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6/14 15:39:16
Name   카르스
Subject   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


일방적인 K-방역 찬양이나 규탄을 피하고, 생각해볼 문제를 많이 짚어준 좋은 글입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특이하게도 팬데믹을 상대로 국지적 유행에 맞는 전략을 썼다는 지적.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처음엔 잘 대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누적되었다고
그러다가 오미크론 유행이 오면서 급격하게 전환.
오미크론 유행이 없었다면 우리도 중국처럼 K방역의 성채에 갖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도 남깁니다.

======================================================================
K방역은 한국식 코로나19 대응의 명암을 모두 내포한다. ‘명(明)’은 뚜렷하다. 보건·의료 위기에서 기본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사망자 수를 놓고 보면 한국은 확연히 잘한 그룹에 속한다.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에서 한국은 약 670명으로 일본(602명), 싱가포르(305명) 같은 나라들과 함께 낮은 축에 있다(〈그림 3〉 참조). 앞으로 엄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시행된 고강도 방역이 감염자 커브를 완만하게 눌렀고 그 덕분에 의료적으로 더 많은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 코로나(Zero-COVID)’를 목표로 삼았던 중국(85명)은 가장 극단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명암에서 ‘암(暗)’은 안개처럼 퍼져 있다. 1차, 2차, 3차, 4차 유행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 규모가 불어나며 2020년 초에 수립된 K방역과 현실의 간극은 점점 벌어졌다. 그 사이에서 미스매치로 인한 피해와 모순도 누적돼왔다.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감염자를 모조리 찾아내고, 밀접접촉자들을 추적해, 빈틈없이 격리시키는 TTI는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일 때는 성공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500명이라면 보건소 직원들을 ‘갈아 넣어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1000명(10배), 2000명(20배), 1만명(100배), 10만명(1000배)으로 불어나면 제아무리 물량 공세를 늘리고, 인력을 보충한다 해도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유행 규모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팬데믹 2년 차가 되도록 “2주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견디고, “짧고 굵게” 인내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파했다. 백신이 도입된 뒤에는 ‘접종률 70%가 될 때까지’라는 목표가 정해졌지만 역시 단기간 참고 견디면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이 찾아올 거라는 ‘K방역 종식 서사’의 연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를 장기간 지속될 ‘팬데믹’으로 이해했다면 의당 물어야 하는 질문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보건소를 비롯해 일선의 방역 요원들은 언제까지 강도 높은 업무를 버틸 수 있을까?’ ‘학교와 보육시설 문을 오래 닫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그동안 각 가정은 어떻게 자녀 돌봄을 해결하나?’ ‘영업이 중지되는 동안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어떻게 보장하나?’ ‘외출도, 면회도 금지된 요양시설·장애인시설 입소자들의 삶은 어떠할까?’ ‘코로나19에 걸린 투석 환자, 임산부 등은 언제까지 별도 트랙으로 관리해야 하나?’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049 사회與 "디시-펨코-클리앙 등 익명커뮤니티 사업자 책임 강화"...정통망법 개정안 발의 16 카르스 23/09/06 2056 1
36048 경제韓 직장인 재택근무 월 1.6일…34개국 중 최하위 8 카르스 23/09/06 1958 0
36014 정치2024년 총선, ‘승패의 방정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4 카르스 23/09/03 2246 2
35925 사회정부, '살인예고' 게시자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한다 20 카르스 23/08/24 2384 0
35900 국제AI 챗봇 라벨링 작업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케냐 노동자들 8 카르스 23/08/22 1946 0
35710 사회2년 후 또 한국서 ‘아·태 잼버리’… 새만금·고성 경쟁 5 카르스 23/08/08 1382 0
35673 정치한동훈과 농지개혁, ‘탈냉전 스마트 우파’의 출현 21 카르스 23/08/05 2393 0
35625 사회장애아 키워낸 나경원, '주호민 사건' 두고 "양쪽 모두 이해" 26 카르스 23/08/02 2718 10
35597 사회한국 의사 월급 OECD 최고…임금 노동자 평균의 4~7배 26 카르스 23/07/31 2278 0
35596 국제"학부모 악마화는 해법 아냐" 교권 붕괴 먼저 겪은 일본서 배운다 21 카르스 23/07/31 2164 13
35570 사회'나치식 경례' '책상에 나치 문양'… 독일 시골 고교서 무슨 일이 11 카르스 23/07/27 2036 0
35568 사회韓 정부 신뢰도 OECD 평균보다 높아 20 카르스 23/07/27 2143 2
35541 사회교육부, 8월까지 '교사 생활지도' 고시 제정…정당한 훈육 보장 8 카르스 23/07/24 2044 0
35467 사회한국 포털 뉴스 시스템의 순기능? 4 카르스 23/07/18 2094 7
35410 사회서울 지하철요금 10월 150원 인상…버스 8월 300원↑ 14 카르스 23/07/12 2134 0
35409 경제"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 개선"…'하한액 폐지·조정' 검토 17 카르스 23/07/12 1964 0
35340 정치윤석열 정권 이상 징후가 가리키는 것들 26 카르스 23/07/07 2159 1
35324 경제주36시간 일하는 청년층에 물으니...75%가 "더 일할 마음 없다" 21 카르스 23/07/05 2222 0
35286 경제다둥이 엄빠, 소득세 '획기적' 경감…與 'N분의 N승' 프랑스 저출산 대책 추진 19 카르스 23/07/02 2298 0
35149 정치“文 실세 ‘주체사상파’ 정의로운가” 대학의 황당 시험 8 카르스 23/06/21 2025 0
35067 국제"우리나라 희망적" 한국 51% 일본 26%...보수일수록 낙관했다 4 카르스 23/06/15 1969 0
35048 댓글잠금 국제해외에도 ‘노키즈존’ 논란, 그 안에 도사리는 ‘성인주의’ 43 카르스 23/06/14 3119 1
35047 사회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 9 카르스 23/06/14 1994 2
34673 의료/건강비대면 진료, 약 배송 빠진다…야간·휴일 소아과 진료 초진 허용 5 카르스 23/05/17 1953 0
34589 경제크레이머 교수 "이민정책, 고학력 여성 경제활동 참여 기여" 3 카르스 23/05/10 2113 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