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흘려보낼 짧은 글을 편하게 남기는 공간입니다.
- 가치가 있는 정보가 담긴 글은 티타임 게시판에 써주세요.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4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다른 게시판에 글을 쓰시면 당일 1회 더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티타임, 유머, ama, 사진, 맛집)
구밀복검 17/06/05 10:30:26
진부한 이야기입니다만 포르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흔히들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애니메이션, 미술을 향유하면서 '기승전결이 잘 정돈된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서사'를 명작의 기준으로 놓는 경향이 강하죠. 음악과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악곡적인 진행과 '가사'의 진지함일 테고요. 하지만 서사만으로는, 아니 도리어 서사 때문에 작품은 포르노/상상딸/판타지 레벨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포르노에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포르노에서 스토리를 아무리 찰지게 구성해봐야 포르노죠. 여기서 스토리는 감상자로 하여금 포르노에 감정이입하고 무아적인 몰입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능을 수행하고요. 다시 말해 서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서사가 '있기 때문에' 포르노는 포르노가 되는 것이죠. 포르노적 육체를 부각시키면서 감상자를 그에 몰두하게 만들고 능동적인 지성을 마취시키는 식으로. '웰메이드'라는 어휘가 누군가에게는 '명작'을 뜻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흥 그래봐야..'를 뜻하는 경멸 어린 어휘인 것도 같은 이유죠. 오스카도 같은 맥락..
8
10
구밀복검
그래서 많은 문학가들, 영화감독/만화가를 비롯한 미술가들, 뮤지션들이 서사적/포르노적 구성에서 탈피하려 했고, 그 결과물이 각 분야의 현대 예술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edd202가...
Beer Inside
하지만 잘 만든 포르노를 구하기 힘든 것 처럼, 장르물안에서 서사를 완결하는 것이 참 힘들죠.

그래서 다크나이트나 윈터솔져가 걸작으로 일컬어 지는 것이지요.
구밀복검
네. 여기서 다크나이트는 좀 뽀록도 따라줘야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히어로물 범주에서는 윈터 솔져 정도가 '모범적'인 '웰메이드'가 아닐까 싶네요.
Beer Inside
개인적으로는 다크나이트 보다 윈터 솔져를 더 높게 치는데, 그 이유는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가 내는 퀴즈가 너무 클리세스러워서였죠.

오히려 윈터솔져가 더 군더더기가 없었다는 느낌이지요.
구밀복검
네 놀란 영화보다보면 감독의 아동스러운 감수성이 물씬 느껴져서 유치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죠.
레지엔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창작자의 알량한 목적성에 기반한다... 라고 누가 그랬는데 누구더라...
켈로그김
반 다크홈..
아니면 제나 제임슨...

..믿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벤젠 C6H6
중요한 건 서사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고 그 작품의 수용자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이죠.
사악군
페이트! 월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