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7/12/09 14:04:20
Name   [익명]
Subject   (추가)남자친구가 이혼사실을 숨긴 걸 알게되었어요. 조언구합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음슴체로 간략본 올립니다.

-여름부터 만나기 시작한 남자친구는 작년 4월 파혼했다고 알고 있었음
- 페북에서 청첩장을 본 적 있고, 당시 약간 나무라며 지우라고 함, 결혼식 며칠전에 파혼했다함
- 가을이 되면서부터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지만 큰 문제 없이 서로 알아가고 있었음
- 파혼사유를 들었을 때 여자가 돈보고 결혼하려고 한 나쁜 사람인거 같은데 자꾸 외모 칭찬을 함
- 지난 주에도 대화 중 그녀가 예뻤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질투 반 호기심 반으로 그 여자 이름으로 이미지 검색을 함
-그런데 첫줄 정중앙에 남자친구랑 어떤 여자 결혼식 사진이 있고, 해쉬태그로 결혼식이라고 씌여있어서 멘붕
- 남자친구에게 해명요구하니 연말에 직접 보고 말하려했는데 먼저 알게 되어 미안하지만 검색을 해본점이 기분이 나쁘다고 함
- 그 후에 전화통화로 상세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들음, 3주 채 안 살았고 혼인신고도 안했기에 처음엔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지만 얼마 안지나 밝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함 신혼여행은 안갔고, 혼수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고 함, 최종적으로 헤어진 건 작년 6월이라고 함
- 설명을 듣고 나니 좀 차분해지면서 남자친구의 입장도 이해가 감, 파혼한 거나 거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음
-그런데 결혼식 사진이 충격이긴 했는지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짐, 그래서 다시 한 번 검색
-근데 웬걸. 이번에는 전혀 다른 사진이 튀어나옴.  같이 해외로 여행간 사진이랑 가정집 식탁에서 공부하는 사진 등등 여러개가 나옴
-해외 여행 사진 날짜는 작년 6월이고 해쉬태그에 허니문. 겨울에 광화문 촛불집회에 같이 참여한 사진도 있었음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작년 겨울?? 로 추정합니다. 해쉬태그에 새로운 꿈을 꾼다 말해요 (전인관 노래제목이자 집회 슬로건 이었던걸로 알고 있음))
-두번째 멘붕이 와서 남자친구한테 급하게 전화를 해서 물어봄, 기다렸다가는 의혹만 커질 거 같아서.
-그랬더니 자고 있었다며 짜증내고 일방적으로 끊어버림 (어젯밤 새벽 1시)
-카톡으로 사진을 캡쳐해 보내며 허니문이라고 쓰여있는데 내가 어찌 안물어보냐고 했더니
-내가 안갔다고 하지 않았냐고 자기가 거기에 왜 그렇게 쓰여있는지 어찌 아냐고 하더니 연락 그만하자고 함
-이유는 내가 자신을 믿지 않으니 이러는 거고, 또 좋아하면 이렇게 못한다고
- 좋아하니까 믿고 싶어서 이해하고 싶어서 묻는 거라고 설명했지만  더 이상 자길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말함
- 그 말에 급 힘이 빠지면서 아무런 말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음
-오늘 보니 페북, 인스타 친구도 끊었네요.

이 상황에서 제가 너무했던 건가요? 대처를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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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버전은 너무 길지만....혹시 몰라서 같이 올립니다.

제게는 올해 여름에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전남자친구라고 해야할까요. 그 사람이 저한테 어제 이별을 통보했거든요.

소개팅앱으로 만나서 처음 몇 주는 대화만 하다가 안전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실제로 만났고 정식 교제를 시작한지 2 주 만에 원래 예정되어 있던대로 제가 해외로 나오게 되면서 장거리가 되었죠.  

한창 좋을 시기에 보질 못하니까 조금 힘든 점은 있어서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얼굴을 못보니까 좀 별 거 아닌 일에 서운해지거나 오해는 생기기는 했어도 그 정도는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연말에 다시 만날 날만을 고대했어요.  

남자친구가 작년 봄, 결혼식 불과 며칠 전에 파혼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고, 저도 몇년 전, 결혼 얘기를 주고 받은 남자친구가 바람핀 상처가 있어서 서로 과거 얘기를 많이 나눴었어요. 결혼 이야기까지 진행되었다면 분명 많이 사랑하고 진지하게 만난 사람이었기에 어떻게 헤어졌는지 궁금해서 질문도 많이 했고요.

