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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6/12 16:34:17
Name   사조참치
File #1   3ACE7AAE_CE7C_4A43_9523_308391E4C9ED.jpeg (1.12 MB), Download : 11
Subject   히로시마 여행에서 겪은 일들




얼마전에 히로시마에 다녀왔어요.

주 목적은 면세주류 및 일본술 구매였고, 부차적으로 관광이나 좀 하면서 밥과 술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히로시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폭을 맞은 도시. 히로시마 도요 카프.
정말 딱 이 두 개만 알고 있었죠.

아무튼 이렇게 무계획으로 떠난 히로시마에서 인상깊었던 일이 두 가지가 있어서 글을 남겨보려고 해요.
글이라는게 기본적으로는 자기만족이 크지만, 남에게 보여졌을때 만족이 클 때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사케를 참 좋아해서, 호텔 직원한테 되도 않은 영본어(영어+일본어)로 사케 바를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직원이 한참 영어와 일본어로 설명을 하다가 제가 못 알아듣는 걸 눈치채고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구글맵에 위치를 찍어주더라고요. 와 이 직원 센스 좋네, 하고 감탄했어요. 한국 같으면 애초에 잘 모른다고 했을텐데.
추천받아서 찾아간 사케바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노련한 매니저는 능숙한 영어와 일본어로 이런 저런 술과 메뉴를 추천했고 추천받은 음식과 술들이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가게가 꽤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맛은 어떤지, 부족한 건 없는지, 신경써 주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조금 한산해지자 어디서 왔니, 왜 왔니, 사케는 왜 이렇게 잘 아니, 요리쪽에서 일하니, 이런 저런 것들도 물어보더라고요.
한국에서 왔고, 관광으로 왔으며, 사케는 일본음식을 먹다보니까 조금 알게되었고, 요리라고는 군대에서밖에 한 적 없다고 말하니까 놀라면서 군인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 건 아니고 한국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다녀온다,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산하게 나누고, 술도 몇 잔 주고받다가 계산을 하고 일어났어요.
한 세시간정도 밖에 안 있었지만 음식이나, 술이나 서비스들이 인상깊고 좋았어서, See you again, 하고 인사를 했는데 부리나케 나와서 문을 열어주고, 가게앞까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다움에 토 만나효"

사실 별거 아닌 한마디인데 서툴게 말하면서 씩 웃는 모습에 약간 가슴 따뜻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좀 웃기기도 했고요. 일본인과 한국인이 일본에서 대화를 하는데 한국인은 영어로 말하고, 일본인은 한국어로 말하다니. 퍽 웃겼어요 정말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히로시마에는 노면전차가 다녀요. 통칭 '히로덴'이라는 건데, 처음에 봤을때 무척 신기했어요.
일단 우리나라에는 없는 거잖아요. 종류도 다양한 노면전차가 덜컹거리는 전철소리를 내면서 다니는게 신기했는데, 마침 히로시마 근처에 있는 미야지마에 가려면 노면전차를 타야하더라고요.
정류소에서 얼른 올라 타니까 전차 안내양이라고 해야되나요. 승무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운전수 말고, 돈을 받고 사람들 내리고 타는 걸 감시하는 사람이죠. 엄청 신기해 하면서 "미야지마..." 하니까 오케이 사인을 보내면서 타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안내양도 신기하고 노면전차도 신기해서 한참 두리번거렸는데 곧 잠들어버렸어요. 원래 대중교통에서 잠을 잘 자거든요, 그게 외국이어도.

꿀잠을 자는데 누가 흔들어 깨우길래 눈을 떠 보니까 히로덴은 멈춰있고, 그 안내양이 걱정스럽게 깨우더라고요. 그리고는 일단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미야지마는 노면전차의 종착역에서 배를 타야하는걸 알고 있어서, 부스스 눈을 비비고 내렸더니 따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종종걸음으로 여객터미널까지 안내해 주고서는 미야지마 페리의 왕복표까지 끊어주더라고요.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고맙다고 말하고는 오백엔을 건네주었어요. 표값은 360엔이지만 그래도 친절함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러니까 안내양이 돈을 밀어 저한테 다시 주고서는 싱긋 웃으면서 영어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말이죠.

"내가 당신에게 베푼 친절함을, 당신 나라에 돌아가서 당신 나라에 방문한 외국인한테 되돌려 줘"

그리고 재빠르게 걸어서 다시 역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참 대단찮은 일이면서도 대단한 일이잖아요. 이런 친절이.
귀찮을수도 있는 일이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런 친절함들이 사람을 또 감동시키는거고요.



두 가지 일 덕분에 저한테 히로시마는 좋은 도시로 기억될 거 같아요. 무척 좋았어요. 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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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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