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24/02/08 19:33:50 |
Name | [익명] |
Subject | 인간관계에서의 불신감과 내 평판의 진실에 대한 걱정.. 어떻게 사는게 좋을까요? |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 우울하고 어려운 인생상황 등이 계속 지속되어 10여년째 심신이 지친 채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몸담고 일하고 있는 집단에서 인간관계적으로 심한 소외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처음 한 6~8개월 정도는 같이 지내는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이나 의심 없이 아주 천진난만하게 잘 지냈다가, 어느 날 한 사람(여자팀원)이 제 보는 앞에서 대놓고 표정이 썩는 일을 겪고 나서부터 가슴을 망치로 맞은 듯 불안감이 지속되고 의심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주변이 돌아가는 상황을 유심히 판단해보니 점점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 큰소리로 서로 얘기할때와 서로 속닥거리며 몰래 얘기하는 톤이 차이나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고, 몇가지 정황상 나에 대한 호의 중 상당부분이 가식이었던 것이 의심되는 상황을 여럿 겪은 것 같습니다. 따로 이야기하는 카톡방, 뭔가 애매한 호응,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고 대화하는 양이 차이나게 적음, 되도록이면 말을 거의 안 섞으려고 피해다니는 것이 느껴지는 팀원 여러명 등... 뭔가 특정 사건을 집어서 말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지내 보면 공기와 느낌이 굉장히 긴장되고 무겁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지낸지는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때부터 업무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일과시간에 긴장과 우유부단함, 소심함이 더 깊게 지속되었고 사소한 일들에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옷이나 얼굴에서 냄새는 나지 않을까,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내 평판의 "진실"은 무엇일까,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공백은 무엇일까, 내 편이 아닌걸까, 내 편은 누구일까, 내 편이 있을까 등...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해서 학교 옥상으로 가는 계단들을 혼자 쉬는시간에 가서 눈물바다로 적셨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의심, 인간관계에 대한 패배감, 불안감이 늘 있었고 지금도 사실은 불특정 다수의 집단에 가서 '정상인'으로 적응할 자신이 없습니다. 늘 나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4차원이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늘 집중하고 정제하지 못하고 날것의 자신을 방치하면 또라이로 찍힌다라는 불안감이 늘 있습니다. INTJ입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수년간 더 타인이 보는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캐기 위해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어떤 간접적인 방법으로, 어떤 실험증거들을 수집해서 내가 받아들여지는 사람인지 아닌지, 내 문제가 뭐고 어떻게 고칠지를 알아낼까, 내 평판은 어떻게 연구할까, 내 인간관계의 솔루션은 뭘까...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지치고 힘듭니다. "남이 나를 욕하더라도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살자", "극소수라도 나랑 관계가 좋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해주자"라는 격언이 있는건 알지만 꿈자리도 자주 설치고 몸에서 반응도 오고 사는게 좋지가 않습니다. 몇달간은 정말 안좋은 시그널들 다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눈치보지 말고 마냥 취해서 즐겁게 살자! 라고 생각하며 지내봤는데, 사람들이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손가락질하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잠자리에서 몇 번 꾸고는 내가 마음을 먹어도 내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남의 평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강인한 사람은 인싸력도 있을 거라 그런 위험에 처할 일이 드물고, 가장 격언이 절실하고 굳셈이 절실한 사람은 그런 강한 마음의 스킬을 갖추지 못해서 그것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마치 가난한 사람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가난을 극복할텐데 가난한 환경 때문에 잘 먹고 안정된 환경을 만들지 못해 일을 못 해내는 것과 비슷하게 말입니다. 만약 내가 실제로 직장에서 은따라는 게 거의 80~90% 이상 확실해 보인다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것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직급이 중간관리자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과 기본적으로 입장 차이 때문에 완전히 동등하게 섞이지 못하는 벽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아랫사람이라 솔직한 대답을 듣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평소에 일에 매몰되고 나이차이 세대차이도 살짝은 있어서 일부러 좀 덜 섞이려고 하기도 했고, 제가 먼저 나머지에게 말해두고 가거나 아니면 말없이 가거나 해서 따로 밥을 먹은 적도 처음부터 꽤 많습니다. 입을 닫고 지갑을 여는 것들은 할 수 있었고, 때로는 간식도 펼쳐 보고 남들 없는 사이에 사무공간 대청소도 좀 하는 모습을 보이고 궂은 일도 직접 하기도 하고 베풀 수 있는 것은 베풀어봤다고는 생각하지만, 솔직히 와닿는지 자신은 없습니다. 1) 원래 인간관계엔 집착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체념하고 산다. 2) 그동안 사람들과 나눈 얘기나, 앞으로 있으면서 서로 개인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는 이야기들, 얼마나 같이 어울리는 사건들이 있는지를 면밀히 곱씹어 본다. 이것으로 내가 진짜로 민심을 망친 것인지 재평가 해본다. 3) 개중에서 가장 인성이 순수하고 믿을 수 있는 후배를 심어서 솔직하게 의견을 물어 본다. 4) 빨리 스펙을 더 쌓아서 이직할 곳을 알아본다. 5) 또는, 내 평판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겠는 이 공포감과 당황은 어떻게 극복할까요? 리트머스 시험지를 흩날리면서 진실을 확인해 보아야 할까요? 그래서 진실은 나쁘지 않고 나의 피해망상이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휴 다행이다 하고 사는 쪽으로 간접적으로 조사를 해 보는게 좋을까요? 나의 '진실' 이라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요? 또는 그런 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비슷한 고민이나 상황을 헤쳐나가 보신 분이든 아니든 의견을 정중히 묻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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