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7/18 01:50:48
Name   카르스
Subject   한국 포털 뉴스 시스템의 순기능?
포털 뉴스가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간 포털 뉴스가 수행해온 긍정적 역할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뉴스 회피 현상은 덜 두드러지는 편인데 이는 높은 포털 뉴스 이용률과 무관치 않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지난 4월 설문조사를 실시해 ‘뉴스 레퍼토리(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뉴스를 이용하는 경로의 조합)’를 분석한 결과,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도 뉴스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이른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그룹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32.71%가 포털 뉴스와 TV 뉴스의 조합을 활용해 뉴스를 이용했고, 27.71%는 포털을 포함해 다양한 뉴스 플랫폼을 두루 이용하는 소위 ‘잡식성 이용자’였으며, 26.29%는 포털과 소셜 미디어(SNS)의 조합을, 13.29%는 포털 뉴스만 집중적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즉 이 결과는 포털 뉴스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환경 덕에 많은 이용자가 어떻게든 뉴스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포털 뉴스를 통해 뉴스를 보는 행위는 시민들을 정치적 이견(異見)에 노출되게 한다. 2018년 한국언론학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배치에 의존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불일치하는 정보를 더 많이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뉴스 배치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포털 뉴스는 다양한 언론의 뉴스를 한곳에 모아서 보여주는 터라 이용자들이 정치적 성향을 넘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에 대해 숙의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셋째, 국내에서 엄밀한 의미의 가짜 뉴스 사이트, 즉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뉴스 형태의 허위 정보를 대량 유포하는 서비스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 역시 포털 뉴스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슬로우뉴스〉 이정환 대표는 최근 한국소통학회 학술대회에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체계 때문에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제평위의 검증을 통해 포털에 입점하지 못하면 사실상 큰 트래픽이 발생하기 어려운 국내 뉴스 환경이 광범위한 허위 정보 생산과 배포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포털 뉴스의 긍정적 영향을 나열한 것은 그것을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포털 뉴스 정책이 바뀐다면 그간 포털 뉴스가 수행해온 긍정적 역할을 강화 또는 최소한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포털 뉴스 환경이 정말 문제이고 개선할 수 없다면 그것이 수행했던 긍정적 기능을 대신할 방안이 무엇인지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질, 뉴스 이용이 시민성 제고에 미치는 영향 등에는 전혀 관심 없이, 포털 뉴스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보만 대량 노출시켜 마치 홍보 수단처럼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포털 뉴스 정책을 수립하는 데 조금도 끼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639
===============================================
최근 네이버 다음의 댓글창 변화도 그렇고 포털 뉴스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이라 생각해서 올려봅니다. 
포털 시스템이 문제다, 포털이 한국 언론을 망쳤다는 성토야 많지만 이런 소수의견은 보기 힘들죠.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049 사회與 "디시-펨코-클리앙 등 익명커뮤니티 사업자 책임 강화"...정통망법 개정안 발의 16 카르스 23/09/06 1956 1
36048 경제韓 직장인 재택근무 월 1.6일…34개국 중 최하위 8 카르스 23/09/06 1758 0
36014 정치2024년 총선, ‘승패의 방정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4 카르스 23/09/03 2126 2
35925 사회정부, '살인예고' 게시자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한다 20 카르스 23/08/24 2308 0
35900 국제AI 챗봇 라벨링 작업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케냐 노동자들 8 카르스 23/08/22 1715 0
35710 사회2년 후 또 한국서 ‘아·태 잼버리’… 새만금·고성 경쟁 5 카르스 23/08/08 1301 0
35673 정치한동훈과 농지개혁, ‘탈냉전 스마트 우파’의 출현 21 카르스 23/08/05 2299 0
35625 사회장애아 키워낸 나경원, '주호민 사건' 두고 "양쪽 모두 이해" 26 카르스 23/08/02 2623 10
35597 사회한국 의사 월급 OECD 최고…임금 노동자 평균의 4~7배 26 카르스 23/07/31 2205 0
35596 국제"학부모 악마화는 해법 아냐" 교권 붕괴 먼저 겪은 일본서 배운다 21 카르스 23/07/31 2039 13
35570 사회'나치식 경례' '책상에 나치 문양'… 독일 시골 고교서 무슨 일이 11 카르스 23/07/27 1937 0
35568 사회韓 정부 신뢰도 OECD 평균보다 높아 20 카르스 23/07/27 2059 2
35541 사회교육부, 8월까지 '교사 생활지도' 고시 제정…정당한 훈육 보장 8 카르스 23/07/24 1955 0
35467 사회한국 포털 뉴스 시스템의 순기능? 4 카르스 23/07/18 1955 7
35410 사회서울 지하철요금 10월 150원 인상…버스 8월 300원↑ 14 카르스 23/07/12 2057 0
35409 경제"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 개선"…'하한액 폐지·조정' 검토 17 카르스 23/07/12 1877 0
35340 정치윤석열 정권 이상 징후가 가리키는 것들 26 카르스 23/07/07 2077 1
35324 경제주36시간 일하는 청년층에 물으니...75%가 "더 일할 마음 없다" 21 카르스 23/07/05 2107 0
35286 경제다둥이 엄빠, 소득세 '획기적' 경감…與 'N분의 N승' 프랑스 저출산 대책 추진 19 카르스 23/07/02 2212 0
35149 정치“文 실세 ‘주체사상파’ 정의로운가” 대학의 황당 시험 8 카르스 23/06/21 1914 0
35067 국제"우리나라 희망적" 한국 51% 일본 26%...보수일수록 낙관했다 4 카르스 23/06/15 1733 0
35048 댓글잠금 국제해외에도 ‘노키즈존’ 논란, 그 안에 도사리는 ‘성인주의’ 43 카르스 23/06/14 2954 1
35047 사회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 9 카르스 23/06/14 1912 2
34673 의료/건강비대면 진료, 약 배송 빠진다…야간·휴일 소아과 진료 초진 허용 5 카르스 23/05/17 1855 0
34589 경제크레이머 교수 "이민정책, 고학력 여성 경제활동 참여 기여" 3 카르스 23/05/10 2000 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