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4/03/19 11:54:51
Name   카르스
Subject   왜 ‘건국전쟁’을 보는가, 그 답은 ‘자연화’
<건국전쟁>을 둘러싼 이야기는 분명 일말의, 혹은 적잖은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건, 이른바 ‘왜?’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건국전쟁>은 단지 보수 기독교도와 노인들을 ‘동원해서’ 흥행한 영화인가? 이들이 이승만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저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인가? 다시 말해, ‘왜’ 하필 이승만인가?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의 칼럼집 <무명의 말들>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박사 과정을 끝마칠 무렵인 2005년 뉴라이트운동의 발흥을 목도했고, 그 영향으로 논문 역시 해방 8년 동안의 정치사로 쓴 후지이는 이들의 심리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 바로 ‘자연화’다.

이승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격동의 해방 공간에서 그가 내린 선택을 어쩔 수 없는 것, 원래 그러했던 것으로 치부한다.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를 지지하고, 친일파를 등용했으며, 자국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했다는 ‘팩트’를 아무리 강조해봤자, 이들에겐 그다지 치명적인 공격이 아니다. 이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혹은 모두 알고 있기에 이승만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마치 자연이 그러하듯, 이승만의 선택은 필연적이며 당연한 것으로 둔갑한다.

아이러니한, 혹은 안타까운 사실은 심지어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좌우 모두 대한민국의 ‘성공’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원동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의 ‘신냉전’ 시대에,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자유민주주의를 선으로, 그 반대편을 악으로 치부하곤 한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승만을 겹쳐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요컨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물신화’와 역사에 대한 ‘자연화’는 이승만 신화를 떠받치는 두 축이다. 얼핏 상반돼 보이는 두 태도는 서로 맞물린다. 자유민주주의야말로 보편이요 진리라는 사실이 대한민국 역사로 증명됐고, 그렇기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그 무언가를 상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이다. 어쩌면 역사가의 임무란 <건국전쟁>이 얼마나 ‘틀려먹은’ 영화인지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 견고한 고리를 끊어내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고정된 ‘이름’을 떼어내고 역사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명’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 후지이가 자신의 박사논문을 저본 삼은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를 통해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출처: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219.html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이승만 재평가는 단순히 극성 보수세력에 통할 코드를 넘어섰다고 봐요.

건국전쟁 감독은 굉장히 극성으로 보이고(예: 양민학살 없었다, 파묘 반일영화 발언 등)
이승만 정부의 여러 과오(친일청산 미흡, 보도연맹 학살, 국민방위군 사건, 사사오입 개헌, 조봉암 처형, 3.15 부정선거 등)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합리화하려 건 극성 보수나 하는 행동하지만
과오들을 인정함에도 보편교육, 농지개혁, 한미동맹 같은 공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정서가 보수 전반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위상의 향상과 국제 정세의 변화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고

이런 트렌드가 못마땅한 분들은 칼럼 말미에 적혔듯이 "<건국전쟁>이 얼마나 ‘틀려먹은’ 영화인지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 견고한 고리를 끊어내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260 스포츠KBO, 강정호 선수계약 승인 안한다..임의탈퇴 해지는 허용 [오피셜] 4 Groot 22/04/29 3904 0
29772 정치이재명, 민주당 혁신 이끌 적임자 28.8% '1위'..2위 박지현 9% 32 매뉴물있뉴 22/06/08 3811 0
30028 사회전국 대규모 하수처리장 조사결과 27곳 모두 필로폰 검출 8 swear 22/06/23 4061 0
30284 스포츠태국서도 '날강두' 되나…태국 팬들, 호날두 불참에 실망감 2 JUFAFA 22/07/10 4108 0
30540 경제우리은행, 700억 횡령범 13개월간 무단결근도 몰랐다 12 Leeka 22/07/26 3260 0
30796 정치감사원, 시민단체 보조금 특감... 제2 정의연 사태 막는다 3 Beer Inside 22/08/09 4455 0
31052 사회직원에게 빨래·상차림 시킨 새마을금고…"다른 여직원들도 했던 관행" 11 swear 22/08/24 4086 0
31308 경제주가 20% 폭락 예상 8 Beer Inside 22/09/15 3770 0
31564 사회"몸 안좋다" 파출소 찾아 팔 내밀었다…동공 풀린 그 남자 정체 4 swear 22/09/29 3579 0
31820 의료/건강미국에서 COVID-19 BQ1.1 variant가 급속히 전파되고 있어 3 Beer Inside 22/10/16 3690 0
32076 사회훈련 못간 예비군, 내년에 두번 가라? 4 BitSae 22/11/03 4255 0
32332 과학/기술노예 어디서 구해?…2025년부터 이공계 대학원 갈 사람이 없다 19 the 22/11/22 3894 0
32588 사회충남 아산에 국립경찰병원 분원 들어선다(종합) 6 다군 22/12/14 2187 0
32844 정치[아침신문 솎아보기] 신년 기자회견 없던 대통령, 조선일보와만 인터뷰 1 활활태워라 23/01/02 2836 0
33356 스포츠"펩은 홀란드를 원하지 않았다" 10 매뉴물있뉴 23/02/08 2866 0
33612 정치JTBC 앵커 "이재명 강성 지지층 협박전화 선 넘어" 비판 26 뉴스테드 23/03/02 3048 0
34124 정치'노동시간 개편안' 담당 공무원들이 '주 60시간 근무 중' 6 swear 23/04/04 3336 0
34380 경제"尹 한마디에 2000만원 순삭"…'모텔'로 쫓겨난 개미들 비명 7 Beer Inside 23/04/22 4311 0
35404 사회"물이 또 차올라"…25억 개포자이 '물난리', 주민들 '술렁' 10 swear 23/07/12 3852 0
35660 스포츠"기다려달라" NC의 선택은 태너 털리, 총액 20만 달러...와이드너 데뷔 최고 피칭하고 퇴출 2 Beer Inside 23/08/04 3667 0
35916 정치해병 1사단장 "사고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게 가장 큰 문제" 9 매뉴물있뉴 23/08/23 4211 0
36172 경제“이 정도면 택시 같은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신사 4100원으로 인상 24 danielbard 23/09/19 4320 0
37452 정치왜 ‘건국전쟁’을 보는가, 그 답은 ‘자연화’ 36 카르스 24/03/19 3718 0
37708 정치전공의대표 "의대교수, 착취사슬 관리자" SNS글에 의사들 '시끌'(종합) 13 Echo-Friendly(바이오센서) 24/04/14 3032 0
37964 정치의대 증원 예정대로…서울고법, 의료계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 7 광기잇 24/05/16 1947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