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8/04/04 15:10:05 |
Name | [익명] |
Subject | 한 여성을 좋아해요. |
햇수로 치면 벌써 8년 가량 될까요? 그러니까 살면서 유일하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느꼈던 사람이거든요. 근데 되게 애절해보이는데 사실은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남들처럼 사귄다는 건 상상으로도 해본적 없거든요 ㅎㅎ. 용기를 못내서가 아니라 원체 제가 개인주의적이라 암만 좋아한다 한들 어느 정도 선 이상을 넘는 게 불가능하달까요. 근데 저는 이 분보다 외면으로도 내면으로도 아름다운 사람은 앞으로 찾을 수 없다는 건 거의 확신해요. 그 어떤 미인을 봐도 선인을 봐도 이같은 감정이 떠오르지 않을거예요. 대학 선후배 관계였고 지금은 몇 달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에요. 어쩌다 직접 보기도 하지만 정말 어쩌다. 하지만 이분과 그렇게 가끔 나눈 대화는 단순한 안부가 아니고 정말 제 지난 시절을 버티게 해 준 가장 큰 버팀목이자 평생 거의 유일하게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저는 이 분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요. 그러니까 질투심 같은 것도 마찬가지로 전혀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오히려 좋은 사람과 멋진 한 쌍을 이룬다면 그건 정말 저로서도 기쁜 일일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작은 두려움이 생겨요. 만일 동성이었다면 친한 언니에게 연락하듯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저는 그게 아니니까요. 특히 요새 인터넷을 보다보면 애인있는 여자에게 연락하는 건 무조건 사심있는 행동으로 취급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결례고 의심스러울 행동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거 같아서 더욱요. 또 그래서 이분 혹은 이분의 애인이 그런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고요. 어떻게 해야될까요. 저는 뭐 정말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런 상황이 올리도 없지만 온다 해도 제가 거절할텐데. 존재하는지 아니면 신기루인지 알 수조차 없는 세간의 인식이라는 게 제 운신의 폭을 자꾸 좁혀요. 아니면 이 자체로 충분히 분에 넘쳤던 걸까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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