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 인사를 남기는 공간입니다.
Date | 18/09/10 06:15:55수정됨 |
Name | lo-id |
Subject | 미리 인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링크를 타고 왔습니다. 십 몇년 전 20대 때는, 한국 인터넷 문화의 선두에서 음성적이나마 활동한다는, 전혀 대단하지 않은 착각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서툴었지만 순진해 보이기도 했던, 사람들이 왁자하게 떠들던 곳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친목 구별이 생기고, 모임을 나누어 우열을 가리고, 다른 쪽을 제거하고, 이권이 개입(그것이 결탁이든 아니든)하면서, 결국 사업이라는 어항 안의 아귀 다툼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돈이 된다고 흐뭇해 할 장소로 진화 혹은 퇴화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점점 숨어들었고, 결국에는 덧글조차 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은 거울을 보며 아직 이 정도면 아저씨임을 부정해도 되지 않을까 착각하지만, 사실은 하루하루 더 보고 겪은 것들이 부정적인 걸림돌이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어 왁자지껄 노는 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조심하려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게 늙었다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겠네요. 당차게 덧글로 깔 건 까야겠다 생각하던 사람이, 무언가를 겪고 나서 모든 생활에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비치게 되었습니다. 거칠고 조잡한, 주관적인 표현이지만 '삶의 거침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정도가 생각보다 너무 크더라. 여러분들은 어떻게 살아가시느냐. 어떻게든 다친 몸 질질 끌고가면서라도 회복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주저앉았더니 다들 가버렸구나. 이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인가. 성인 조건 미달, 나이만 먹을대로 먹어버린 어른아이가 되어버렸구나. 처절하게 살았으나 역시나 철저하게 부족한 바람에 아무 것도 없는 결과. 남은 것은 오직 나 하나만의 생각뿐.' 나 자신에 대한 멋대로 써내려간 감상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수많은 현재진행형 극복자들이 매일을 힘주어 살아가시는데, 저같은 사람의 수준은 '감성팔이' 딱 그 수준일 것 같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 자신은 다시 주저앉은 자리에서 또 날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공부하는 것이니까요.(이것이 지금의 거의 유일한 관심사가 되겠습니다.) 어렸을 때, 뜻하는 바 노력하면 못할 게 뭐냐고 생각하던 그 때 코웃음치던, 이제는 때려칠 때가 되었다던 그 공부가 지금은 저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니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매일 밤 재활 겸 체력유지를 하고 나서 잠들기 전 생각합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를 면접 때 그제서야 한다면, 역시나 감성팔이로 비웃음이나 당하거나 하자를 의심케 하는 낙방 사유나 될지, 노력이나마 가상하다 평하며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할지. 그렇게 열심히 머릿속에서 모노드라마를 하다가, '숨겨야 하나? 이게 무슨 죄라고? 그래도 숨겨야 하나?' 잠이 들지 못하고 맙니다. 그러다 링크를 타고 왔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여기는 머물 만 하기를' 바라면서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잠시 사라져 있겠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저에게는 좋은 일이 생긴 후일 것입니다. 그 전에 이곳의 좋은 모습을 간직하기 위한 증거로 지금 가입합니다. 지금 모습에 저 또한 머무르고 싶다는 동의의 표현이니까요. 또, 다시 돌아올 때 준비물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차 한잔. 남은 것은 다 저와 여러분들 사이에 있겠네요. 그리 되기를 바랍니다. 한결같으시길 바라며, 미래의 인사는 미리 앞당겨 하게 되었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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