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8/01/28 06:24:46 |
Name | [익명] |
Subject | 가족의 성추행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
무거운 주제라 죄송하지만 터놓고 말할곳이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10살때 친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오빠는 저보다 3살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자고 있을때 몰래 들어와 제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바지를 벗기고 그 부분을 만졌습니다. 키스 같은것도 하고 가슴도 벗겨서 만졌습니다. 그 땐 너무 당황해서 계속 자는척을 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왜 일어나서 하지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무 말 없이 있었으니 부모님께 말해도 내 잘못이라고 꾸짖지는 않을까 하면서 혼자 자책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며칠 뒤 또 오빠가 자고 있을 때 들어와서 바지를 벗기려고 그 부분을 만지려고 하길래 일어나서 오빠를 때렸습니다. 오빠는 제발 부모님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빌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되신 부모님은 오빠를 방 안에 데려가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더니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말이죠. 그 후로 집에서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낸 사람은 없습니다. 30살이 될 동안 저에게도 이것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습니다. 나의 비밀은 너무 더러운 것이어서 차마 남에게는 말할 수 없고 평생 나홀로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정말 친해진 친구에게 술김에 고백을 했어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아직 이 일을 잊지 못하고 자책하고 있으며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용기로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말하고나니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한다는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넘어가지 않고 오빠와 연락을 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문제는 처음에 그렇게 마음 먹었을 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짐을 덜어낸것 같고 정신도 맑아지는것 같았어요. 그런데 부모님께 더이상 오빠와 연락하지도 보고싶지도 않다는 말을 하면 두분이 충격을 받으실 것 같아 걱정이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동생을 잘 챙겨주는 오빠였고, 부모님의 자랑거리중 하나가 가족간의 사이가 좋고 화목하다는 것이라서요. 몇달후엔 아버지 환갑이 있고 오빠 결혼식도 있어요. 가족끼리 만나야 할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나 때문에 속상해 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습니다. 나 하나만 참고 넘어가면 다 좋을 일인데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20년 전 일 가지고 이제와서 이러는게 어이없게 느껴질까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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