남자친구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부자인줄 알고 결혼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에피소드를 꽤 자세히 들으면서 예전에 제가 마음 아팠던 생각도 나고 짠했어요. 어쩌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물어보니까 외모가 정말 예뻤다고 강조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외모 그만보라며 웃어 넘겼는데, 반복되다 보니 약간 질투가 나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예뻐했으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칭찬인지...이런 여러 복잡 미묘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어느 날, 그 전여친 이름으로 이미지 검색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한창 알아가던 시절 남자친구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청첩장을 발견하고 지우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 때는 감정이 그닥 크지 않았을 때라 약간 나무란 후 지나쳤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과 궁금증이 점점 커지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헤어진 이유도 명백해 보이고, 이미 과거이지만 청첩장에 쓰여 있던 평생을 다짐하는 사랑의 약속이, 그리고 언뜻 보고 놀라 닫았던 웨딩포토들 속 행복해 보이던 모습이 아주 가끔은 생각이 났어요.  근데 뭐 저도 연애 안해본 것도 아니고 다들 행복한 한 때는 있었을 테고 과거의 경험이 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괜찮았어요.)

그런데 검색결과  첫 줄 중앙에 남자친구와 어떤 여자의 결혼식 피로연으로 보이는 사진이 있었어요. 심장이 벌렁거려서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혹시 약혼식인가 하고 옆에 사진정보를 보니 해쉬태그로 결혼식 그리고 그 사람의 전여친 이름이 적혀있었어요. 검색을 적극적으로 해본 건 좀 못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사진을 본 이상 지체하지 않고 남자친구한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니 일 끝나고 전화 달라고 한 뒤에, 괴로워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약간 취기가 올라, 카톡으로 못참고 결혼식 안한 게 정말 맞냐고 물었어요.

첫 반응은 좀 냉랭했어요. '내 뒤를 캤구나, 페북을 뒤졌구나, 아니면 내 친구한테 물어봤구나.'라며 기분 나빠하더니 곧이어 올 연말에 저를 보러 와서 얼굴보고 말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초반에는 말할 생각도 없었고, 말할 기회도 없어서 놓쳤고 제가 출국한 후에는 얼굴보고 말하는 게 맞을 거 같아서 계속 숨겼다고. 거짓말하게 된 건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좋은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거고 나쁘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연거푸 사과했어요. 앞으로도 미안할 거라고.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냐고 하니까 당시에는 아예 말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혼인신고도 안했고, 같이 산 기간이 한달도 채 안되니까. 그리고 주위에서 요즘은 이럴 경우 모르게 많이들 한다고 했다고....그런데 제가 좋은 사람같아서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까운 친구와 부모님이랑 상의를 하기도 했고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에 만나면 말하려고 했대요.

그러면서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봐서 이름으로 구글 검색해봤다고, 검색해본 건 미안하다고. 이름은 그때 청첩장 봐서 알고 있었다고 사실대로 말해줬더니 직접 말해주기 전에 다른 루트를 통해서 알게된 건 너무나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자기 입장에서는 내가 미리 찾아보고 그런게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다시 음성통화를 했어요. 그때 제가 다시 자세한 이혼사유와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어요. 처음에는 약간 짜증을 내면서 호기심 충족시켜 주기 싫다고 하다가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파혼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결혼식 당일(작년 4월)에 미리 약속된 웨딩홀 비용 절반을 부담하기 거부한 것이나, 아니면 신혼집에 혼수가 세달동안 들어오지 않았던 것 등 정도가 추가되었고, 신혼여행은 안갔고 집에 가구(혼수)를 갖추지 못하고 계속 싸우는 바람에 함께 산 기간은 다 합쳐서 3주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위자료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 같은 걸 같은 해 9월에 받으면서 마무리 했다고....하지만 양쪽 다 신뢰에 금이 갈만한 거짓말이었다는 점은 동의를 했고,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모두 다 듣고 나서 혼자서 생각을 해보니까, 처음엔 왜 거짓말을 했는지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 아직 이혼사실이 스스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에서 저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 와서 말하려고 했다는 말도 믿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한 며칠을 또 그냥 생일축하도 받고 일상의 대화도 하면서 지나갔어요.  마음을 좀 다스리려고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라는 사랑을 다루는 책도 속독했어요.  마음이 편하다가도 다시 신경이 쓰이고 그런 감정이 오락가락했죠.  그리고 그 결혼식 사진도 계속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도대체 이런 심리는 뭔지 잘 모르겠어요. 보면 분명히 행복한 기분은 아닐텐데 왜 자꾸 곱씹게 되는지.... 결국 다시 한 번 검색을 하게 되었고, 전 다른 사진들을 더 발견하게 되었어요.  지난 번에는 분명 없던 사진이었는데, 검색시마다 순서가 바뀌는 건지 갑자기 해외배경의 새로운 커플사진을 보고 멘붕이 왔고 설명을 클릭해보니 해쉬태그로 허니문이라고 영어로 적혀있는 거예요. 날짜는 헤어졌다고 말한 무렵이고(작년 6월경)... 그리고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촛불집회에 같이 참석한 사진, 또 가정집 식탁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진 등도  주루룩 첫 화면에 나타났어요.

