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21/12/25 16:18:39
Name   구밀복검
Link #1   https://theqoo.net/2280791561
Link #2   https://theqoo.net/2280882006
Subject   쿠팡 계약직 3주차 후기 - 사브리나 너를 응원해
3년여간 무능 상사 및 직장 정치질에 시달린 나의 퇴사
공장 초기화를 해야 다음 직장생활이 가능할듯 하여 몇달간 속세를 떠나기로 함
속세를 떠나와서 하루 2번씩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미친 자아를 발견
직장 시절보다 돈을 더 많이 씀 전부 식비로
이러다가 다음 직장 가기 전에 알거지되겠다 싶어서 일을 구하기로 함
초기화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이어서
오래 할 일 말고 임시로 좀 하다 말 일을 구함
더쿠에서 쿠팡 알바 글을 200개정도 읽음
이거다 싶어 알바몬에 문자를 보냄
갑자기 담당자가 계약직 제의를 함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함
면접갔더니 기간 채우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함
ㅇㅋ하겠다고 함


출근함
너무너무 힘듦
너무너무 몸이 힘듦
내 몸의 안 쓰던 기관들을 전부 써봄
집에 와서 잠만 잠
밥도 안먹음
배달 안 시킴 잠만 잠
눈뜨면 쿠팡 감
가서 겁나 일하고 거기서 밥 주면 그 밥 쿠팡밥 먹음 1일 1식
밥 고봉밥 먹음
뻥안치고 밥만 두공기씩 퍼서 먹음
한 입에 최대로 많이 먹으려고 입 와구와구 벌려서 먹음
왜냐면 숟가락 들 힘 없음
나는 나이도 많음
숟가락 들 힘 없음
회사 다닐때 안먹던 맥심 모카골드도 꼭 챙겨먹음
자양강장제가 따로 없음
3주차 7킬로 빠짐 노 거짓
인생 최저 몸무게 됨
고봉밥 먹어도 상관 없음 일이 너무 힘들고 이 힘든걸 3일 연속 하고 1일 쉬고 또 3일 하고
내 삶은 노동 잠 노동 잠 노동 잠
살 찔 틈 없음
쿠팡 풀필트먼트 쥬비스 감사함


노동할때
진짜 내가 기계가 된건지 기계가 내가 된건지 미칠것같음
첫 출근때 입고 간 회색 옷 검정 바지를 3주째 입고 있음
꾸밈 이런거 1도 없음 집 오면 자고 눈뜨면 어제 그 옷 주워입고 쿠팡감
너무 먼지가 많아서 머리를 안감아도 떡이 지지 않음
일은 진짜 바보가 와도 할 수 있는 난도임
미친 반복 작업과 노휴식임
하도 현타가 와서 상황을 설정하고 설정에 흠뻑 빠져서 일해보기로 함
즉 알고 보면 이곳은 러시아 노동교화소임
알고 보면 나는 사실 독일 포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잡혀서 노동교화소에 갇힌 거임
그래서 쿠팡 3개월 형을 받음
그리고 사실 이름은 사브리나임
사브리나는 반복적인 일을 기계처럼 해야 함 휴식은 없음
느려지면 잔소리 들어옴
가혹한 간수 막심이 사원님! 속도 신경써주십니다! 라고 말함
내가 배정받은 교화소는 무한 이기주의가 가득함
그동안 본 후기에서는 쿠팡가면 서로 서로 관심도 없고
개인플레이 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서로에게 관심이 많아서 맨날 흉보고 텃세가 미쳐 돌아감 험담 쩔고
아 역시 사내정치는 러시아 노동교화소에도 있는 것이었다
내가 좀 느려지면 고인물+연세있으신 사원님이 겁나 엄청 뭐라고 하고
다른 사원들하고 낄낄거리면서 내 앞담화를 함
게다가 이곳의 냉기는 역시 시베리아답게
일하는 내내 개추움
나의 피땀이 얼어붙음 내 눈썹에 성에가 낌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 내가 무거운 걸 들어야 하면
옆에서 손이 나타나 대신 가져가 버리고
또 무거운 걸 끌어야 하면 옆에서 손이 나타나서 밀어주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깐 주저앉으면 내 자리에 대신 와서 노동을 커버해주는
이 교화소에서 있을 수 없는 이타적인 상황이 일어남
그것도 나에게
심지어 실화임
상상이 아님
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2시간 4시간 6시간 계속되자
나는 그 손의 주인과 이미 영혼결혼식 해버림
다음날도 계속되는 호의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이 내 이름을 물어본 순간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
아 이게 바로 인터넷 세상에서 보았던 쿠팡에서 알바하다가 노비끼리 눈맞는 기분 그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개오바하지 말자 흔한 친절일뿐
지금 나의 이런 착각은
나는 솔로에서 상추쌈 한번 싸줬다고 미쳐돌아서 혼자 질주하는 영철같은 짓이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곱게 접어봄
이때까지 나는 손 주인의 이름도 모름
며칠 후 나는 일하다가 부상을 당해 절뚝거리는데
주변 고인물 사원은 동정을 커녕 아프면 집에나 가라고 면전에서 말해서
인류애를 상실하였으나
내가 다리가 부러질 지언정 지금 조퇴하기엔 일당이 아까워 개참고 있는데

