 주화입마로 격상시키는 사과문의 일종이었다. 용대운이 독자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된 것도 이 건승강기에 힘입은 바가 컸다.
건승강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무공이었지만, 이것을 익힘으로써 건승신공은 본연(本然)의 위력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진산월은 건승강기의 구결을 읽어보기만 해도 이 건승강기가 자신이 익힌 연중신공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건승강기가 공격을 위한 무공이라면 연중신공은 수비를 위한 무공이었다. 자신이 만약 연중신공에 건승강기의 묘용(妙用)을 결합시킬 수만 있다면 그 위력은 능히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진산월은 용화소축에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완성한 지금 별다른 감회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연중의 진리를 알아냈다. 모든 연재는 결국엔 작가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작가는 갑이고 독자는 을이므로 일단 작가가 글을 쓰면 연재는 올라오지만 작가가 연중 하면 연재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되는 것이다. 마음이 일면 연재하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연중한다. 그것이야말로 건승신공 십팔 초를 관통할 수 있는 궁극의 요결이었던 것이다.
진산월의 머리속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건승신마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냈다. 그것은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가득 담긴 웃음이었다. - 건승신공 십팔 초를 단숨에 관통할 수 있다면, 능히 연중으로 연재를 평정할 수 있다! 건승신마의 자신에 찬 음성이 귓전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진산월은 손에 들고 있는 건승신공의 미완성 비급을 내려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건승중원(健勝中原)이다."

건승중원! 항차 한국무협 연재시장을 경악에 떨게 하고 모든 독자에게 주화입마를 안겨준 무적(無敵)의 연중 신공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그것은 진산월이 용화소축에 들어온 지 정확히 이십 년 만의 일이었다. 연재 재개는 이미 물 건너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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