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7/05/07 23:22:38
Name   호라타래
Subject   문장 수정 질문입니다.
교수님이 제 글쓰기 방식이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셔서, 한창 논문 초안을 다시 쓰는 중이여요.

혹시나 읽어보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짚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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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와서 자녀를 교육하는 어머니들의 경험은 자녀들이 한국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 담론 및 제도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국제결혼 가족의 교육 경험을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한국 교육이 지닌 신자유주의적 특징과, 이 신자유주의적 배경 하에서 나타난 어머니 노릇의 특징을 짚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는 도구적 자율성에 기반한 간접적 통치를 골자로 한다. 사회학적 시각에 기반하는 많은 연구들은 ”누군가를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주목”(손준종, 2012: 122)하는 푸코의 통치성 논의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분석한다(서덕희, 2006; 오욱환, 2008; 박소진, 2009; 손준종, 2010; 손준종, 2012; 김천기, 2012). 신자유주의 통치양식은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간접적인 통제에 주안점을 둔다. 국가는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개인,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개인"(박소진, 2009:17)이 행사하는 자기 결정과, 자유 의지를 신성한 가치로 제시한다. 그 이면에는 행위의 결과를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하에서 자유와 자율성은 도구적인 차원에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스스로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 혹은 국가로부터 주어질 뿐이다. 주어진 목표가 애초에 달성 불가능할 때조차, 개인은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외부로부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인들의 끝없는 경쟁이 나타난다. 한국 교육에 주어진 목표는 입시로 대표되며, 취업난 이후에는 진로라는 목표가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교육 내에서 계속해서 심화되어 왔다. 김영삼 정부는 ‘수요자 중심 교육 과정’을 천명하면서 학교자율적 운영, 학교 선택제, 수준별 교육과정, 학교평가제 등이 포함된 5.31 교육 안을 도입했고, 이러한 흐름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워싱턴 콘센서스를 받아들이면서 본격화 된다. 이후 전반적으로 이어진 신자유주의 기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화된다.(박소진, 2009; 김천기, 2012) 중등교육 수준에서 탈평준화를 강화한 고교다양화 정책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다. 심지어 체벌을 줄이고자 도입된 상∙벌점제조차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대학 입시 제도 하에서 점수를 가르기 위한 개인 '스펙'으로 전용되는 것이 현실이다(김미숙, 2012; 권순정, 2015).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은 그 통치성이 지니고 있는 비인간성 뿐만 아니라, 계급재생산을 심화 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손준종(2010)의 고교다양화 정책 분석은 대표적인 비판이다. 대학 교육이 확대되면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하락하자, 과거에 대학 졸업 여부를 바탕으로 계급을 구분하던 중간 계급은 다른 전략을 모색한다. 그 결과가 학교 계열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눈다는 전략이다. 학교에서는 선발의 기준으로 학생 개인의 능력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학생 개인의 교육적 성취는 부모의 자원, 선호, 희망에 좌우하다시피 한다(오욱환, 2008). 서로 다른 학교로 나뉜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른 교육을 경험하게 된다. 김천기(2012)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서 학교의 입장을 분석했다. 신자유주의 통치성은 학생 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적용이 된다. 학교는 다른 학교와 자신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 결과 학교들은 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김천기, 2012). 노동 계급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교 간 구분, 학교 내 구분을 통해 자신의 계급 지위를 재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에 확산되면서 ‘강남 엄마’로 대표되는 전업 어머니 이데올로기는 강화되었다(박소진, 2007; Park, 2007; 박소진, 2009; 박혜경, 2009). 과거 한국 어머니의 교육열은 '치맛바람' 등의 담론 아래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상되었다. 그러나 자기 관리와 가족 경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구호가 확산되면서, 자녀 교육에 투신하는 어머니들은 '매니저 엄마'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상되기 시작한다(박소진, 2009). '매니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 교육에 전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전업주부여야 한다(박혜경, 2009). 하지만 역설적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해 촉발된 한국 사회의 경제적 변형은 그 어머니 역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최선영∙장경섭(2012)이 지적하듯 남성생계부양자의 지위 불안정은 여성 배우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촉진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대 고용 '유연화'는 남성들의 노동생애를 불안정화 하였다. 그 불안정성은 기혼여성의 재취업이라는 형태로 전이된다. 