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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0/12 15:19:48 |
Name | 궁디스테이크 |
Subject | 안녕하세요 |
아내랑 여가시간에 간단하게 풀 수학 문제집을 추천 받고 싶어 검색하다가 오게 되었습니다 수능 이야기를 나누는 곳인줄 알았는데 RED TEA all for your health라고 써있어서 놀랐네요 사이트를 잠시 둘러 보았는데 과학 잡지를 보는듯한 재미가 있어서 회원 가입까지 하였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깊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짧게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전문직 종사자이지만 내가 하고있는 일이나 결과물의 일부 중 작은 것에 대한 명쾌한 상세 동작을 정리해봐라라고 하면 못하겠더군요 내가 고민하고 만들어낸 것인데 정작 본인이 뭐가 뭔지 모르는 겁니다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나는 100%, 완성, 끝 이런 단어들과 떨어져 있고 거의, 대충, 대략, 아마도 이런 단어들에 가까울까 얼마전에도 실수하고 또 실수하고 계속 너무나도 잦은 실수에 대해 반성하면서 그 와중에 또 실수를 하였습니다 2일동안 밤 새서 작업한 다음에 어이없는 1분 미만의 실수로 그 모든 작업을 없애버릴뻔한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할 뻔하기도 했어요 이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고 틀렸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과연 갑작스레 과도히 부정적인 자아비판일까요 단순히 업무 과로나 사는게 힘들어 누적되어온 스트레스로 인해 잃어버린 여유로 만들어진 우울함일까요 왜 그러는걸까? 인간의 실수는 절차를 만들고 따라하면서 많이 감소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죠 간단한 일을 할 때도 어떻게 진행해서 해야겠다라는 일종의 계획을 세워야 그대로 진행하며 상황을 분석도 할 수 있고 잘 제대로 했구나 하는 것도 확인이 가능할텐데 저는 무슨일을 할 때마다 그냥 생각없이 바로 진행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실수가 많았던 것이죠 정말 간단한 일, 관리자에게 데이터를 전달해줘 같은 쉬운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먼저 그려보지 않고 일단 진행하면서 그 와중에 바로바로 판단하고 지도를 그려가니 실수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겠지요 3번이나 없네요 생각이 없는건지 뇌가 없는건지 중간에 한 번 쯤은 있다고 써줘도 괜찮았을텐데 계획을 아예 못 세우는 바보인걸까? 하지만 여행 계획은 참 기똥차게 잘 세웁니다 초고수들의 하이클래스 초정밀세밀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시간 배분이나 효율 좋게 잘 세웁니다 :) 그리고 학창시절 추석 기간에 놀 때는 30분 단위로 어떻게 놀지 계획을 세워서 결코 시간대비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말 많은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러면 정말 왜 그러는걸까요? 계획을 못 세우는 것도 아니면서 왜 안 세우고 행동을 할까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정도면 됐어' 이 말에 중독이 된 것 같아요 어렸을적부터 눈치보는 기준이 나름 있었어요 시험 성적이 평균 80이네 심하게 혼나지는 않겠다 문제집 다는 못 풀었는데 대충 70%정도는 풀었네 나머지는 핑계 대면서 넘어가면 되겠다 등등 지금 생각해보며 느끼는 점인데 어렸을적부터 스스로를 속이며 설득하는 행동이 빈번하게 있었네요 순진한 저는 그 어두운 면모에 아무런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그만 깜빡 속아 넘어가버렸지요 잘못된 긍정적 위안에 중독되어 자신도 속이고 잠재력도 벗어버리고 참 그냥 대충 살아왔습니다 머리속에 시스템에 대한 패턴이 있었어요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척을 열심히 한다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히 시험을 망친다 성적표가 나올때까지 일단 논다 성적표를 보여드리고 혼난다 반성하는 척을 하고 눈치를 본다 부모님 기분이 풀린 것 같으면 다시 또 논다 무한 반복 인생 왜 이따구로 살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학문의 목표가 그냥 혼나냐 안 혼나냐 이따위 수준이니 이모양으로 밖에 결과가 안 나오는거죠 참으로 핑계가 좋네요 자신이 잘못걸어온 삶의 방향에 대해 그 원인 질타를 남 때문이라고 하고 있으니 영 보기 안 좋습니다 그것도 타인도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 때문이다 이렇게 널리 광고를 하고 있으니 정말 꼴불견이네요 성인이 되었고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달으면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 