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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29 23:08:43
Name   우편비둘기
Subject   이름 없는 영혼을 생각하며

저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 배를 까고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 수가 없지요.
이러한 호묘(?)성향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 가족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 다른 아파트단지에서 배회하던 길고양이를 돌봐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알츠하이머로 누워계신 할머니가 그래도 건강하여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계시던 그 시절
할머니께서는 돌봐주던 길고양이가 며칠 보이지 않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며칠이고 산책이라는 변명으로 고양이를 찾아다니셨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결국 다시 돌아온 고양이를 발견하셨고, 산책으로 가장한 수색작업에서 돌아와 너무도 아름답게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앵고가 돌아와서 밥 묵고있더라!"
참 기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에게 따뜻한 감정을 보내며 지내온 제게는 너무나 슬픈 날입니다.
저는 출근길에서 그들 중 한 마리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어디 화단에라도 묻어주어야겠다는 마음에 근처 편의점에서 장갑을 사서 나왔는데
어두운 시간 탓인지 사고가 나서 죽어있는 그 어린 친구를 차들은 몇번이고, 무정히도 또 무겁게도 밟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차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동안 저는 그 장면을 여과없이 지켜봐야만 했지요.

달려가 얼른 그 친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습니다.

선홍빛 내장.
사라진 얼굴 형체.
뼈마디가 부러져 움켜쥐는 힘을 가할 때마다
내 손에 의해 자유롭게 움직이던 작은 몸.
그리고 두 손에 남겨진 아기고양이였던 것의 체온..

그 누구라도 삶을 강제로 빼았긴다면 분노하겠지요.
땅을 파며 말 없는 그 길고양이를 대변하듯 분노하고 또 분노했습니다.
가녀린 생명에도 신의 사랑이 있었겠지요.
그 친구를 묻으며 잃어버린 사랑에 슬퍼하고 또 슬퍼하며 눈물 쏟았습니다.

저는 땅 속에서 처연하게 누워있는 그 어린 친구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갔길 바랍니다.
허무한 죽음이 없는 영원한 세상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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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대 호묘인입니다.
언젠가 인터넷 속으로 빠져들어 이런 글 저런 글 찾아 읽을 때가 있었습니다.
홍차넷은 그 시절부터 몇번 들러 이리저리 눈으로 구경만 했었지요.
주로 고전음악과 문학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들을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겐 음악과 책 그리고 고양이가 있는 일상은 행복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윗 글이 가입인사글로 적절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첫 글로 오늘 떠나보낸 작고 소중한 영혼을 위로하고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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