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4/04/26 20:17:15
Name   카르스
Subject   성공해서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의 역설
(중략)

영국 노동당·독일 사민당 등 유럽 진보 정당의 등장은 대부분 노동계급의 등장과 궤를 같이했다. 문제는 후발 산업국가인 한국에서 ‘노동의 상승기’와 ‘진보 정당의 상승기’가 어긋나버렸다는 것이다. 1970년대 25% 수준이었던 노조 조직률은 계속해서 떨어지다가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반짝 반등한다. 이후 다시 추락을 거듭해 민주노동당이 창당한 2000년 12.0%, 첫 원내 진출한 2004년 10.6%를 기록했다. 최근엔 다시 올라 13.1%(2022년) 수준이다. 노조 조직률이 획기적으로 오르지 않는 가운데, 양대 노총 중 한국노총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민주노동당을 온전히 지지하던 민주노총은 분당 이후 입장이 불분명하다.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통합진보당 후신이라 할) 진보당 계열이다.

민주노총 지지도 온전히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조직된 노동 바깥의 시민들에게 가닿지도 못하는 상황에 정의당이 놓여 있다. 여영국은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 경남 창원성산 후보로 출마해 3위로 낙선했다. 20년 전엔 권영길 의원이 민주당과 단일화 없이도 이기던 곳이다. 그는 “공장을 돌다 보면 ‘정의당은 정규직 노동자들 편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작 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의당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렇다. 조합원들도 정권심판론에 많이 포섭된 분위기였다. 나를 찍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어쩌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공약한 것을 기점으로 정의당과 민주당의 노동·복지 노선 차이가 줄어들었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두 당 모두 각 기업 노사를 넘어 산업별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가 교섭하도록 제도로 촉진하겠다고 공약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 노동자를 우선 노동자로 추정하자는 내용도 같다. 적어도 노동·복지 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면, 민주당과 별도의 진보 정당이 남아 있어야 할까?

정의당 내에는 크게 ‘노동자 계급이 독자 정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급진적 사회운동 노선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낙선을 위해 민주진보 진영이 연합해야 한다’는 민주대연합 노선이 긴장하며 공존해왔다. 이 중에서 후자는 이번에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하거나, 정의당에 남아 있으면서도 지역구에 불출마했다. 전자의 흐름이 녹색당과 연합한 지금의 정의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정당 이전의 사회운동 세력으로 되돌아간 셈이 됐다.

2020년 총선에 이어 2024년 총선에서도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바뀐 선거제도가 양당제를 더 강화했다. 정의당이 명운을 걸었던 선거제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던 시민들 상당수가 이번에는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인지는, 적어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그러한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같은 질문을 정의당에도 던질 일이다.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을 탈당해 제3당에 합류한 한 인사는 “2000년대 초반에 출범한 진보 정당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했기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노동을 생태나 젠더보다 우위에 두는 것도 낡은 사고다. 이제는 그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정당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를 주창하고 20년이 지나는 동안 종합부동산세가, 반값 등록금이, 문재인 케어가 시행됐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은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사회연대 전략을 받아 안은 것이었다. 한국 사회는 여러모로 진보 정당의 견인에 빚을 졌는데, 언제부턴가 ‘거대한 소수’로서 진보 정당은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853
========================================================================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했기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크...

매우 훌륭한 기사라고 생각되어 올립니다.
호기심으로 도서관 가서 읽어 봤는데, 제가 추게에 올린 글과 놀라울 정도로 싱크로가 맞더군요.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66 사회송파구서 일주일째 실종됐던 대학생 추정 시신 발견 swear 18/11/14 1899 0
7991 사회"평창올림픽 경제효과 65조원"…사실일까? 3 이울 18/02/08 1899 0
3640 정치與 "참을 만큼 참았다"…야권에 강경 노선 조짐 3 ArcanumToss 17/06/22 1899 0
37178 정치이낙연·이준석의 개혁신당 "위성정당 안 만든다...양당의 꼼수정치" 6 danielbard 24/02/11 1899 1
7739 정치MB정부 핵심인사 "MB, 다스 잃으면 다 잃는 것" 1 Credit 18/01/29 1899 0
11324 사회아시아나 승무원 "지문없는 스튜어디스 많아요, 왜냐면.." 6 grey 18/07/10 1899 0
15164 사회'김학의 사건' 관련 곽상도 피의자 전환 Darker-circle 19/04/15 1899 0
38204 의료/건강커피,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있는 직장인에 ‘생명수’ 16 체리(체리) 24/06/18 1899 0
1597 정치이재용 "대통령이 준 계획안, 전달만 했다" 주장 4 베누진A 17/01/16 1899 0
32317 스포츠"못 팔게된 맥주, 월드컵 우승팀에 주겠다" 뿔난 버드와이저 12 비어-도슨트 22/11/21 1899 0
9791 정치안상수 창원시장, "오늘 자유한국당 떠난다" 8 tannenbaum 18/04/30 1899 0
11839 사회[색다른 인터뷰]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nickyo 18/07/27 1899 0
4929 정치'창조과학' 논란 박성진, 이번엔 이승만·박정희 독재 옹호 7 벤젠 C6H6 17/08/30 1899 0
3650 사회"'살인마' 표현은 명예훼손" 안양 초등생 살해범이 기자 고소 12 tannenbaum 17/06/22 1899 0
4419 경제통신요금 악몽.. 내려도 죽고 안 내려도 죽는다 알겠슘돠 17/08/08 1899 0
4677 정치홍준표, '朴 출당' 이어 "친박 청산" 공세 6 empier 17/08/19 1899 0
1094 정치새누리 비박 "문재인, 탄핵안 통과 안되면 정계은퇴하라" 7 몽유도원 16/12/07 1899 0
2374 정치삼성동 주민들 "집회 소음 불편" VS 박사모 "세금이다 생각하고 참아라" 1 우웩 17/03/16 1899 0
32327 정치촛불에 얼어붙는 여·야‥"헌정 흔들기" "치졸한 행태" 9 야얌 22/11/21 1899 0
36167 방송/연예경찰, 가수 이선희 ‘배임’ 송치…“수차례 법카 사적 유용” 12 Groot 23/09/19 1899 0
3147 정치조준희 YTN 사장 사의 표명 4 우리아버 17/05/19 1899 0
4683 사회현장 경찰관들 "인권경찰 되려면 경찰노조 설립해야" 3 empier 17/08/19 1899 0
11597 사회동아건설 '돈스코이' 권리 주장.."220억원 가치 금 추정" 3 김우라만 18/07/19 1899 0
8014 정치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평창올림픽 리셉션 전격 참석..아베와 만나나 7 CONTAXS2 18/02/09 1899 0
7507 사회‘깜빵 놀이’에 빠진 청춘들…교도소 체험 북적인다 1 CONTAXS2 18/01/16 1899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