또한 조기 교육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경쟁 심화에 따라, 교육비를 충당하고자 기혼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사례도 고려해야 한다(이재경, 2004; 조혜선, 2004; 박혜경, 2009). 결국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조건과 그 결과 때문에, '강남 엄마'만큼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많은 어머니들은 자신을 부족한 어머니로 정체화 한다(이재경, 2004; 이두휴, 2008; 박혜경, 2009). 노동 시장에 재진입한 어머니들 중 일부는 가사 노동 중 일부를 분담하는 자녀를 보며, 자신의 삶을 자녀와 분리하여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제 자녀와의 갈등이 아니라,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과의 상상적인 갈등을 겪는다는 점에서 ‘전업 어머니’ 이데올로기가 끼치는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한지원, 2005) 이러한 전업 어머니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둘러싼 가족 간 경쟁이 심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업 어머니 이데올로기는 언론매체(홍지아, 2014) 혹은 다른 어머니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내면화 된다(박혜경, 2009).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는 아버지들의 전업 어머니 노릇을 요구하기도 한다(이민경, 2007).

 물론, 계층에 따라 어머니 노릇은 다르게 나타난다. 전업 어머니 이데올로기가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어머니 노릇이 계층을 막론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동원 가능한 자원의 차이 때문에 결국 어머니 노릇은 각 개인 및 가족이 배태되어 있는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밖에 없다. 계층에 따른 어머니 노릇은 다음 몇 가지 특성을 보인다(이두휴, 2007) 첫째, 상류계층 어머니들은 사교육을 이용하는데 있어 사교육의 질을 중시하고, 하류계층 어머니들은 사교육의 양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둘째, 상류계층 어머니들은 자녀의 교육을 관리적으로 통제하는 반면, 하류 계층 어머니들은 자녀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셋째, 상류계층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에 관련된 정보를 폐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지만, 하류계층 어머니들은 개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쉽게 공유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가족의 계층적 특성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는 와중에서도, 차이를 변형하는 지점이 있다. 자녀가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이는 경우 상류 계층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자녀가 중학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학교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면서 계층 구분이 희미해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녀의 학업 성취와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 사이 연관은 뚜렷하며, 직접적인 관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자녀들의 학교 진학 및 사교육 관리 측면에 있어서는 여전히 계층 차이가 유효한 지점이 있다.

 국제결혼 어머니의 어머니 노릇에 대한 선행 연구들은 국내에서 다수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유아와 초등학교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했다.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머니 노릇이 구성되는 형태가 달라지지만, 초등학교 시기의 학교 경험이 중∙고등학교의 학교 경험과 관련된다(양계민, 2014)는 점을 고려하여 관련 연구들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 연구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한국 사회의 어머니 노릇 담론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 국제결혼 어머니들의 어머니 노릇은 자녀들이 공적 교육체제로 들어가면서 첨예한 중요성을 띤다. 셋째,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머니 노릇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자원을 동원하는데, 그 중  ‘결혼이주’라는 맥락에 배태되어 있는 초국적 연결망과, 일상화 된 수혜지위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한국 사회의 어머니 노릇 담론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국제결혼 어머니는 자녀 교육의 주된 책임자가 된다. 자녀 교육 문제를 어머니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양상은 한국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사례일 수록 더 뚜렷하다(육아정책연구소, 2011; 이은아, 2013). 자녀가 영ᆞ유아기 시절일 때는 한국 학부모를 보면서 출신 사회의 자녀 교육 규범과 다른 경쟁적인 면에 불안과 불편을 느끼지만(이소희 외, 2014)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 양육에 헌신하는 한국 여성들을 보면서 자녀 양육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한국 문화’로 따르게” 된다(이은아, 2013:127; 이부미, 2016). 이러한 변화는 한국 남편들이 자녀 교육 관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드러난다(류진아, 2013) 저소득층, 직업을 가진 어머니들이 한국의 ‘전업 어머니’ 노릇을 실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양상은 국제결혼 어머니에게도 그대로 반복된다. 더하여,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자신의 한국어 능력, 한국 사회ᆞ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어머니 노릇을 수행하는 데 장애요소라 느낀다(윤명숙ᆞ이혜경, 2011; 이은아 2013). 한국의 전업 어머니 노릇 담론을 받아들인다면 국제결혼 어머니들의 자기 정체성은 저소득/이주배경이라는 두 가지 조건 아래에서 부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제결혼 어머니가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과, 자녀 교육에 투신하는 어머니 역할을 그대로 내면화 하지 않는 경우도 발견된다(이유정ᆞ김병수, 2013; 이소희 외, 2014). 