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12/19 12:57:07
Name   매뉴물있뉴
Subject   ‘엄마’가 ‘유가족’이 된 1년
시사인에서 지난 841호(2023년 10월 31일 발행)때 이태원 참사 1주기 특집 기사들을 보도했습니다.

연작 기사들 자체가 되게 길고 내용도 방대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알려야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디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무조건 아래에 직접 첨부된 몇개의 단락을 꼽겠습니다.

사실 저 기사를 읽은것은 제게도 몇달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에 와서야 저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소개하게 되었느냐 하면......



오늘 펨코에 갔다가 펨코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조금 기함을 했는데
와 이 사람들이 정말로 잘 모르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실시간으로 유가족들이 국회앞에서 오체투지를 진행중입니다. (이 추위에)
그러다가 이런 펨코 본문을 보았는데
https://www.fmkorea.com/best/6521140325
위 게시글의 본문에도 적혀있듯,
[대체 뭘 진상규명하라는지 모르겠음]
제가 생각하는 대중의 정확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무슨 경찰청장 / 서울시장 / 용산구청장 처벌하라는 얘기처럼 듣습니다만
실제로 유가족이 말하는 진상 규명이란 그보다 훨씬 단순한 내용입니다.

1 어디에서 몇시쯤에 깔리게 되었는가
2 언제쯤 끄집어 내어졌고, (비록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했을지언정) 얼마나 구조를 위한 활동이 그들에게 행해졌는가
3 어떻게 그들은 사망판정을 받고 순천향대병원으로 언제 어떻게 이동했나,
4 순천향대병원에서 어떻게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는가

이런 단순한 것들입니다. 지극히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내용들.
상식적으로, 유가족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될것이라고 생각될법한 내용들이고
만약 '상식적으로는 제공되는게 맞지만, 부득이한 이유로 제공되지 못하게 되었다면'
하다못해 왜 그런 정보가 없는지에 대한 이유라도 소통이 되어야 하는것이지 않나...??
특별법 내용이 진짜 별게 없습니다. 저런 단순한 내용들 뿐임.
그 단순한게 없는거고, 그 단순한걸 요구하는데
왜 오체투지가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들이 제공되지 않았을꺼라고
펨코 유저들은 생각을 못한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 반응에는 '저거 돈 더 달라고 저러는거다' 내지는
'그래서 뭘 어떻게 해달라는건데 경찰이랑 구청장이랑 행안부랑 관계자 다 사형시켜달라는거임??'
같은 반응들이 달립니다.
사실 저런 인식은 펨코 유저들만의 한정된 내용이 아닐겁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의 인식이 저러할것.
누구나 "응? 도대체 왜? 이날씨에? 왜 저러심?"
하는 의문은 갖지만
설마 저런 정보도 제공 못받았을꺼라고는 생각을 못하시니까
'돈 더달라고 저러나보다' '뭘 어떻하자는 거야, 누굴 사형이라도 시키라는 거야?'
하는 식으로 다른 이유를 상상하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 첨부된 내용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가
그의 경험을 적은 것입니다.
아래에 적힌 내용은 아무것도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내용이 아닌
언론을 통해서, 혹은 지인을 통해서 최선미씨가 스스로 파악한 내용들입니다.
정부는 아직도 이 내용들에 대해 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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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는 삼우제를 지내고 국회 앞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방문했다가 피가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위패도, 영정도, 희생자 이름도 없었다. 어딜 가도 자랑이었던 딸을 정부에서 지우고 있었다. 유가족들에게 사고 경위도, 사고 이후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희생자와 관련한 정보는 언론 보도로 확인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 내 유류품을 찾아가지 않으면 모두 폐기한다는 소식도 뉴스로 알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설립 여부를 물으며 대답을 재촉하기도 했다. “갑자기 ‘내일까지 유가협 설립에 동의한다는 연락을 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 걸로 처리하겠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언제, 어떤 식으로 유가협을 만들 테니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게 맞는 거잖아요. 유가협을 만들지 말지 묻는 건 유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죠.” 최선미씨는 그간 울고 누워만 있느라 보지 못했던 뉴스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천하보다 귀한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른 유가족들을 찾아 서울을 오가기 시작했다.

알고 싶은 게 많았다. 사고 당시 가영씨 옆에는 친구 ㄱ씨가 함께 있었다. 구급대원이 이태원 해밀톤호텔에서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순천향대병원)으로 가영씨를 이송하고 작성한 1차 구급활동 일지에는 ㄱ씨의 연락처와 가영씨의 연락처가 모두 적혀 있다. ㄱ씨는 구급차에도 동승해 신원을 확인해줬다. 신원 파악이 충분히 됐을 텐데도 당시 부부는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다음 날인 10월30일 새벽 5시 무렵, 가영씨의 주검이 순천향대병원에서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2차 구급일지). 그 시간, 부부는 딸이 살아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순천향대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날이 밝은 후 명함을 건넸던 기자 한 명이 ‘가영씨와 같은 인상착의의 여성은 장례식장에 없다’며 다른 병원에 이송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이 출입을 막아서 부부는 장례식장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고 있던 터였다. 기자의 말에 부부는 서울 시내 사방을 뛰어다니며 딸의 행방을 찾았다. 그렇게 강동성심병원 안치실에서 딸을 만났다. 12시간 동안 부부는 단 한 번도 경찰에게 먼저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전화를 걸면 그저 ‘그 자리에 있으라’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안치실에서 만난 가영씨는 지저분한 시트에 온몸이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병원 관계자는 천을 열어 얼굴만 겨우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가영씨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내가 우리 딸을 5분도 못 보고 보냈어요. 손발도 만져보지 못하고, 한번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보낸 거예요. 가는 딸 안아보게는 해줬어야죠. 그거는 하게 해줬어야 하는 거잖아요.”

왜 죽은 딸 손 한번 못 만지게 했을까. 정부는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어떤 유가족들은 자식의 사망 시간도, 사망 원인도, 어떤 응급처치를 받았는지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떤 부모가 서울 한복판에서 자식을 잃었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최선미씨는 묻는다.

그는 이제 딸의 묘가 아닌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의 반은 서울에서, 나머지 반은 남편과 고3 아들이 있는 충남 홍성 집에서 보낸다. 처음 몇 달은 서울에 올 때마다 짐을 들고 모텔을 전전했다. 추모제에서 만난 한 수녀가 그런 유가족의 상황을 듣고 밤에 비는 수녀회 사무실을 임시 숙소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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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일곱 기사는 모두 시사인의 지난 841호에 실린 기사들입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사회에게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22
‘엄마’가 ‘유가족’이 된 1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07
“이제는 참사가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08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서’ 이태원에 남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0
우리 모두 실패했다, 특히 경찰은 더욱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09
이태원 참사 1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1
이태원 특별법이 ‘야만적 기구’ 낳는다고?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3


아래의 기사는 어제자 기사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오체투지 행진...특별법 제정 촉구
https://www.ytn.co.kr/_ln/0103_202312182335252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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