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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12/19 15:34:37 |
Name | 대법관 |
Subject | 함익병 "내 얘기도 들어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인터뷰였습니다. 함익병이라는 인물을 아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사람은 정치에 대한 야욕을 그동안 대놓고 드러냈고 숨길 생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부분인데, 정계에 발도 못 붙여본 인사가 2020년 재선 출마가 어그러진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었을 정도였죠. 그러면서도 올해 추호 영감님이 부르자마자 어디가 됐건 기꺼이 돕겠습니다며 바로 달려온 것을 보면 정계은퇴라는 용어는 순전히 자기 위안용 단어였을 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보면 함익병 개인이 얼마나 정치를 하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이번에 얼마나 아쉬웠는지 구구절절 묻어납니다. "한 두 달쯤 전인가, 김 박사가 전화를 걸어와서 ‘함 원장님,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박사님 가시는 곳이면 어디가 됐건 기꺼이 돕겠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공동선대위원장을 얘기하는 것인 줄은 몰랐다.” - 박사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정말 몰랐을까요? ㅎㅎ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연락을 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 관계자가 전화로 ‘2014년에 그런 인터뷰를 했느냐’고 물어왔다. ‘기자회견을 준비해주면 설명하겠다’고 했더니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이 사람들이 무슨 농담하고 있나’ 싶었다. 사과를 하려면 2014년에 방송사에서 사과하자고 했을 때 했다. 지금에 와서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그거 하겠다고 사과를 한다? 자존심의 문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보수가 참 비겁하다고 느꼈다.” “나를 감싸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함익병이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고는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상대방이 공격해오면 응전(應戰)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당사로 가든 국회로 가든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에 했던 인터뷰 기사 전문(全文)을 다시 읽어보았다.” “무능(無能)한 것이다. 내가 무척 갖고 싶던 자리였는데 그걸 못 하게 되어서 안타깝다든가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김종인 박사가 전화를 걸어와서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미안합니다’라고 하기에 괜찮다고 했다. 내가 정말 화가 난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종인 박사에게 총질하기 위해서 나를 공격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였다.” - 저도 이 부분은 참 의아하긴 합니다. 노재승은 함익병보다 훨씬 악질적이고 극우꼴통적인 발언을 했거든요. 그것도 훨씬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사용해서. 근데 노재승에게는 기회를 주고 함익병은 단칼에 목을 쳤다? 본인은 자신이 추호 영감 라인이라서 그랬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 ‘최악’이라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 뛰어다니는데, 나는 몇 시간 만에 잘려버렸으니, 내가 더 나쁜 놈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 전과 4범은 되는데 왜 나는 안돼 “민주당 사람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적군(敵軍)이고, 없는 것도 만들어서 하는 판 아닌가. 민주당이 1차 가해(加害)한 것은 오케이(OK), 그거는 적이 하는 일이니까. 나는 민주당의 사과는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지한다고 했던 그 당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 자기들이 데려가려던 사람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놈이라고 생각했으면 (국민의힘 사람들이) 그렇게 꼬리를 내렸겠나. 내가 당대표거나 후보라면, ‘어디 내가 한번 직접 볼 테니 인터뷰했던 거 갖고 와봐라’ ‘이런 걸 갖고 공격을 받아? 한번 붙자’고 했을 것이다. 그래야 장수(將帥) 아닌가.” - 국민의힘 개XX 그런가하면 자기나름대로 정견까지 몇 개 풀어줍니다. "이제는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 없는 일개 시민이 하는 얘기이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 이 시스템으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못 간다.” 내각제 개헌(改憲) 얘기인가. “당연히 개헌을 얘기해야 한다. 35년간 실험해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대통령 개인이 잘못한 게 아니라 시스템이 잘못된 것 아닌가.” - 개헌을 부르짖는 유일한 후보 덕산이형이 계십니다.. — 역시 정치는 못 할 것 같다. “하하하. 나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치적 상상력을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포항제철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네가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우리 정치는 늘 비슷하게 이렇게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같이 운다고 한다. 나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같이 앉아서 울어주는 사람을 지지한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소상공인 지원이나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이젠 얘기를 해봐야 ‘독재 찬양’ ‘여성비하’ 했다는 사람이 그걸 면하려고 이런 얘기 한다는 소리나 듣겠지만.” -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줄 몰랐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세우고 계셨던 분 “주위에 벌써 (윤석열의) 눈을 흐리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게 본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검사 출신들이 가득한 것도 걱정이다.” - 윤핵관 OUT 너무 글이 길어졌는데, 인터뷰는 훨씬 더 길고 의견이 갈릴 법한 함익병 개인의 정치시선과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 부분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인터뷰를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아 정치하고싶다"라고 생각합니다. 당을 가리지도 않았고 붙어야할 사람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기회를 찾기 위해 기웃기웃했던 것도 사실이었구요. 이제는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함익병과 연이 되는 사람이 없고, 이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으니 함익병 본인이 정계로 진출할 수 있는 잔도는 모두 끊어진 셈이네요. 정견이 일치하고 일치하지 않고를 떠나서 정치에 대한 야욕을 이렇게 노골적이고 순수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또 오랜만이어서 꽤 여운이 남는 인터뷰였고, 누군가의 꿈이 끊어지는 것이 언제나 즐거운 일은 아닌터라 조금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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