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서정주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김병익은 20년도 전에 '박통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맹목으로만 본 거 아니냐 오바한 거 아닌가 싶은데' '친일의 부당성과 별개로 한국의 기능적 지식은 다 친일계통이 담당해온 건 사실이고 솔까 비판적 지성인들은 무능했던 게 사실 아니냐 이제 청년 지성인들은 컴퓨터부터 잘 다뤄야'란 소리를 하기도 했죠. 최근에도 이광수의 '무정'을 재평가할 것을 이야기했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8032.html 문지의 대부답다고나 할까요.
그 점에서 작가와 작품을 구별짓는 버릇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예컨대 자연인 홍상수는 파파라치들의 취재에 성질을 벌컥내며 피로를 호소하는 평범한 장삼이사의 하나일 뿐이지만 작품을 통해 재구성된 이념형적 홍상수는 이미 그런 지리멸렬한 일상사와 가십들조차도, 심지어 비루한 자신조차도 작품 세계 내의 구성요소로 포섭하여 길들였죠. 그런 식으로 작품이 창작자를 초월한 거고.. 홍상수 직접 만나봐야 별 거 없는 노친네겠지만 영화 안의 표준 화자의 의식은 신과 같이 군림하죠. 홍상수 영화를 까거나 무시하는 사람조차 그런 입장을 표명하는 순간 홍상수 유니버스의 등장인물 1人이 될 따름이고. 이리 보고 저리 볼수록 작가 자체는 무가치한 존재죠 과장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