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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3/08 11:31:07수정됨 |
Name | 손금불산입 |
Subject | [해축] 마드리드 더비 골장면 및 감상평.gfy |
시메오네가 이번 시즌 들어서 꽤나 유연한 전술 운용을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실제로 그것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었는데, 저번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그렇고 이번 경기는 그러한 평가가 좀 무색한 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부족한 측면 공격수들의 역량을 커버하기 위해 공격 시에 양쪽 풀백의 위치를 꽤 높게 땡겨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을 시메오네가 파고 들었던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든 아틀레티코가 공을 탈취하자마자 요렌테와 카라스코가 레알 마드리드의 사이드로 침투했고 빠르게 그 쪽으로 볼을 전개하는게 이번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메인 플랜이었습니다. 선제골 장면도, 물론 볼을 탈취한 이후 역습의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었지만, 페를랑 멘디를 끌어들이고 그 공간을 파고든 요렌테가 경합 과정에서 나초를 완전히 제치면서 연출되었고요. 이 때문에 선제골을 실점한 뒤 레알 마드리드는 풀백의 전진을 자제시키거나 카세미루가 후방에 머무는 장면이 잦았고 가뜩이나 부족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더더욱 무뎌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빌드업을 시도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했는데 이것이 크로스와 모드리치로 가는 볼 흐름을 효율적으로 방해했고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볼을 잡더라도 좋은 위치에서 볼을 쥘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나초는 오늘 꽤나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더군요. 포지셔닝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좀 얼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후반이 되면서 리드를 허용하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는 반강제적으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쏟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완전 난장판이 납니다. 쿠르투아의 훌륭한 세이브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추가골 먹히고 경기 넘어갔어야 하는 경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기의 주도권을 쥐며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던 아틀레티코는 60분 중반대가 되자 후방라인을 싹 내리면서 박스 안을 틀어막는데만 열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수아레스는 최전방에서 호시탐탐 역습을 노리도록 배치되었지만 카라스코 대신 투입된 펠릭스와 더불어 많은 선수들이 적극적인 압박보다는 내려앉는 대형을 취했죠. 개인적으로 정말 의문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수아레스를 나초 하나에게 맡기면서 다소 도박적인 전진을 시도하던 상황이었기에 펠릭스가 전방에서 넓게 수비 가담을 돕다가 빈틈을 노려 추가골도 노려겠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이도저도 아니었던 느낌. 후방 라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수아레스는 계속해서 훌륭하게 볼을 키핑해주었지만 볼을 받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전방으로 달려주는 빈도가 많이 적어졌고 펠릭스는 제대로 된 위치를 잡지 못하면서 붕 떠버리더군요. 시메오네는 여기서 8명으로 박스 안을 틀어막는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부진한 공격진에게 실점을 허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 같은데, 공격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틀린 판단은 아니었겠지만 이 때문에 중원에서 크카모에게 공간을 주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전까지 크카모로 가는 볼 줄기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었는데 왜 굳이 눌러앉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빨랐어요. 수비진을 과신했던건지... 이 때문에 마지막 20분 동안은 핸디캡을 가진 복싱 선수처럼 가드를 올리고 그냥 두들겨 맞기만 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격 루트를 찾아 공을 전개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결국 계속해서 부진하던 벤제마가 위험지역에서 한건을 해내면서 수비수 4명을 바보로 만들고 득점에 성공... 이건 시메오네가 망친 경기라고 봅니다. 전반 같으면 그렇게 진입을 시도하는 장면 자체가 연출되지도 못했어요. 승점 차이가 많이 난 상태다, 혹은 우승 레이스의 경쟁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 뿐이다, 혹은 타이 브레이커를 아틀레티코가 갖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패하지만 않아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런 전략을 선택한 이유라도 찾을 수 있겠는데 어느 하나도 그러한 이유가 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홈에서 이기고 있던 승점을 드랍하고 레알 마드리드에게 타이 브레이커도 내주었으며 집에서 티비 보고 있던 바르셀로나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회장 선거 결과를 지켜보게 할 수 있었던 그런 경기가 되고 말았네요. 오블락과 쿠르투아의 기량이 꽤 돋보이던 경기였습니다. 하이라이트만 봐도 이 둘의 슈퍼세이브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쿠르투아가 아니었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진작 추가골 먹히고 경기 내줬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요렌테와 수아레스를 필두로한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좋은 편이었고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그닥이었는데 이 경기가 이렇게 되다니 참 기묘합니다. 벤제마는 부상 복귀전이라 그런지 골 장면을 제외하면 폼이 완전하지는 못한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결국 한건 해냈네요. 그래도 그 포지션을 넘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중에서는 제일 낫습니다. 결국 이번 경기는 쿠르투아가 버텨준 가운데 크카모와 벤제마로 해결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전형적인 경기였을지도요. 지네딘 지단은 4번의 리가 아틀레티코 원정에서 아직까지 패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기록은 1승 3무. 또한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가 홈 구장을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로 옮긴 이후에 아틀레티코 원정에서 아직까지 진적이 없다고 하네요. 이 전적도 1승 3무입니다. 저 때의 1승은 지단이 아닌 솔라리의 몫. 카림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라 리가 371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370경기의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제치고 클럽 역사상 논 스페니쉬 선수 최다 출장자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 경기의 승자는 아무래도 아틀레티코도 레알 마드리드도 아닌 바르셀로나가 아닐까 싶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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