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15/11/15 14:54:49
Name   눈시
Subject   공허의 유산 캠페인 후기


+) 그냥 내용이 다 스포입니다.
+) 업적 100%하고 올릴랬는데 에필로그 테란 미션 못 해먹겠네요. -.- 천천히 해야 될 듯.
+) 자게에 올렸네요 -.-;;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진실놀이의 호불호
사실은 이거였다, 진실은 이거였다... 이야기 만드는 필수요소죠. 잘 하면 괜찮은 반전이지만 못 하면 영 아니게 됩니다. 한 작품 내에서도 그렇지만 후속작으로 갈 경우 문제가 커지죠. 그 변화가 잘 들어맞느냐부터 원래의 설정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발 문제가 걸리니까요.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봅시다. 갑자기 아제로스에 쳐들어 와서 평화롭게 사는 얼라이언스를 무참히 학살한 오크가 몇 차례에 걸친 '사실은~'을 통해 피해자 코스프레와 아제로스 거주민 행세를 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얼라이언스는 100% 피해자인데도 복수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잖아요. 천국에 계신 프라우드무어 제독께서 얼마나 한탄하시겠습니까!

... ( ..)a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워크래프트 1 만들 때에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고, 와우에서 양 진영을 확실히 가르기 위해선 호드를 절대악으로 만들면 안 됐죠.

이 점에서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는 비슷한 길을 갑니다. 한 쪽이 악의 축이던 것이 알고보니 깊은 사정이 있었고 알고보니 더 큰 적을 위해 손을 잡아야 될 상대였고 공존해야 될 상대가 되었다... 이렇게 말이죠. 일단 이것 자체부터가 호불호가 갈렸죠. 케리건이 죽여야 될 상대에서 무조건 살려야 될 상대가 된 것이요. 복수를 다짐했던 아르타니스는 혼종 같이 상대한 거 하나만으로 한 배를 탔다 그러는 걸 보면 -_-a 전 최소한 브루드워의 기시감 같은 거라도 나와줬으면 했습니다. 에 그러니까

"이전에도 넌 너의 속박이 풀렸다면서 같은 적과 싸우자고 해놓고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더냐?

이런 거 말이죠. - ,- 분파 통합을 조금 더 줄이거나 케리건 부분 더 늘렸으면 하는 마음이 남습니다. 그리고 군심 때 "케리건이 열쇠긴 한데 저그의 본성이 착해진 건 아니다" 그런 말을 통해 결과적으로 저그가 도움이 됐다 그런 걸 원했는데 이건 좀 너무 갔더군요 -.-; 최소한 알라라크 수준으로라도 티격태격 했어야지.

케리건 문제는 공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자날 때부터 케리건 떡밥을 차곡차곡 쌓아 놨으니까요. 그 때부터 호불호가 확 갈렸구요. 이걸 생각하면 에필로그 역시 필연입니다. 이건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공허에서의 '사실은~'을 다시 살펴보죠.

- 젤나가
스 1에서 젤나가는 프로토스와 저그를 진화시켰지만, 둘 다 실패합니다. 프로토스가 자만에 빠지자 버리고 갔는데 그 때문에 공격을 당했죠. 뭐 나중에 프로토스가 정신 차렸으니 절반의 성공? -_-a 저그는 프로토스의 실패에서 배워서 초월체로 정신을 집중시킵니다만 이 초월체가 막나가서 젤나가까지 흡수해 버립니다. 위대한 종족이지만 실패한 종족 느낌이죠.

소설 암흑기사단에서는 이게 조금 바뀌어서 젤나가가 번식도 안 돼서 육체와 정수를 담은 두 종족을 합치는 것이 목표다고 했습니다. 갑툭튀까진 아닌 게 오리지날 저그 캠페인 마지막에서 초월체가 이에 대한 얘기를 했죠. 또한 프로토스를 버리고 간 것이 젤나가가 일부러 키우기 위해서 한 거였다고 했죠.

그렇다면 타락한 젤나가 아몬은 대체 여기서 뭘 한 것이냐, 어떻게 타락한 거고 어디서 손을 뻗친 것이냐가 나옵니다. 둘을 하나로 모으는 게 젤나가의 목표였다면 그 둘을 섞은 혼종은 또 무엇이냐죠. 군단의 심장에서 여기에 대한 얘기가 조금 나옵니다. 원시 저그가 젤나가가 생각한 것이고, 초월체를 통해 전투병기로 만든 것이 아몬이라구요.

자 문제는... 밝혀진 진실이라는 게 이것들을 다 뛰어넘었다는 겁니다. 프로토스와 저그의 창조 자체는 젤나가의 의도였을지 모르되 둘을 일부러 진화시킨 것 자체가 아몬의 수작이었다는 것, 그 사실을 안 다른 젤나가들이 제루스로 가서 싸웠고, 모두 다 죽었다는 것이죠.