고쳐나갈 수 있었을텐데 이제서야 어쩌고 저쩌고 이러고 있으니까요 한심합니다 실패자는 자꾸 자신의 과오를 과거에서 찾고있죠 저는 진정한 실패를 올바르게 성공해내기 위해 과거에서 자신의 흠을 찾아서 광고하고 있답니다 자신이 얼마나 돋보이게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는지 아주 명확한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훌륭한 바보 같아요 바보 중에서는 대충 최고 레벨 같아요 진짜 바보라서 이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그 중요도가 체감이 안되는 것이겠죠 바보같은놈 저런 로직으로 인생을 살아왔어요 계획이 없으니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해도 노력부족이다 이정도 수준에서 끝난거고 성공을 해도 뭔가 개운한 맛이 없었어요 내가 A를 해서 완료해냈고 그 결과물이 성공했다 명확히 떨어지는게 없었어요 예리한 로드맵이 없이 마냥 대충 방향만 정해서 걸어가다가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성취감은 조금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길을 여정 중간의 작은 거점에 도달하기 위한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지나가며 얻어온 작은 성공에 대한 기쁨 이런게 없는거죠 그냥 아 뭔가 열심히 했는데 해냈다 ㅋ 운이 좋다 ㅋ 헤헤 참나 삶의 목표가 혼나지 않기였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삶을 계획적으로 모두 살아갈 수는 없겠습니다만 최소한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직업군을 꼼꼼함과 관련 없는 분야로 선택하든가 참~내- 하긴 그럴 수가 없었을테죠 꼼꼼하고 계획적이라면 자신이 꼼꼼하고 계획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테니까 이런 분야로 직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테죠 역설적이네요 이렇게 분석을 완료했으니 참 시원하네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인생의 중요한 진행을 위해서는 일부 계획을 하고 그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해야할 큰 일들이 산 처럼 많이 쌓여있네요 시험 보고 혼나고, 이런 수준을 넘어 정말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큰 일들을 해결해야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도망 칠 수도 없고 혼나고 반성하는 척하고 넘어갈 수도 없어요 혼나더라도 이제는 남이 아닌 스스로가 이해하도록 따끔하게 혼내야죠 분명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보게 되면 참으로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겠지만 반성을 확실히 하고 깊게 새겨진 행동양식을 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웃긴점은 지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주체인 저 자신이 가입인사를 어떻게 작성할지에 대한 이 글 전체를 어떻게 작성하고 전개하고 마무리 할지에 대한 어떠한 아무런 그림이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에 하두 많이 보여서 꼴뵈기 싫을 정도의 그 유명한, 아니 유명하다라고 하기엔 진부할 정도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글쓰는 기법???' 뭐 그런 수준이죠 이정도 글을 쓰다가 보니 우측 하단에 2774/120 이라고 적혀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머리가 띵하더군요 아 그렇구나 회원 가입 페이지는 짧게 작성하라고 120자 글자수 제한을 두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바보같을 수 있는지요 글자수가 제한 되어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주저리주저리 부끄러움을 모른채 나불대고 있었군요 그래서 글을 다 지우고 다시 119자를 맞춰 글쓰기 버튼을 눌렀더니 120자 글자수 제한은 그 이상 쓰라는 의미의 제한이더라구요 ctrl + z 덕분에 다시 별 쓸모 없는 거품을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그동안 맥주로 채워뒀던 탄산 같은게 몸에 남아있지 않나봐요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봐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춤춰봐도 거품이 나오지 않네요 ㅎㅎ 레몬을 많이 먹어 이쁜색 소변이 나온건지 아니면 김 빠지고 남은 맥주인지 구분이 안되는 글 덩어리입니다만 인사를 길게 남기고 가게 되네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 머리가 무겁네요 뭐라는건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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