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흘려보낼 짧은 글을 편하게 남기는 공간입니다.
- 가치가 있는 정보가 담긴 글은 티타임 게시판에 써주세요.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4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다른 게시판에 글을 쓰시면 당일 1회 더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티타임, 유머, ama, 사진, 맛집)
0 / 500
|
구밀복검 17/09/07 19:41:42
날이 갈수록 쓰는 이의 책임만을 부각시키고 읽는 이의 책임은 돌아보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그런 조류를 대표하는 게 '글을 쉽게 써라. 그게 소통이고 대화다'라는 식의 이야기겠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저 이기심의 범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따름입니다. 대화는 화자 뿐만 아니라 청자도 참여하는 쌍방향적인 것이고, 그 이전에 청자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시작되는 것이죠. 그러니 대화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 남이 자신에게 쉽게 설명하기를 기대하기 이전에 자신이 남의 서술을 성실히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합니다. 그러기 싫으면 대화를 그냥 접으면 되는 거고요.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서술을 종용하는 것은 자신이 변화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상대에게만 쉬운 글 쉬운 말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니 도둑놈 심보고 '손님은 왕'으로 대변되는 손놈질의 연장이지요.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는 것이고 글을 파는 것은 상대니 자신은 뒷짐지고 있겠다는 것이니까요. 근데 그쯤 되면 처음에 소통 운운하며 작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은 흰소리가 되고, 상품논리만 남습니다. 그러면 작자도 독자를 굳이 배려할 이유가 없는 거죠. 어차피 이것이 인간 사이의 교감을 추구하는 대화가 아니라 단순한 상품거래라고 한다면 걍 살 싹수 있는 사람에게만 팔면 되는 거니.
25
근데 이게 현대사회의 상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도 의료소송 관련해서 알게 된 것인데 전문가의 무오 입증에 대한 요구, 동의서를 넘어선 이해를 시키고 확인할 의무, 강제적인 용어 순화 등등... 매우 낮은 레벨에서 '평범한 사람'을 정의하고 거기에 끼워맞추는 것이 올바르다는 인식이 강하고, 개개인은 자신을 그 평범한 수혜자에 올리고 싶어합니다. 반지성주의는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지만 유독 이 시대에 두드러져보이는 건 물론 제일 큰 이유는 이보다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어서겠지만 개인의 땡깡이 정치적 위력으로 발휘되기 제일 좋은 시대라서 그렇다고 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간명한 글이란 글쓰는 이의 당위적, 이상적 목표일지언정 읽는 이가 조자룡 헌창 쓰듯 휘두르는 요구사항이 돼서는 곤란하죠. 일상적 소통에서 그 기준은 거의 폭력에 가깝게 이용되곤 하는데, 내 마음에 안 드는 글은 못 쓴 글 어려운 글로 쉽게 매도되곤 하더군요. 되게 신기했던 게 우리가 알고 있는 볼드모트 중 한 분이 어디다 글을 썼는데 많은 댓글러들이 '글 좀 제대로 써라' '더럽게 못 쓴 글'이라고 라벨을 붙여버리더라고요. 아니 분명 아주 잘 쓴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쓴 글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분명히 아닌데...
그리고 사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이라는 것도 정말 문자 그대로 70억 중 누가 읽어도 이해 가능한 걸 뜻하지 않죠. 주장의 논리구조를 가역적으로 분해하여 투명하게 해명할 수 있다는 것일 따름...근본적으로 '모두'를 상대로 한 글이란 건 있을 수가 없죠. 그게 기준이라면 한국어로 글 쓰는 것부터가 독자에 대한 폭력일 테고요. 고작 전세계 인구의 1%만 알아들을 수 있는 특수 언어일 따름인데. 그나마도 북괴들은 문화어와 다른 부분 때문에 헷갈릴 듯.
여하간 '볼드모트'라는 약호만으로도 비슷한(어쩌면 별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더 보기
여하간 '볼드모트'라는 약호만으로도 비슷한(어쩌면 별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더 보기
그리고 사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이라는 것도 정말 문자 그대로 70억 중 누가 읽어도 이해 가능한 걸 뜻하지 않죠. 주장의 논리구조를 가역적으로 분해하여 투명하게 해명할 수 있다는 것일 따름...근본적으로 '모두'를 상대로 한 글이란 건 있을 수가 없죠. 그게 기준이라면 한국어로 글 쓰는 것부터가 독자에 대한 폭력일 테고요. 고작 전세계 인구의 1%만 알아들을 수 있는 특수 언어일 따름인데. 그나마도 북괴들은 문화어와 다른 부분 때문에 헷갈릴 듯.
여하간 '볼드모트'라는 약호만으로도 비슷한(어쩌면 별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른 이들이 떠올릴 수 있죠. 그게 상호주관성이고 모든 어휘와 개념은 그런 공통관념을 토대로 합의된 약호들의 배치를 통해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려지는 것이고. 그런 약호를 일일히 유소년의 언어로 번역하다보면 무한히 그 과정이 반복되어 급기야는 아무 것도 쓸 수 없게 되겠죠. <정신현상학>이나 <상대성이론> 같은 것을 중학생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페이지가 필요할까요. 안 그래도 분량 많은데.
여하간 '볼드모트'라는 약호만으로도 비슷한(어쩌면 별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른 이들이 떠올릴 수 있죠. 그게 상호주관성이고 모든 어휘와 개념은 그런 공통관념을 토대로 합의된 약호들의 배치를 통해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려지는 것이고. 그런 약호를 일일히 유소년의 언어로 번역하다보면 무한히 그 과정이 반복되어 급기야는 아무 것도 쓸 수 없게 되겠죠. <정신현상학>이나 <상대성이론> 같은 것을 중학생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페이지가 필요할까요. 안 그래도 분량 많은데.
근데 당연히 어려운 글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쓸데없이 어려운 번역 하는 건 싫어요 ㅋㅋㅋㅋ 뭐 질게에 올라온 것 처럼 판결문 유행이 아니하다. 로 부정으로 끝나는 것과 만연체로 줄줄줄줄 쓰면서 단 한 문장에 끝낸다라는 기조도 있었고... 양화가 악화를 구축한다. 이건 무지하게 싫어하는 문장이고... 뭐 당연히 이런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겠지만 뭔가 먹물들의 겉멋 같은 게 보기 싫은 점은 저는 있어요 ㅋ 말씀처럼 안 보면 그만이긴 하지만요. 당연히 지식의 체계라는 게 용어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나씩 쌓아올리듯 발전해서 제가 알지 못하는 엄격함을 위해 그렇게 서술할 수밖에 없다면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네 뭐 분명 현학질이나 말 돌리기로 논의를 흐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쉬운 서술을 요구하는 게 필요하죠. 다만 차이라면..그런 건 댓글 몽둥이찜질로 그럭저럭 징치가 되는 경우가 많고 어쨌든 자정이 되기 마련인데, 작자에게 '설명'을 강요하는 흐름은 그냥 그 자체로 대세고 패시브라 관습적으로 용인되기만 하고 누구에게도 제어되지 않잖나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례라면...첫플에서 본문을 명백히 오독한 댓글이 달리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본문이 뻘글인 줄 알고 글 좀 제대로 쓰라고 린치를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댓글들이 본문을 읽지도 않고 쓰였음을 예증하는 반박 댓글이 달리고, 이후 그 위에 있던 댓글들이 소리소문 없이 지워지는 상황 같은 것들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