아래의 칼라와 연결되겠지만 이 '사실'이라는 게 너무 많은 걸 뒤엎어 버렸습니다. 불간섭의 젤나가라 해서 지금까지 프로토스가 믿고 따르던 대부분이 거짓이었다는 거니까요. 이쯤되면 다른 젤나가들이 한 건 그냥 프로토스와 저그를 점 찍은 것 뿐입니다. 뭐 이렇게 생각해도 고귀한 종족이고 뭐 그런 건 맞겠지만 그들이 한 걸 거의 모두 아몬에게 넘겨버리고, 그 의도도 너무 불순하게 가 버렸으니...

하긴 인위적인 진화는 안 좋은 목적을 가지거나 그런 결과로 간다는 건 클리셰긴 합니다만.

+) 근데 그런 버프 없이도 여기까지 온 테란은 정말 킹왕짱인 듯

- 칼라
프로토스가 그리도 자랑하는 칼라를 너무 안 좋게 몰아버렸습니다. 자유를 말할거다 생각했지만 칼라 자체가 프로토스를 조종하려는 아몬의 의도가 돼 버리다니... 위와 연결되는 영원의 투쟁 끝에 자기들의 잘못을 깨닫고 바꾸기 위해 이용하고 만든 것이 칼라입니다. 그런데 그 자체부터가 아몬의 의도가 돼 버렸다는 거죠. 카스(사바산)이 아몬의 수하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설정이예요.
그런데 정작 아몬의 수하였던 탈다림은 신경삭을 안 끊어도 아몬에게서 벗어날 수 있고 말이죠. -,- 죽으면 칼라로 돌아간다 하니 칼라에 있을 수많은 프로토스들도 모두 8:45...

덤으로 칼라와 공허를 합친 힘 황혼 떡밥도 이젠 날아가 버렸네요.

이래저래 진실이라고 하지만 너무 뿌리부터 바꿔버렸다 하겠습니다. -_-;

- 스타 2 만으로 본다면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도 있겠습니다. 한 2~3년 정도 이따 나온 후속작이라면 변경을 감수하기 쉬웠겠지만, 그 사이에 소설 등으로 칼라를 열심히 띄워줬고 프로토스 유저들 역시 칼라를 좋게 생각해 왔으니까요. 케리건이라는 우주 최악의 악녀를 미워하는 것도, 젤나가가 프로토스와 저그를 키운 뜻이 원대했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오죽했으면 승부조작에 프로토스가 없는 이유도 칼라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반대로 이것 때문에 칼라를 건드린 거긴 하겠죠.

스타 2만으로 본다면 스토리가 깔끔하게 진행되고 마무리되긴 했습니다. 모든 것이 아몬의 혼종의 위협과 그걸 구할 케리건,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제라툴, 의도했든 아니든 각 종족간 분쟁이 다 정리됐고 그 통합된 힘으로 아몬을 몰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 이전의 설정들이 그냥 배경설정 정도였다면 정말 괜찮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것들은 설정이 아니라 우리가 10년 넘게 감정이입했던 것들이었으니... 거기다 그냥 배경설정 정도로 한 새로운 게임이었다면 다들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겠죠. 그 연결을 잘 해줬으면 했는데 너무 파격적으로 바꿔버렸네요.

- 프로토스 스토리만 본다면
젤나가, 카스 외에도 얘기할 부분이 있죠. 스타 세계관을 재정립하고 특히 프로토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줬던 소설 암흑기사단 말입니다. 거기서 나온 각 부족간의 대립은 여기서 나오지 않습니다. 네라짐과의 대립이야 스타 1부터 나왔던 것이고, 대신에 정화자와 탈다림이 나왔죠. 암흑기사단 설정을 받아오면서도 너무 선을 그었다 할까요.

암흑기사단에 나오는 탈다림이야 옛날에 떨어져 나간 탈다림의 이름을 딴 것이니 제외하고, 자날-군심에서의 탈다림과 공유에서의 탈다림도 갭이 좀 큽니다. 우리만 구원받는다는 젤나가의 증인 수준이었던 이들이 서로 무한경쟁을 벌이고 신경삭을 안 끊고도 아몬의 조종을 안 받고 말이죠. 그리고 정화자는 너무 갑툭튀였습니다.

앞에 거 생각 않고 공허의 유산 자체만 본다면 괜찮은 선택이긴 합니다. 그 정도로 서로 개성이 뚜렷했고, 로하나를 통해 기존 프로토스가 그들을 보는 시선을 알 수 있고, 아르타니스를 통해 그걸 극복하는 진보된 통합 프로토스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네라짐, 정화자, 탈다림부터 노동자 계급(칼라이 계급)이었던 카락스까지 다 기사단이고 다 개성을 인정하고 통합해야 된다... 이런 주제의식은 괜찮았죠. 알라라크는 그렇게 정도만을 달려서 오히려 개성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르타니스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살려줬구요.

