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1/04/25 00:07:29수정됨
Name   샨르우르파
Subject   백수도 아닌데 너무 한가한 삶이 불안합니다.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전 여유시간이 엄청 많이 났습니다.
전형적인 아싸였는데, 게임도 별로 하질 않았거든요.
다른 취미생활은 질려서 그만 둔 게 많은데 새로운 취미를 만들지 못해서 더더욱..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학교 수업 듣는 백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
전공이 과제도 별로 없는데, 학교수업 듣고 시험기간에 바짝 고생하는 거 말곤 별로 하는 게 없었거든요.
그러고도 4.0 이상의 학점을 유지했기에 바꿀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되게 바쁠 것 같은 사회복무요원 생활이, 대학원 생활이 이런 저를 바꿀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운 좋게 사회복무요원 일은 실근무시간이 8시간 중 평균 2-3시간에 불과한 꿀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편하게 책읽고 스마트폰 보면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출퇴근하며 일을 해서 그런지, 여유시간은 오히려 더 맑은 정신으로 보낼 수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패턴은 소집해제되고 원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복학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져서 전보다 더 여유시간 많은 삶을 (반강제로) 살아야 했고요.

대학원 생활은 진짜 바쁠거라 생각했는데..
반 학기 보낸 소감은.. 제가 랩실 안 다니는 인문계 대학원생이라 그런지.
아직 석사논문이나 기말페이퍼 쓸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단체활동을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수업량 자체는 오히려 줄고, 오히려 학부때보다도 더 한가하다는 기분입니다.

심지어 너무 아싸로 보낸 것 같아서
사람들도 더 만나고, 연락도 자주 하고, 외출을 더 늘렸는데도 여전히 전 한가합니다.

여태까지 한가함이 제 삶에 큰 불이익을 가져다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가한 삶을 내려놓는 날이 올텐데 대비는 해야하지 않을까.  
취준하고 직장생활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 대학원생에 비해서도 게으르게 보내는 건 아닌가.
그리고 게으름은 언젠가 댓가를 치르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던 게으르고 한가한 생활패턴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요?
여유롭게 산다는 데 전 감사하지만, 종종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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