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건강과 능력, 경제상의 문제로 결혼 출산과 육아를 안(못)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비혼주의이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혼자 가족의 울타리 없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게 엄두가 안나서 못할 뿐이죠.
연애할때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그 이유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닮았으면서도 나도 닮은 새로운 새 생명을 내 사랑하는 사람과 키우고싶다? 그런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법과 제도로 묶어놔도, 아무리 사랑한다고 백날 말로해도 사실 언제 헤어져도 상관없고 그만인 타인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죽는날까지 헤어진다해도 둘이 낳은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로 엮이는게 사실이니까요.
뭐 결국 안됐지만 말입니다^^

해설은 위에 레지엔님이 해주신 바에 더할 나위가 없네요.

주변 분들의 반응(압박??)에 대한 인문학적인 해명을 해보자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경험은 19세기 조선인이 뉴욕가는 거랑 비슷해요. 안가본 이는 가본 이가 겪은 내용을 결코 이해 못하고 가본 이는 안가본 이에게 자기 경험을 결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요. 그것도 그냥 하루 이틀 겪는 경험이 아니라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전반에 걸쳐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각 데이터가 수년간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어, 음, 압도적인 경험이에요. 어지간히 잘 훈련된 이가 아니라면 말이나 글로 표현할 엄두도 나지 않기 때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한숨 한 번 쉬고 "해보면 알아" 정도 밖에 말 못하는 거지요.

자, 그래서 너는 왜 2세를 낳아 기르느냐하면 제 대답은...

햐 이거 남자한테 참 좋은 건데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 (농담).

애들은 제 인생, 제 인격, 제 사상, 제 모든 것을 뿌리째 뽑아서 다 뒤집어 엎어버렸어요. 다른 누구도 못해낸 걸 애들이 해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 제가 조금 더 성장해요. 이 느낌을 저 역시 자세히 표현하기 어려운데, 어쨌든 어마어마하게 긍정적인 경험이에요.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참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위험을 무릅쓰고 감히 말해보자면)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한 번 시험삼아 (^^;) 낳아길러보길 권합니다.

- 전 절대로 자녀계획이나 임신여부에 대해서 안물어봅니다. 아픔을 겪어봐서 그 질문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오지라퍼들 진짜 극혐입니다.

- 2세는 커녕 결혼도 하기 싫어했는데 어쩌다 보니(?) 2세를 둘이나, 그것도 딸 아들로 골고루 가지게 되었는데요, 가지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유전자 뭐 이런걸 다 떠나서, 저 닮고 제 와이프 닮은 작고 꼬물꼬물한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애완동물(?) 보는 느낌입니다 ㅋㅋㅋ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 하나 눈빛 하나하나가 참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가지가 생기면 그 때부터 걱정과 근심과 고민이 생겨나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를 내가 만들어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렇습니다. 이 느낌이 너무 좋아요.

- 예전에, 어느 고아원 같은 곳에서 허공에 매다린 티비를 멍 하니 바라보는 젖먹이 아이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이고 불쌍해라.. 안됐다 참.. 책임 못 질거면 낳지를 말지 니들이 뭔 죄니.. 이런 입장이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아빠가 되고 나니 일단 그 사진을 보면 눈물부터 나고, 그 다음 드는 생각은 내가 능력이 되면 어떻게 데려다 키우든 다들 좋은 부모를 찾아주든 아님 후원을 해서 바르게 자라도록 돕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이 차이인 것 같아요.

자녀만큼.. 경험해보기 전까진 이해하기 힘든 게 또 없죠.
여기에 그 어떤 답이 달려도 직접 경험해보시지 않으면 몰라요.
그 전까지는 그 동안 만들어진 자기 성향대로 자기 생각대로 믿고 사는 거죠.

자기 닮은 2세.. 종족 유지 본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거창한 거 아니에요. 자기가 아는 맛집 다른 사람한테 권해주는 거랑 차라리 더 비슷합니다.
먹어보게 하는 거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아이가 생기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아이가 태어나고 몇년 기르시다보면 이런 질문 했다는 거 자체가 기억이 안나실걸요 ㅎㅎ
아이 안 가지신 분들끼리 얘기해봐야 얘기는 돌고 돕니다. 답도 안 나오고 계산도 안 나옵니다.
(근데 그런 자식도 가끔 미워보일 때가 있다는 게 함정....)

인생에는 "결혼 후 결혼 전의 삶으로 나뉜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야...대신에 아이가 생기고 난 삶과 아이가 없던 삶 그렇게 나뉜단다라고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하고는 합니다만서도...

당근 제 맘속에는 ...
1위: 아이 없는 결혼 안한 싱글 직장여성의 삶
2위: 아이 있으면 여자아이 하나만 있는 삶
을 늘 동경하지만서두요. 엄청 부러워요. 그런분들...:)

아이를 낳을꺼면 일단 결혼하였으면 적어도 3년이상은 아이 없이 둘 시간을 보내라..
저희는 아주 오래 아이 없이 보냈어요. 그리고나서..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는데..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컸지만서도 부부간의 유대나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아이를 낳은 이유는 하나를 낳을때는 둘이 노는데, 비슷한 사람 세 명이서 놀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그리고 둘째는 하나 더 있어도 저런 첫째 같은 아이면 아이들끼리도 또 재밌게 놀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덤으로 ...
모유수유중에는 절대로 임신할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휴.....
세 명다 쪼르르미 나와서 제 청춘 그래도 아이없을때 실컷 놀았으니 다행이다합니다.

막내의 베스트프랜드는 입양된 중국여자아이에요. 백인부모밑에서 자라는데 참 친딸처럼 잘해준답니다.
저는 아마 싱글이었다면 입양해서 여자아이랑 함께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그려보게됩니다. 좋았을것 같아요. 제 딸 같은 여자아이를 기르는 건 축복일 것 같거든요.
거기다 말썽꾸러기 남편도 남자아이들도 없으니...흠흠..사실 울집에서 제일 말썽꾸러기는 막내딸이기는 합니다만서도..

저는 결혼도 생각 없었고 아이도 별 관심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얼마 전에 색시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와 색시는 결혼 안하고 혼자 살았어도 인생을 즐기며 재미지게 살았을 겁니다.
아이 안낳고 둘이서 살았어도 재미넘쳤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다시 돌아간다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아이 때문에 평생 없던 허리통증을 얻고 밤마다 대성통곡하며 우리부부의 잠을 깨우지만, 한번 웃어주면 모든 고통이 사라집니다.

이런 기쁨(?)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자가 비경험자에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설명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하고 싶고 모른다면 알려 주고 싶은 분들이 아이 갖으라고 하는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