따라서 국제결혼 어머니들의 어머니 노릇이 한국의 어머니 노릇 담론과 상호작용하는 양상은 보다 면밀히 파고들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 어머니들의 어머니 노릇은 자녀들이 공적 교육 체제로 들어가면서 첨예한 중요성을 띤다. 자녀가 어린이집을 가고 들어가는 시기가 되면,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걱정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면 걱정은 더 커진다. 한국 출신 어머니들도 자녀가 처음 학교에 들어갈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같지만, 언어 및 사회문화적 차이 때문에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가정 통신문을 읽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조차도 어려워한다(조혜영ᆞ서덕희ᆞ권순희, 2008; 윤재희ᆞ유향선, 2011; 남부현ᆞ김옥남, 2012). 먼저 자녀를 학교에 보냈던 다른 국제결혼 어머니나, 친한 한국 어머니들의 경험을 들으며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자녀가 한국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어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일찍부터 어린이 집에 보낸다거나, 스스로 부모∙한국어 교육을 받는다. 국제결혼 어머니는 자녀 학교 생활에 대해 알기 위해, 혹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학교에서 하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데(조혜영ᆞ서덕희ᆞ권순희, 2008; 류진아 2011; 오민석 2011; 윤재희ᆞ유향선, 2011; 이채원 외, 2013; 김종훈, 2014) 시간이 없거나, 한국어에 자신이 없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이민경ᆞ김경근, 2010) 직장에 다녀야 하기에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남부현ᆞ김옥남, 2012), 다른 한국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김종훈, 2014)도 발견된다. 자녀가 속한 교육 체계는 국제결혼 어머니들의 어머니 노릇에 영향을 끼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사례는 이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중∙고등학교 시기의 교육 체계가 국제결혼 어머니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결혼 어머니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머니 노릇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자원을 동원하는데, 그 중 일부는 초국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필리핀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선행연구들은(김정선, 2012; 이은아, 2013) 이들이 자녀를 필리핀으로 보내 영어 교육을 받게 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초국적 가족 네트워크를 통한 자녀 교육 기회의 확대이다. 한국 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 어머니가 자녀를 모국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는 전략은 “계급 이동을 위한 주요 전략”이자, “경쟁적인 자녀 교육과 사교육비 부담, 성별화된 자녀교육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이은아, 2013:139)이기도 하다. 2015년 기준 결혼이주여성의 47.3%는 모국에서 자녀를 공부시킬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교육 수준이 대학 졸업 이상인 경우 그 비율은 62.1%로 올라갔다. 자녀를 모국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모국의 언어와 문화 습득’이 35.6%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여기서도 출신국가에 따른 차이는 나타난다. 필리핀 출신이 58.9%로 가장 강력한 의향을 보인 반면, 베트남 출신은 39.7%만이 모국에서 자녀를 공부시키고자 했다(여성가족부, 2016). 초국적 사회적 연결망을 자녀 교육에 동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로 얻어지는 자원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평가 받느냐는 문제는 전략을 활용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국제결혼 가족이 한국 사회 내에서 지니는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취약하기에, 김정선(2010)이 짚듯이 “두 개의 로컬이 자신에게 허용하는 기회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하향식 동화에 저항”하는 전략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고려할 지점은 국제결혼 어머니들이 ‘다문화 가족’이라는 명명 아래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관계 없는 수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 기관들은 국제결혼 어머니들이 어머니 노릇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2015년 기준 결혼이민자의 정부 지원 서비스 이용률은 54.9%, 자녀의 서비스 이용률은 49.4%이다. 자녀는 학습지원 29.8%, 진로상담 및 진로교육 16.6%로 두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여성가족부, 2016). 가구소득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가구가 60.4%로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결혼가족이 정부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를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단순하게 결부하기는 힘들다(국가통계포털, 2015) 학력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서덕희∙오성배(2012)는 고학력의 결혼이주 여성들이 공적 기관과 관계를 더 잘 맺는다고 짚었다. 학력이 높은 결혼이주 여성들은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편지를 써서 교사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는 등 지원 기관과의 관계를 능숙하게 다룬다.  하지만 자녀들의 경험에서 ‘다문화’에 대한 낙인감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 기관 이용을 가족의 교육 경험에 긍정적인 요소로만 단정짓기는 힘들 수 있다. 국제결혼가족이 이러한 낙인감을 자녀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떻게 고려하는지, 학력 외에도 지원 기관과의 관계를 맺는데 무엇이 중요한지 또한 가족의 교육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영역일 것이다.

