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 15/09/22 02:11:30 |
Name | No.42 |
Subject | 아가리오는 인생을 은유한다. |
우연히 우연히 찾아들어가게 된 웹게임 agar.io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보통 아가리오(...)라고 읽는 듯 합니다만, 역시 어감이 좀 그렇죠?; 이 게임은 웹브라우저 상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인터페이스, 조작도 퍽 간단하고, 게임의 진행도 더 이상 단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이 게임, 하다보면 금새 빠져들고, 빠져들다보면 참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듭니다. 대체 이 간단한 게임이 뭐라고 이런 생각이 드는 지 모르겠는데, 어지간한 철학서적이나 자기계발서적 저리 가라 할 만큼의 교훈과 반성을 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서론을 발라놓고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게임 게시판을 들르시는 분들이라면, 사실 큰 설명 없이도 10분 정도에 이 게임에 대해서 금새 다 파악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단순히 마우스 커서 위치로 움직이는 셀을 조종하여 [더욱 커지는 것], 그 하나의 목적을 가지는 게임입니다. 필드에는 색색의 덩어리들이 퍼져 있습니다. 이 게임의 지상법칙은 바로 이것 하나, [큰 놈이 먹는다]입니다. 맵에 뿌려진 덩어리들은 가장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이들도 이것을 열심히 모아서 기본적인 사이즈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덩어리를 열심히 모으다 보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일 겁니다. 이들도 열심히 자신의 셀을 키우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사이즈가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여러분의 셀과 대동소이한 크기가 있는가 하면, 화면 한 부분을 싹 다 가릴만큼 거대한 셀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보다 큰 셀과 들이받게 되면 여러분이 키운 셀은 깔끔하게 그쪽의 양분이 되고, 게임오버가 됩니다. 이런식으로 소육대식의 정글을 계속 헤쳐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셀은 커지면 커질 수록 느려지게 됩니다. 즉, 작은 셀은 먹힐 위험이 있는 반면에 빠른 속력으로 도주하기가 쉽습니다. 사실 이것만 보면 너무 커져서 느려진 셀은 다른 셀을 사냥하는 것이 녹록치 않아보입니다만, 이를 위한 기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스플릿 입니다. 마우스를 따라 움직이는 셀은 스페이스 바를 입력하면 똑같은 크기의 두 셀로 나뉘어지며, 앞으로(즉 마우스 커서 방향으로) 반쪽을 빠른 속력으로 쏘아보냅니다. 이를 통해서 크기가 작아 빠르게 움직이는 셀을 덮쳐 포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반으로 나뉜 후에도 그 셀을 먹을 수 있을만큼 충분히 상대보다 큰 사이즈여야 가능하지요. 스플릿은 연속으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첫 스플릿에 두 셀로 나뉘고, 이어서 바로 하면 다시 4분할이 되고, 또 하면 8, 16분할이 되지요. 그리고 자신의 셀을 이렇게 분할하는 것은 상대에게 먹힐 위험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나보다 절대적으로 작은 셀이어도, 내가 둘로 나뉘어 있으면 각개격파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플릿으로 분할된 셀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로 뭉치게 되고, 이때 마우스 커서를 두 셀 가운데로 지정하면 빠르게 다시 합쳐집니다. 물론 두 셀 간의 속도차이가 있으니 계속 한 방향으로 이동하다가도 합쳐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보다 작은 셀들을 포식하다보면 어느새 주변의 다른 셀들이 개미처럼 보이는 자이언트로 성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화면 오른쪽 위에 보이는 상위 10명의 랭커 안에 자신이 보이게 되면 우쭐한 기분이 들게 되지요. 그런데, 화무십일홍이라고 거대 셀의 권세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맵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초록색의 선인장같은 셀들이 보입니다. 이것은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보다 작은 셀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통과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보다 큰 셀이 바이러스를 들이 받으면 순식간에 16분할이 되며 산산조각이 나게 됩니다. 