그 시각 한국은 새벽 1시였지만 다음 날 업무끝날 때까지 도저히 못 기다릴 거 같아서 급하게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깨워서 물어봤어요, 신혼여행 안 갔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짜증을 내면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하더니 전화를 끊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사진을 캡쳐해 보내면서 어떻게 이걸 보고 묻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카톡을 보내니 '내가 분명히 신혼여행 안갔다고 말하지 않았냐. 내 인스타가 아닌데 어떻게 알겠냐."고 하면서 연락 그만하자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다 미안하다고 근데 내가 자신을 안 믿고 있고, 좋아하지도 않는 거 같고, 이대로는 관계지속이 힘들 거 같으니 여기서 끝내자고 했어요.

전 당연히 사진에 대해서 해명을 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 늦게 전화해서 잠을 깨운 건 미안한데, 내가 혹시 오해하는 거일수도 있으니 의심하기 전에 바로 물어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다급하게 설명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화를 내야하는 건 나인거 같은데, 그쪽에서 화를 내니까 무섭더라고요. 어차피 곧 만나려는 계획이었으니 일단 만나서 좀 대화를 더 나눠보자고. 헤어지더라도 이렇게 끝내지 말고 적어도 만나서 얘기 제대로 나누자, 아직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믿어보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진심이었으면 그 정도의 예의는 갖춰달라고 말했는데 차갑게 거절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밤늦게 이렇게 전화해서 놀래키는 건 아닌거 같다고, 좋아한다면 이렇게 할 수가 없다면서 계속 이러는 건 자기를 괴롭히는 거니까 그만하라며 끝을 맺었어요. 자기가 다 잘못했고, 자기가 다 미안하니 그만하라고.  

그리고 바로 SNS 친구를 끊었더라고요.

전 아직 충격 상태이고요. 제 생일주간에 생긴 이 모든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도저히 일도 공부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 주위 친한 몇몇 친구한테는 털어놓았더니 헤어진 게 잘 된 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감정이 잘 추스러지지 않네요.  신뢰에 금이 갔으니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정말 내가 안찾아보고 남자친구가 먼저 말해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상상해보다가, 그렇다고 하기엔 신혼여행이나 다른 사진들이 의혹이 많고 해명도 없었으며 신뢰를 처음 깬 행동을 한 것은 본인이면서 다시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안하는 느낌에 그 정도밖에 안되는 감정이구나 실망도 했다가....무슨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입니다.

뭐 이미 차인 마당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지만, 이 상황이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고 마음만 오락가락 힘든 상태라 다른 여성/남성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네요.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을지 조언 듣고자 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어제 그동안 해온 카톡을 보다가 제가 왜 이 사람을 믿었고 또 끝까지 믿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극히 일부 내용이지만 대화 그대로 퍼옵니다.

<전 여자 좀 무서워해서 ㅎㅎㅎ
왜요? ㅎ
무서운 사람 많은거 같아요
가령 어떤
거짓말하는 사람들
거짓말의 목적은?
나를 속이는거죠
아니 속여서 뭐하게요
그러게요 ㅠㅠ
예를 들어 학교를 속인다거나 직장을 속인다거나
근데 그걸 어떻게 모르고 만나지 ㅎ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진짜 많아요>

<간단히 말하면 날 사랑하지 않지만 나와 결혼을 하려한 사람이라
사랑한다고 말한게 거짓말이었구나
그러니까 그러면 안되는거자나요
안되는 건 아니죠 둘다 상황을 인지하고 합의하면....근데 사랑하는 것같이 착각을 줬다면 그건 좀 신뢰의 문제기 때문에
둘다 불행하자나요
돈은 없어도 사랑은 있어야하지 않나요
사랑이 없으면 같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ㅎㅎㅎ>

아픔도 가지고 있고 여자를 경계하던 사람이었고, 저 역시도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조건보다는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만남을 시작했던 그 불안하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을 잠깐 떠올려 보았네요. 그래서 이렇게 끝난 게  답답하고 헤어지더라도 적어도 왜 그랬는지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내가 좋아한 사람이 저렇게 말하던 그 사람이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아직도 있네요. 이런 마음이 들 때 가장 괴롭습니다.

차라리 거짓말쟁이야- 하고 욕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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