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고가도로들이 하나 둘씩 철거되고 있지요. 한달 전 쯤인가... 서대문고가는 '고가 위 걷기' 행사를 시작으로 차량이 진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버스노선이 조정되고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차들이 꽉막힌 고가 아래를 지나며 서로에게 경적을 울려대곤 했죠. 서대문고가 근처는 원래 교통이 복잡한 곳이지만 요즘 이곳을 지나려면 무지막지한 소음은 덤입니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앞으로도 고가도로가 있었습니다. 등교하려면 고가 아래로 난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했죠. 바로 2008년에 철거된 '광희고가'인데, 매일 고가도로밑을 지나다녔던 기억때문인지, 고가도로가 없어지는 게 왠지 아쉽습니다.
며칠 사이 거대한 구조물들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차로 고가를 지나다니기도 하고, 고가 밑의 건널목을 지나기도 하며 오랫동안 눈에 익었던 구조물이 불과 일주일만에 앙상하져 버렸거든요. 고가가 철거되면서 서대문교차로 주변의 경관이 좋아질 것을 기대해 벌써부터 주변상가의 임대료가 요동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만고만한 가게들 중 문을 닫을 곳은 닫고, 새로운 업장이 또 들어서겠지요. 다이나믹하기 그지없는 서울입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리뉴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서울, 그리고 제가 죽을 때 즈음의 서울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서울의 모습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을 보면, 고향을 떠난 분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데도 제 고향은 매일 달라지는군요. 어쩌면 제가 기억해야 하는 고향의 모습은 어린 시절 각인했던 미로같은 골목이 아니라, 매일 달라지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서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