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맥락은 기사에도 나오듯 '내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뭐 저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논평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AED를 심장충격기로 번역할 경우에 굉장히 큰 오해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은 관련자들이 꽤 자주 했거든요. 대표적으로, 제세동기가 필요없는 심정지 상황에서 저걸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의를 하는 보호자라거나. 제세동이라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것인데, 그게 틀린 단어 조합으로 대체해서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게 올바른 언어순화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차라리 그따위로 이해할거면 그냥 이해를 포기하는게 다른 사람을 덜 피곤하게 할거라.
저건 그냥 하나의 사례고, 목적과 존재 이유 자체를 혼동하기 쉽다는게 문제가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떤 의미로 이야기하신건지는 알겠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인이 알기 쉬운' 이라는 방침 자체가 '공부하기는 싫은데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해줄 수 있는'의 다른 말이라고 보고, 그 결과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이해한 척 하고 다른 사람의 비용을 낭비하게 조장하는 측면이 꽤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AED뿐 아니라 그냥 제세동기 자체를 다 심장충격기로 순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길바닥에 있는 AED에서부터 심장충격기라는 단어...더 보기
저건 그냥 하나의 사례고, 목적과 존재 이유 자체를 혼동하기 쉽다는게 문제가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떤 의미로 이야기하신건지는 알겠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인이 알기 쉬운' 이라는 방침 자체가 '공부하기는 싫은데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해줄 수 있는'의 다른 말이라고 보고, 그 결과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이해한 척 하고 다른 사람의 비용을 낭비하게 조장하는 측면이 꽤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AED뿐 아니라 그냥 제세동기 자체를 다 심장충격기로 순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길바닥에 있는 AED에서부터 심장충격기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세동기라고 하면 못 알아듣겠지만 심장충격기라고 하면 알아듣는 것이다라는 전제부터가 굉장히 거슬리고,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의료 소비자가 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그래도 진료거부권도 없는데.
근데 지금 와서 보면 번역을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어차피 참조하는게 미국발 문헌이 원조라서 결국 영어로 된 단어를 외워두지 않을 수 없는거라... 특히 제 세대는 순한글 번역어, 한자식 번역어, 영어, 때때로 라틴어나 그리스어의 형태를 가진 영미권에서도 좀 오래된 형태의 용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걸 다 외울바에는 그냥 지금 통용되는 영어만 외우는게 훨씬 리소스면에서 이익이라... 실제로 영단어로는 떠오르는데 한국어로는 안 떠올라서 환자한테 설명하다가 버벅대는 경험도 적잖은 의사들이 해보고요.
세계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단어가 통일되야 서로 소통이 편할텐데요.
오래전부터 쓰여왔던 이미 있는 단어를 통일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레 외래어로 굳어져가는 새로운 단어를 굳이 우리나라말같이 생긴 단어를 만들어서 '보존' 한다고 자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언어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 시대상이 반영되어 자연스레 이루어가는 말이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언어의 보존은 문법같은 뼈대가 보존되면 되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