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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22 17:29:34수정됨
Name   구밀복검
Subject   요즘엔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요즘엔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급격한 구조 개편을 겪으면서 세대간 생활 양식과 소비 스타일의 변화가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한 종합 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신한 리뷰' 여름호에서는 세대를 뉴 키즈 세대, 약관 세대, 베이비붐 세대, 뉴 그레이 세대로 구분 지어 세대별 특성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 근거, 세대별 의식 구조와 라이프 스타일의 특성을 소개한다.

뉴 키즈 세대
이른바 뉴 키즈 세대란 중고등학생/대학신입생 및 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10대 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소위 컬러 TV를 보고 자란 감각 세대이다. 물질적 풍요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이 이들을 지배한다. 성공과 출세가 더 이상 최고의 인생 목표가 아니며, 자유와 개성 실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전의 10대는 얼굴에 여드름이 있고 땀내나는 교복 입은 모습이 먼저 연상되지만 뉴 키즈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단한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고 유행을 앞서간다. 남들만큼을 거부하고 개성 차별화를 지향하면서도 유행이나 붐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 자란 세대이며, 행동이나 사고가 극히 즉흥적이라는 데에서 인스턴트 세대라고도 불린다. 무엇이든 어렵고 복잡한 것은 거부하고, 한 가지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 한다. 사랑도 우정도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낸다. 남녀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앤드로즈너스(Androgynous, 중성화) 현상이 이들 사이에 확대되고 있다. 길게 기른 뒷머리, 한쪽 귀에 걸린 귀걸이, 짧은 반바지가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10-20년 후 이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지금으로선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약관 세대
약관 세대는 70년대를 전후해 태어나 산업화와 개방화 시대의 교육을 받고 자란 20대 연령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교복 두발 자유화의 혜택을 누리면서 청소년 시절부터 개성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부여받은 세대이다. 이른바 개성 세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92년 현재 이들은 총인구의 19.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적으로 우세한 이들의 영향력은 87년 민주화 투쟁과 그 이후의 선거에서 '영 파워'라는 이름으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소비시장에서도 이들은 의류와 같은 소비재 상품이나 뉴 비즈니스 영역에 있어서 유행 정보의 발산지 역할을 한다. 이들은 내일보다는 오늘, 결혼보다는 연애, 집보다는 자가용이 더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반미와 반제 통일 지상주의라는 극단적 진보주의와 함께 국가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다는 신사고에 입각하여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들은 편법이 자행되는 것에 분노하고 원리 원칙을 중시한다. 기존의 부정과 비리를 누구보다 거부하며 의지를 과감하게 행동으로 표출한다. 그러나 반미와 민족 주체를 부르짖으면서도 햄버거와 피자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고, UIP 영화 직배를 반대하면서도 '사랑과 영혼'을 보러 가는 것이 이들이다. 그래서 양면성을 가진 이들을 '페르소나 인간형 세대'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베이비붐 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625 종전 이후의 결혼 러시와 더불어 60년대 중반 이전 물자 부족 시대에 출생한 연령층을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구는 총인구의 19.3%로 20대와 함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 다량 세대의 출현이 사회 상황과 제도의 변화를 초래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세대가 기성세대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가치관과 생활 문화를 선도했다는 데 더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소위 '신세대'라는 개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 세대 생활양식의 특징은 3F(Family oriented, Feminism, Free and easy)라는 키워드에 집약돼 있다. 즉 이 세대에 들어서 구체적인 일상의 행동, 의식의 규범이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뉴 마이홈주의'가 자리 잡고, 여성도 당당히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기 시작했으며, 업무 이외의 여가 생활을 통해 자기 인생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생맥주로 대표되는 이들의 문화를 혹자는 저속한 히피이즘의 모방이라고 비판하지만, 통제된 정치 상황과 사회 인습에 대한 최초의 계층적 대응이었다는 점과 사회 문화의 중심을 청년층으로 옮겨놓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뉴 그레이 세대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중년 세대는 양적 팽창과 함께 사회적 위상 강화로 이전의 중년과는 다른 '뉴 그레이'세대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뉴 그레이 세대는 한국 사회 발전의 주역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기업 학교 등 제반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전의 중년 세대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해방 이후 외래차입적 사회구조에서 탈피, 처음으로 토착적인 사회구조를 정착시킨 장본인이라는 데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전환 세대로, 자신들의 가치관과 행동 논리가 그 이전 이후 세대 어디에도 편입될 수 없는 경계 세대의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신세대인 자녀들과 심한 세대간 갈등과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뉴 그레이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무렵, 우리 사회는 입학이나 취업 관문이 좁아 치열한 경쟁의식과 성취욕구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다. 높은 성취욕구에 바탕을 둔 '하면 된다'는 목표점령식 행동철학으로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일해 '일벌레'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들이다. 요즘 상당수의 뉴 그레이 세대는 그동안의 충실한 경쟁력과 성취감을 바탕으로 기꺼이 독립적 노후 생활을 즐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녀들을 모두 자립시키고 부부 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위 TONK(Two Only No Kid)족이란 개념이 우리 사회에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93년 7월 12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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