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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20 00:25:19
Name   알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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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방인 읽고 육성으로 욕하면서 책 집어던지는 만화






ㅋㅋㅋ 리뷰어 분이 화가 많이 나셨군요ㅋ


개인적으로 이방인은 뫼르소를 미화하지 않았고 충분히 나쁜놈,이상한놈,찐따스러운 놈으로 잘 표현해 놓았다 생각합니다. 뫼르소는 멋있는 악당도 아니고 그냥 개찐따 그 자체에요. 하지만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 누구나 한마리쯤 가지고 있는 흑염룡이 문제였던 거죠.. ㅋ 뫼르소는 그 흑염룡을 살살 건드리는 데가 있긴 있습니다ㅋ 여기서 아 이제 소설 다 읽었다 흑염룡 들어가~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 흑염룡이 자기 세상 만났다고 미쳐 날뛰면서 뫼르소 찬양하면 저 만화 리뷰어 같은 반감도 생기는거 아닌가 하는.. ㅋ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수를 안하고 계속 삐딱선 탔으면 뫼르소처럼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밑으로는 제가 어디 평론집 같은 데서 보고 요약한 이방인 해설이에요. 만화랑 대비해서 읽어보실만 할겁니다 ㅎ






보통 사람들은 세계와 자아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보다는 연극 속의 역할을 연기하듯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자아를 맞추는 데 몰두한다.



이에 비해 뫼르소는 장례, 재판, 종교 등의 사회적 의식에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로 참여한다.



그래서 뫼르소가 '다른 사람들과 절대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아무리 주장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이방인으로 여긴다.







하지만 만일 뫼르소가 비상식적인, 몰상식한 행동만을 저지른다면 독자들은 그를 이방인이 아니라 미친놈으로 여길 것이다.



독자들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그의 생각과 행동이 어쩔때는 충분히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식과 비상식, 의례와 무례, 죄의식과 순수성 같은 두 반대항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뫼르소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행동을 적절히 감추는 데 비해



뫼르소는 그것을 무심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뫼르소는 먼저 감정에 대한 감각의 우위를 보여준다.



장례식 바로 이튿날 뫼르소는 사무실의 옛 동료 마리를 해수욕장에서 만나서 젖가슴을 스친다든지



마리의 배에 머리를 올려놓는다든지 하는데 이것은 상중에 있는 아들이 취할 행동이 전혀 아니다.



동물적 본능을 감추는 것이 인간만의 윤리의 첫걸음일텐데 뫼르소는 그런 가치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뫼르소 스스로도 도덕적 감정에 대한 본능적 감각의 우위를 자신의 천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2부에서 변호사가 왜 장례식 날 냉담한 태도를 취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을 때 뫼르소는



"내게는 육체적 욕구가 흔히 감정을 방해하는 천성이 있다"라고 말한다.



마리와의 관계에서도 빈번히 정욕을 느끼고 애무와 성행위를 하는데도 막상 마리가 날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시큰둥하게 별 의미 없는 질문이라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진심이야 어떻든 자신의 섹스 파트너에게 그정도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방인에서는 결혼에 대한 언급도 종종 나오는데 그때마다 뫼르소는 입버릇처럼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면서



결혼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 사장이 파리 파견 근무를 제의할 때도 또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며 사양한다.



설령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 해도 현재의 변화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뫼르소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사랑은 연속적 감정인데 뫼르소는 불연속적인 현재에만 몰두니까 사랑의 감정이 생길 턱이 없다.



그렇게 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생리적 본능에 맞추어 행동하고 더욱이 그것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뫼르소는 사회의 놀이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사회에 스캔들을 일으키는 끔찍하게 순진한 사람이다.



숨겨도 좋을 생각을 굳이 고백해서 독자들에게 거리감을 갖게 한다.



그나마 1부의 장례식장에서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칙은 받아들여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2부의 재판에서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한 것은 치명적으로 작용해 결국 사형 판결을 받느다.



뫼르소는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기는 커녕 자해에 가까운 발언을 계속 한다. 그것이 진실이기는 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과장해서 정당화하는 세계에서 뫼르소는 이중인격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자신의 존재에 어긋나는 외관을 거부한다. 특히 언어를. 뫼르소는 언어의 코미디를 연출하는 것을 거부했고 그래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만일 뫼르소가 일관되게 재판을 거부하거나 무시했다면 독자는 그에 대해 훨씬 덜 낯설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재판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는 했지만 재판 절차에는 더없이 성실하게 임했다.



뫼르소가 독자에게 불가해한 이방인이 되는 것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구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프랑스 법조인이 판단하고, 죽은 사람도 프랑스인이 아니라 아랍인인 것을 감안하면,



뫼르소가 조금만 유연한 태도로 장례식 전후의 행동을 적당히 정당화했다면 적어도 사형은 면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뫼르소는 일명 '진실의 순교자'라고 불릴만 하다.







뫼르소를 낯설게 느껴지도록 하는 또 한가지 요소는 '무관심' 이다.