절뚝이는 나를 목격하고 그가 대신 관리자에게 제보를 해주고
어디서 부목 비슷한걸 구해와서 응급처치를
그리고 내 몫의 일까지 대신 해주는 그 순간
나와 그는 장차 1남 1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 예정되었으며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인데
이 교화소에서 나가면 반드시 푸른 들판에 아궁이를 놓고 밥을 지어 소박한 결혼식을 하리라
이후에도 노동 교화는 똑같이 반복되는데
매일 다친 데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세르게이
비록 마스크 아래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 폴인럽


나덕 그린라이트다 vs. 나는솔로 영철이다
후자일시 쿠팡에서 유모차 주문함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유머 게시판 이용 규정 9 Toby 15/06/01 55184 9
67552 올해도, 내년도, 그 다음년도... 5 Darwin4078 24/12/24 738 2
67551 우리나라에서 게임할때 자주 듣는 말 13 + swear 24/12/24 816 0
67550 산타의 정체 1 먹이 24/12/24 566 0
67549 241221 조엘 엠비드 34득점 5리바운드 9어시스트.swf 김치찌개 24/12/24 130 0
67548 21세기 아시아 축구선수 Top 18 김치찌개 24/12/24 330 0
67547 순정차량에 불법튜닝 과태료 부과한 공무원.jpg 5 김치찌개 24/12/24 737 0
67546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 공개.jpg 김치찌개 24/12/24 409 0
67545 KBL 수건으로 선수 패고 사퇴하는 감독.jpg 김치찌개 24/12/24 380 0
67544 혼돈의 나이 30대 중반 6 swear 24/12/23 671 0
67543 김은희와 딸이 물에 빠지면 딸을 선택하겠다는 장항준.jpg 1 둔둔헌뱃살 24/12/23 687 0
67542 요즘 초딩밴드 수준 2 swear 24/12/21 899 0
67541 20대에 사기결혼 당하셨던 할머니 4 swear 24/12/21 1039 0
67540 인생 처음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어본 차은우.jpg 2 둔둔헌뱃살 24/12/21 845 0
67539 왠지 타기 싫어지는 버스 할인중독 24/12/21 650 0
67538 고구려 나라 꼬락서니 2 허락해주세요 24/12/21 783 0
67537 12.3 쿠테타 내란 사령부의 위용 5 매뉴물있뉴 24/12/21 915 0
67536 생로먹방의 비밀 PD 육아 휴직 시작하며 남긴 영상 1 다군 24/12/21 795 0
67535 골 때리는 영상 2 다군 24/12/21 484 0
67534 스타여캠 펀치왕 알료사 24/12/20 637 0
67533 프리더 1 알료사 24/12/20 517 0
67532 241218 야니스 아데토쿤보 26득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swf 김치찌개 24/12/20 174 0
67531 241217 제임스 하든 41득점 1리바운드 6어시스트 3점슛 7개.swf 김치찌개 24/12/20 186 0
67530 마오타이 현지 정품인증.jpg 2 김치찌개 24/12/20 787 0
67529 맛이 끝내준다는 제주도민 소울 푸드.jpg 김치찌개 24/12/20 63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