뭐 위에 거 반복이죠? 자체로만 보면 괜찮은데 연속해서 생각하면 이렇다...

+) 카락스 기사단 하는 거 킹덤 오브 헤븐 생각나는 게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그나저나 엔 타로 카스에서 엔 타로 아둔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고, 거기서 태사다르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엔 타로 제라툴과 엔 타로 아르타니스는 금방 가는군요. 수천년의 잠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프로토스인데 참 모든 게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 뭐 게임이니까
게임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에서야 칼라이, 네라짐 내의 갈등만으로도 그림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닛으로 개성을 보여주려면 확실히 다르게 하는 게 낫죠.

그 외에도 아무리 영상을 많이 잡고 대화를 많이 해도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돼 있죠. RPG도 아니고 말입니다. 최대한 줄이고 줄이고, 직관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든 면이 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소설, 만화의 도움을 빌립니다만 이 때문에 둘의 괴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암흑기사단 등장인물들을 안 보낸다 했겠죠) 다른 작가들한테 맡기니 설정붕괴만 나오고 -.-

스타 스토리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불만을 딱히 안 나타내는 게 결국 게임이니까요. -_-a 불만인 부분 많지만 다른 RTS는 당연하고 RPG 류에서도 스타만큼 괜찮은 스토리를 가진 걸 딱히 못 봤습니다. 그것들도 스토리를 따지고 따지고 따지면 이런 거 많겠죠. 그렇게 따질 스토리도 없는 게 너무 많고... 뭐 이정도면 만족한다 이런 걸까요.

- 에필로그는 잔치였다
프로토스끼리 그냥 아몬 잘 죽일 수도 있었고, 프로토스 사이에 케리건을 살짝 끼얹을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역시 갑툭튀라 불만이 안 나올수가 없습니다. 전 그냥 이게 잔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몬을 다 몰아냈고, 스토리는 이제 막을 내려야 됩니다. 셋이 손 잡고 각기 종족이 잘 하는 미션을 맡았죠.

너무 전형적이다, 헐리우드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세계가 멸망하는 위험에도 아이는 살려야 되고, 가족은 재결합해야 되며, 우정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연인의 사랑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구하고(자날), 여자는 자신의 숙명을 위해 남자를 떠나고(군심), 함께 적을 물리친 후 여자는 돌아옵니다(공유). 그리고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세 작품의 엔딩은 모두 레이너와 케리건으로 끝이 납니다. 스타 1에서의 악녀와 다른 길을 가 버린 케리건이었지만, 그렇게 가기로 했다면 끝은 결국 이게 될 수밖에요.

- 어쨌든 끝냈다
이렇게 끝이 났네요. 제라툴은 죽었고, 케리건은 젤나가가 됐으며 레이너는 그녀를 따라서 떠났습니다. 이제 앞으로 스토리가 나와도 스 2에서 나온 신세대의 얘기겠죠. 테란은 발레리안-호너의 지도부를 중심으로 노바가 있고, 저그는 자가라와 스투코프가 있습니다. 프로토스는 아르타니스가 신관이니 앞으로 얘기에서 주인공까진 안 가겠죠.

앞으로의 이야기는 아몬처럼 스케일 커지진 않을 겁니다. 미션팩을 내든, 스페이스 오브 스타크래프트를 내든 와우처럼 고만고만한 떡밥들을 순차적으로 내겠죠. 스케일을 줄여도 재밌게 만들면 될 거 아니겠습니까.

떡밥은 여전히 있습니다. 스투코프를 통해 UED를 다시 등장시켜도 되고 자가라와의 갈등을 해도 됩니다. 저그는 어차피 정수를 흡수하며 살아야 되는 존재, 언제든지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수정에 봉인돼 있던 울레자즈는 그 수정이 있던 샤쿠라스가 파괴됐지만 -_-; 이걸 안 쓸 순 없을 겁니다. 캠페인 내 암흑 집정관의 대사에서도 '울레자즈는 살아있다'고 합니다. 이용해 먹을 건 많아요.

10여년간 제발 끝까지 가주라 했던 스타크래프트 2의 스토리가 막을 내렸습니다. 불만은 많지만 기억을 없애줘 할 수준은 아닙니다. C&C 시리즈처럼 스토리가 완결이 안 난 것도 아니고 -_- 스 2의 캠페인은 정말 멀티와 1+1이라 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언제 나올지, 얼마나 더 갈지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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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D 빠이자 스투코프 빠인 저로서는 이 장면을 최고로 꼽을 수밖에 없네요 _-)b 캬아~

그리고...


엔 타로 제라툴.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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