때문에 작은 셀들은 이 바이러스를 방패 삼아서 큰 셀들의 사냥에서 도망치곤 합니다. 이 게임은 마우스와 스페이스 바, 그리고 W키만을 사용합니다. W키는 자신의 셀의 일부를 나누어서 발사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렇게 발사된 덩어리는 스플릿과는 다르게 그냥 맵에 버리는 것이라서 이를 통해 다른 셀을 잡아먹거나 덩어리를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덩어리 발사는 다른 셀에게 먹이를 주어 키우거나, 바이러스에 먹이를 주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다른 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여러가지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이 게임 최고난이도의 컨트롤 중 하나인데, 먹이를 7개 먹은 바이러스는 마치 스플릿하듯이 먹이가 날아온 반대 방향으로 나뉘어 쏘아집니다. 이를 통해서 거대한 셀에게 바이러스를 발사, 산산조각낸 후에 잡아먹는 것이 대표적인 자이언트 킬링 초식이죠. 이렇듯 단순한 게임인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다보니 별의별 꼴을 다 보게 됩니다. 이 게임에는 무려 [팀플이 존재합니다.] 저는 보통 Free for all(FFA)를 즐깁니다만, 열심히 하는 이들은 팀을 짜서 하기도 합니다. 팀플은 주로 아군을 W로 키워주어서 상대를 먹게 하거나, 더욱 과격하게는 자신이 스플릿을 하여 아군을 급격하게 키워주기도 하고, 상대를 몰아서 바이러스 슈팅으로 부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냥을 하며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들이 팀플 서버가 아니라, FFA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는 겁니다. 현재는 FFA 서버에서는 두 셀 간에 빈번한 거래(?)가 이루어지면 페널티를 부여해서 지속적인 팀플을 어느 정도 막았습니다. 다만, 그때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필드에서 실로 화려하게 합종연횡하는 유저들의 모습은 대단합니다. 나를 먹겠다고 끈질기게 따라오는 저 녀석을 더욱 큰 다른 셀로 끌고가서 먹이로 던져준다거나, 혹은 그놈 엿 한 번 먹여보겠다고, 옆에 있는 다른 셀을 스플릿으로 키워서 추적자를 제거해버리기도 하죠. 가끔 다른 셀이 뒷쪽에 W로 먹이를 뿌립니다. 사이즈가 작을 때는 그 먹이가 퍽 탐이나는 것이라, 그걸 먹으러 움직이면 거기다 낼름 스플릿을 쏘아서 먹는 낚시꾼들도 많습니다. 도망가는 상대에게 W를 쏘아 사이즈를 키우고, 속도가 느려지게 해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이즈가 어느 정도 커지면 누군가가 와서 W로 조공을 바칩니다. 이것은 사전적인 의미의 조공, 즉, '크고 아름다우신 님, 저는 님에게 덤비지 않을 것이어요, 먹지 마셔요...' 정도의 제스쳐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렇게 놓아보낸 이가 나중에 몸을 불려와서는 올챙이적 기억은 냅다 버리고 덤벼드는 케이스도 흔하디 흔합니다. FFA에서 가끔 팀플처럼 나를 도와주는 이가 있습니다. W뿐만 아니라 스플릿도 적극적으로 쏘아주면서 사냥을 도와서 게임을 한결 편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격렬한 전투에서 내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지금껏 아군이라 여겼던 이가 갈라진 내 셀들을 잡아먹고 낼름 도망가기도 합니다. 혹은 그렇게 몸을 불려서 아예 내 숨통을 끊기도 하죠.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게임은 예능처럼 절대 좋게 끝나지 않습니다. 엄청 거대해져서 필드에 적이 없는 지경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바이러스에 당하거나, 스플릿 상태를 노린 다른 이들에게 뜯기거나 해서 게임오버를 당하게 되지요. 필드에서 가장 거대한 셀로 군림하다가 게임오버가 되면,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뼈에 스며옵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플레이버튼을 누르고 조그마한 셀로 다시 필드에 나서게 되는 마력이 이 게임에는 있습니다. 간단한 웹게임이지만, '시간이나 떼워야지'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는 시간이 증발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여유가 있으실 때, 천천히 한 번씩들 즐겨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혹시 필드에서 K1300R이라는 셀을 보시면 피하세요. 접니다. 전 무자비합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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