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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4/14 16:11:03
Name   카르스
Subject   ‘간판’도 비례도 전패… 20년 만에 ‘원외’ 추락
(중략)

이들은 녹색정의당이 현실을 개혁할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 정책정당으로서 선명성이 약했다는 점, 2022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은 ‘대선 후유증’ 등이 미래 의제의 절박함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 한국인 유권자 특성과 맞물려 현 지지율을 낳았다고 봤다.

하지만 유세 현장에서 느낀 더 큰 문제는 ‘무관심’이었다. 1시간30분여 진행된 유세에서 당원을 제외하면 유세를 지켜본 청년은 이들이 거의 전부였다. 대부분 시민이 “정당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며 지나쳤고 “사이비 같다”는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홍대 상상마당 한쪽에서 동시에 열린 유명 유튜버의 공개 소개팅 행사에 100여 명의 청년이 몰렸음에도 녹색정의당 유세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청년 없는 청년 유세 현장’은 녹색정의당의 위기를 상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이나 국민의힘의 영남 같은 지역적 지지기반이 없는 녹색정의당이 희망을 걸 만한 지지층 가운데 하나가 청년 세대다. 지난 대선 득표율의 세대별 분포를 봐도 노년층으로 갈수록 지지가 약했고 20대 이하(4.4%)와 30대(3.8%)에서 그나마 가장 큰 지지율을 보였다.

정의당 창당 때부터 함께했지만 최근 탈당한 한 인사는 “정책정당으로의 진화 실패”를 당 몰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슈가 매우 크고 복잡하고 빨리 바뀌는 시대인데, 정의당 정책은 어떻게 보면 좀 관성적이거나 새롭지 못했고, 이슈 속도를 못 따라가면서 결국 ‘진보의 효능감’ 문제로 이어진 거죠. 정책이란 건 두 가지 측면이 굉장히 중요해요. 정책의 우선순위, 그리고 실제 현실화.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자와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거든요. 그런 종합적 고려나 현실적 결과 측면에서 ‘정책정당으로의 진화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2024년 진보정당이 추구해야 할 진보의 내용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치의 내용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정치 세력이 무엇을 표방하고 나면 그 뒤에 특정 유권자 집단이 호응하면서 결합할 때 만들어지거든요. 뒤집어 이야기하면 ‘2024년의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해 그 정치 주체들이 헤매고 있고, ‘나는 제일 진보적이에요’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헤매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한편에선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 활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거든요. ‘특정 이슈’를 기반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면서요. 정당들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해야 하게 됐죠.”

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낸 나경채 녹색정의당 양경규 의원 보좌관도 “당의 노선이 형해화(내용은 없고 형식만 남음)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게 아니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누구나 당에서 이탈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이탈의 흐름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건, 당의 노선이 그만큼 형해화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 당의 노선이 내파됐다고 보는 거죠.”

오늘날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형해화한 상황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한국종합사회조사 누적데이터(2003~2018)를 활용해 2020년 10월 공개한 논문 ‘한국정치의 유권자 지형: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와 다당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를 보면 “진보정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정치이념의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정책 이슈 분야에서도 두 정당 지지자들 간 선호 차이는 일부 이슈에 국한돼 나타난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제21대 총선에서 “오히려 진보정당인 정의당 지지자들이 중도에 더 가까운 아이러니한 이념 분포”가 보였다. 양당 혐오에서 비롯된 제3정당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재묵 교수는 “정의당이 옛날보다 다양성 차원을 커버하다보니 지지자들이 분화했다”고 해석했다. “지금 녹색정의당이 환경, 노동뿐만 아니라 젠더까지 커버하다보니 선명성은 떨어지고 당 구성이 분화했을 가능성이 있죠. 특히 정의당에서 보여준 페미니즘 정치 지지층은 전통적인 진보정치 지지층이랑 성격이 달라 재구성된 측면이 있고요. 옛날에는 ‘지민비정’(지역구는 민주당, 비례정당은 정의당)이었잖아요.”

실제로 지역 현장에서 당원들과 소통하는 왕복근 녹색정의당 관악구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토로를 했다. “녹색정의당의 청년 정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대변해서 무슨 얘기를 딱 해준다’라고 하기엔 모호하게 느끼고 있어요. 청년들 눈에 확 띄는 건 없고, 심상정 대표는 5선 도전이라 오래된 정당 느낌을 주고. 또 한편에선 ‘노란봉투법’을 얘기했지만, 노동 현장과 밀착해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게 줄어들었단 불만이 나오거든요. ‘요즘 여성이나 성소수자 얘기만 하고 노동 얘기는 안 하고’ 하는 식으로요. 그러니까 사실은 확고한 지지층을 정하고 그 주변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돼줘야 하는데 ‘누구 얘기를 대변하지?’가 된 거예요.”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쳐도 시너지 효과가 안 났다”며 선명성의 중요성을 말했다. “(진보정치 지지자들은) 양당과 대등하지 못해도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는 정당,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가야 할 옳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당을 바라잖아요. 여기서 녹색당과 정의당은 현실을 생각하면 지지자 동원이 어려우니 고민될 거예요. 그러나 예를 들어 ‘노동자 계층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식으로 표방하면 군소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운명적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국민이 진보정치에 기대하는 정치는 그런 쪽인 것 같거든요.”

(중략)

출처: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3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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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잘 정리된 글이라 올립니다.
제가 느꼈던 근래 (녹색)정의당의 제일 큰 문제를 잘 지적했네요. 변화하는 시대에서 노선이나 정책의 불명료함.
정의당이 원초 가졌던 어젠다를 민주당계 정당이나 심지어 국민의힘계 정당이 상당부분 가져간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상징되는 찐 NL계열이 해산되니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10년 전부터 코로나 정국까지 정의당은 뭔가 해보려는 건 보였는데, 방식이나 내용 모두 두서없고 서툴고 거칠었습니다.
코로나정국 이후엔 뭘 해보려는 건지조차 감이 안 잡혔고.

그 결과가 지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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