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06 07:41:44
Name   뤼야
Subject   워터멜론 슈가에서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은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불러다오.
당신이 오래 전에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것을 물었는데 당신은 그 대답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어쩌면 아주 힘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어쩌면 그건 자정무렵이었고, 그리고 스토브 안에서 불길이  조종(弔鐘)처럼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 리처드 브라우티건 [워터멜론 슈가에서](1968) 중에서 -

지난 봄에 찍은 사진 중에 운좋게도 얻어걸린 예쁜 사진을 올리고 싶어 핸드폰의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의 한 구절을 메모장에 저장해 둔 것을 발견했습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전작 [미국의 송어낚시](1967)를 통해 운문에 가까운 아름다운 문장으로 문명사회를 비판하며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았고, 그 다음 해에 가공의 마을인 아이디아뜨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화인 [워터멜론 슈가에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도처에 강이 있고, 그 강에는 송어들이 살고 있지요. 강에는 죽은 사람들과 함께 도깨비불이 넣어진 유리관이 있어 언제나 빛을 내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거대한 식물들의 조상이 있으며, 사람들이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두막이 있습니다. 1960년대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를 열광시켰고, 소설의 또 다른 어법을 구현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매혹된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일화도 같이 전해집니다.

인왕산 등산로에서 쳐다본 하늘에 걸린 구름이 해를 살짝 가린 찰나에 찍은 사진입니다. 워터멜론 슈가에는 저런 모양을 한 구름이 하늘을 쳐다볼 때 마다 발견할 수 있을 듯 싶지만, 여기는 워터멜론 슈가가 아니고, 대한민국 서울이니까 저런 사진은 아주아주아주 운이 좋았던 덕분에 건질 수 있었겠지요. 제 무딘 손에서도 저런 사진이 나오다니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 기타꽃밭의 독백 15 뤼야 15/08/03 6456 0
    28 기타워터멜론 슈가에서 14 뤼야 15/08/06 5863 0
    32 일상스냅태풍 너구리 오던 날 19 뤼야 15/08/07 5748 0
    38 일상스냅골목길 풍경 - 어린 시절을 떠올림 11 뤼야 15/08/09 5412 0
    45 일상스냅철거되는 서대문 고가 33 뤼야 15/08/12 5951 0
    52 여행스냅여수의 섬과 바다 19 뤼야 15/08/17 5767 0
    87 일상스냅폰카지만 괜찮아 6 뤼야 15/09/01 4980 1
    493 풍경/야경말레이시아 페낭 극락사 8 룰루랄라 16/04/05 5878 1
    1634 풍경/야경수원 야경 그리고 서장대 1 루아 18/07/26 4618 5
    835 일상스냅Cafe MoncBlanc 2 16/12/05 3369 3
    1378 풍경/야경해안카페 5 레채 17/12/09 4069 5
    1379 일상스냅토끼 부부 13 레채 17/12/10 5221 7
    1380 풍경/야경골목길 어귀에서 7 레채 17/12/16 4038 2
    1387 일상스냅메리 크리스마스 3 레채 17/12/24 3827 1
    1391 풍경/야경마지막 일몰&월출 3 레채 17/12/31 3782 3
    1392 풍경/야경해피 뉴 이어 2018 1 레채 18/01/01 3826 3
    1241 풍경/야경 4 레드 17/06/09 3922 2
    458 여행스냅스발바르의_흔한_동네_뒷산.sarkofagen 14 랍상소우총 16/02/17 3786 4
    507 기타<주토피아> 주디 & 닉 피규어 9 라이카 16/04/19 6028 1
    1647 풍경/야경사거리 라떼 18/08/05 5315 2
    1704 풍경/야경Longer 5 라떼 18/09/25 4162 2
    1715 풍경/야경불빛 4 라떼 18/10/01 4003 3
    1731 여행스냅계속 앉아있고 싶은 의자 4 라떼 18/10/18 4618 11
    1757 여행스냅다리위에서 1 라떼 18/11/13 4345 9
    1852 풍경/야경3월 마지막주 목련 4 라떼 19/03/27 4664 1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