이방인은 세 명의 죽음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어머니, 아랍인, 뫼르소.



먼저 그 유명한 첫 문단에서부터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아들의 슬픔이나 비통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재판장에서 검사가 살인과 무관한 일상적 행동을 사형의 논거로 사용한는 점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데도,



앞서 보여준 뫼르소의 태도는 그런 불합리한 판결을 받은 그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쉬이 들지 않게 한다.



아랍인 살해에 대한 무관심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무관심 못지않게 심각하다.



레몽의 총격을 말린 그가 정작 자신에게는 발사의 가능성을 열어둘까?



이방인에서 그렇게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가장 가공할 서사가 바로 피살자 아랍인에 대한 철저한 경시이다.



이미 죽은 시체에 다시 네 방을 쏘는 모습은 마치 아랍인을 인간이 아니라 사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살인에 대해 후회보다는 난처함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일말의 자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주 충격적이다.



뫼르소의 무심함은 심지어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재판 과정에서의 발언들은 거의 사형 구형을 재촉하는 수준이고



항소에 대해서도 '어차피 누구나 죽는다. 언제 어떻게 죽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면서 포기한다.



급기야 사형 집행일 날 자신에 대한 증오의 함성을 기대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의 제목을 '이방인'이 아니라 '무관심한 자'라고 지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모든 경험의 가치를 동일시하고,



집착하는 것도 설명할 것도 증명할 것도 없기에 과장이나 거짓 없이 특유의 어투로 진실만을 말하는 뫼르소.



그럼 뫼르소는 왜 그렇게 보통 사람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그는 생각 없이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나름의 철학적 입장이 정리된 사람일까?



일단 뫼르소의 행동에는 일관성은 있다. 의례에는 무감하고 감각에는 충실한 행동 경향이 소설 전체에 걸쳐 변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행동은 우연의 산물은 아니다.



그리고 뫼르소는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잘 정리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정한 관찰과 성찰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 뫼르소의 성찰에 바탕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카뮈와 이방인을 이야기할 때 지겹도록 등장하는 '부조리'이다.



합리와 불합리를 따질 수 없는 상태.



왜 삶인가? 왜 죽음인가? 라는 질문에 선험적인 이유를 댈 수 없는 상태.



인간의 행동에 가치의 서열을 매길 기준이 없는 상태.



파리 생활이나 알제리 생활이나 매한가지인, 마리와 결혼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뫼르소의 입버릇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 라는 모든 삶의 평준화.







뫼르소는 그렇게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있어서 '서른 살에 죽든가 예순 살에 죽든가 다를게 없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죄석방을 떠올리면 '턱없는 기쁨으로 눈을 찌르는 피와 육신의 솟구침'을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뫼르소는 왜 상고를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일까?



그건 일체의 사회적 연극을 거부하고 부조리라는 진실을 온몸으로 살아내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상고의 포기로 사법적 연극을 거부하고 사제와의 면담 거부로 종교적 연극을 거부했다.



그래도 사제는 감방을 방문하여 회심을 촉구한다.



카뮈가 소설 후반에 하필이면 사제를 등장시킨 이유는



아마 사회적 의례와 기성질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제야말로 부조리의 진실에서 가장 멀리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제와의 면담에서 분노게이지가 꽉 찬 뫼르소는 사제가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을 때 마침내 절규한다.



'왜인지는 몰라도 내면의 무엇인가가 툭 터져버리면서'



뫼르소의 폭포처럼 분노를 쏟아내고,



그의 어조는 이전까지의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어요' 와는 180도 변모한 수다스러운 확신과 열변으로 가득 차 있다.



부조리한 삶에서의 가치의 평준화 -> 부조리에 대한 가치의 확신으로 변모한 뫼르소의 태도는



신앙으로 부조리의 진실을 회피하려는 사제의 삶보다 부조리를 확신하는 자신의 삶이 가치가 더 높다고 다소 모순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제 뫼르소는 부조리에 반항한다.



부조리를 부정하는 것이 반항이 아니라, 삶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분명한 의식으로 감당하는 것이 반항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 부조리한 줄 알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여 사회에 반항하는 것이다.



이제 이방인의 제목을 바꾼다면 '무관심한 자' 보다는 '반항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소설 초반에 장례도 사랑도 결혼도 육체적,생리적 욕구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던 '수동적 부조리 인간' 뫼르소는



부조리를 더욱 확신한 결과 죽음을 수용함으로써 부조리의 순교자가 되려는 '능동적 부조리 인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부조리를 의식하는 이방인에서 부조리라는 인간조건에 결연히 맞서는 반항인으로 서사적 정체성의 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1단계 - 부조리의 진실에 기초를 둔 현재의 감각에 충실한 삶 (마리와의 데이트 등)



2단계 - 재판에서 거짓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고



3단계 - 사제가 요구하는 기성질서의 연극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면서 부조리의 순교자가 되기를 자청.



그것이 뫼르소가 몰상식한 기행을 일삼는데 그치지 않고 철학적 신념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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