 국제결혼가정 청소년 자녀의 교육 경험을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얼마 없으나, ‘다문화’라는 구분으로 인해 형성되는 낙인감을 지적하는 연구(전은희, 2012; 김수미∙정경은, 2013; 김기현∙이재희∙홍혜미, 2013; 박미숙∙이미정, 2014)와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이 낮은 학업성취도를 보인다는 연구(김광혁, 2012; 양계민 외 2012)가 있다. 권해수(2011)의 연구는 중학생의 교육 경험을 다룬 몇 안 되는 연구 중 하나인데, 면 소재 학교보다 읍 소재 학교 학생들이 더 부정적인 학교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면에서 읍으로 전학 간 학생들은 가장 심각한 학업적 위기를 겪는다. 읍 단위 지역의 국제결혼가정이 면 단위 지역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도 크고, 자녀 교육에 대한 관여도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학교 경험에서 보이는 차이는 역설적이다. 그 원인은 면 단위 학교가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구성원 간의 접촉이 잦고, 교사가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구성비가 높기에 낙인감이 적은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면 단위 지역에서 성적에 대한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기에 면 단위 학생들의 어려움이 더 크리라는 시각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의 학업 성적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가구소득 수준이 높은 경우 큰 차이가 없지만,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낮으며, 저소득층끼리 비교할 경우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의 성적이 더 낮다(김광혁, 2012; 양계민 외 2012)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를 고려할 때, 국제결혼가정 청소년의 낙인감과 성적 문제를 중요한 요소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어머니의 초국적 연결망을 통해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았으나, 계급 혹은 국가 위계에 따른 유학 의도 차이를 드러내는 자료들이 있다. 어머니의 부모나라로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28.8%로, 자녀를 모국에서 유학시키고 싶다고 응답한 어머니가 47.3%인 것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가구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 30.1%, 500만원 이상인 경우 34.6%로 소득 구간이 높거나, 낮은 경우 유학 의사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가구소득이 낮아질수록 교육비 문제가 부각되고, 가구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나은 성공 기회’나, ‘더 나은 교육 환경’을 꼽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생들보다 ‘더 나은 성공 기회’나,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이유로 드는 빈도가 높다(여성가족부, 2016). 어머니의 나라를 미래 진학이나, 진로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어머니의 출신 국가가 한국보다 좋거나, 영어권 국가라는 특징도 있다(권해수, 2011) 이러한 특징들은 사센(2003)이 주장하는 이주의 두 회로(Two circuits of migration) 와 맞닿는 지점이 있기에, 향후에 부모 혹은 자녀를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는 또다른 이주와 연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국제결혼가족은 신자유주의적인 한국 교육 제도 내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결혼 이주’라는 지위가 배태하고 있는 초국적 연결망이나, 일상화 된 수혜지위 같은 자원들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머니-중∙고등학교 자녀 양 쪽의 시각을 고려하여 그 양상을 드러낸 연구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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