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했다고 하니까 뭔가 의도를 가지고 저질렀다는 얘기처럼 보이는데, 일본에서 말하는 정치적 판단, 정치결단이라는 건 찬반이 갈리는 상황, 논란이 있는 상황,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권자가 책임지고 지르는 겁니다. 이 발언 역시 논란이 될 만한 상황에서 외무성이랑 상의한 뒤에 총리 본인이 결정했다는 소리고요. 그리고 여기서 나온 발언 중 제일 중요했던 건 이런 말장난 같은 게 아니고, 아베가 긴급사태 선언과 개인권 제한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친 겁니다.
일본정부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느리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져왔는데,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의 통계 자료가 믿을 수 없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고, 코로나의 위험성이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기존의 형편없던 대처는 올림픽 뿐만 아니라 시진핑의 방일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문제의 입국제한 조치도 시진핑의 방일 무산이 나오면서 터졌고), 뒤늦게라도 뭔가를 하려는 거 같긴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태만했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여기에 자민당이 하는 거라면 뭐든 반대할 야당들과 강경대처가 야기할 인권 문제 등을 넘어야할테니 별로 전망이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엥 진실까지야.. 아베는 '최종적으로는 정치적판단'이라고 말했고 거기서 정치적판단이라는 것은 이게 나한테 정치적으로 유리한가 불리한가 라는 '정치질'적인 의미에서의 정치가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정치'같은 말에서 흔히 쓰였듯이 본래 의미에서 '정책의 결정과 실행'같은 의미로 말한거죠. 아베가 그렇게 이 결단의 책임은 정치인인 내게 있다 뭐 이런 것까지 생각한 멋있는 말까진 아니겠지만 아무튼 겉으로 말한 것은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거지 '이게 정치쇼라는 고백이다'같은 해석은 틀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