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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17/09/07 19:41:42
날이 갈수록 쓰는 이의 책임만을 부각시키고 읽는 이의 책임은 돌아보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그런 조류를 대표하는 게 '글을 쉽게 써라. 그게 소통이고 대화다'라는 식의 이야기겠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저 이기심의 범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따름입니다. 대화는 화자 뿐만 아니라 청자도 참여하는 쌍방향적인 것이고, 그 이전에 청자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시작되는 것이죠. 그러니 대화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 남이 자신에게 쉽게 설명하기를 기대하기 이전에 자신이 남의 서술을 성실히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합니다. 그러기 싫으면 대화를 그냥 접으면 되는 거고요.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서술을 종용하는 것은 자신이 변화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상대에게만 쉬운 글 쉬운 말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니 도둑놈 심보고 '손님은 왕'으로 대변되는 손놈질의 연장이지요.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는 것이고 글을 파는 것은 상대니 자신은 뒷짐지고 있겠다는 것이니까요. 근데 그쯤 되면 처음에 소통 운운하며 작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은 흰소리가 되고, 상품논리만 남습니다. 그러면 작자도 독자를 굳이 배려할 이유가 없는 거죠. 어차피 이것이 인간 사이의 교감을 추구하는 대화가 아니라 단순한 상품거래라고 한다면 걍 살 싹수 있는 사람에게만 팔면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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