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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사 20/10/29 13:56:08
어제 14시경 맥주만땅님께서 화이자 백신 관련해서 제일약품이 떡상했다는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그 게시물에서 이미 제일약품은 24% 상승한 상태였고 제가 글을 읽었을때는 26% 정도여서 누가봐도 이미 늦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네이버에 제일약품을 검색해 뉴스와 일봉차트를 확인하고 이거는 전고점 보러 가는거네 하고 주저없이 매수했습니다.


매수하자마자 상한가를 가서 맥주만땅님 글에 감사의 댓글을 달았지만 제 안의 야수는 요거 3프로 먹으려 들어온게 아니었죠.


당연하다는듯이 내일까지 끌고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때 상한가가 풀리고 장 막판에 <신풍>하여 22%정도로 주저않았지만 저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어요. 이런 타입은 100퍼 최소 이틀은 오른다. 내일 다시 간다.


그렇게 장이 마감되고 그날밤 나스닥과 유럽의 대폭락을 보면서 공포에 휩싸입니다. 아.. 이거 ㅈ됐네..  하지만 여기서 제일약품은 생각나지 않았어요. 다음날 아침 제일약품이 -5%가 찍혀서 제가 매수한 시점으로부터 거의 10%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까지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잠이 부족해 조금 더 자고 일어나니 12시 50분.


소변이 마려워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저는 소변을 앉아서 봅니다) 무엇에  홀린듯이 제일약품을 매도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지금은 대세하락장이고 어떤 종목도 그 큰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다.. 라고 생각했을런진 모르겠는데 사실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어쩌면 어제의 제 판단미스를 반성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항상 상한가에 오는 종목들을 상에 판다는 원칙으로 매매했었는데 원칙을 깨니 이런 손실을 보는구나.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자'



매도하기가 무섭게 1분봉 차트에 장대양봉이 뜨면서 -5%에서 단숨에 보합권으로 회복해버립니다.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야 했는데 제 사고회로는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어제의 제 판단이 맞았던건데, 화장실에서 무의식적으로 들었던 반성이 방금 전 매도와 어제의 판단까지 도맷금으로 '나는 뭘 해도 틀리는 놈'으로 몰아갔던 것입니다. 한쪽은 옳았고 한쪽이 틀렸던 건데 말이죠.


나는 왜 그때 잠이 깼나. 딱 10분만 더 잤어도 일어나서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으로 오늘 하루는 기운넘쳤을텐데.


왜 부시시한 채로 화장실에 가면서 굳이 핸드폰을 챙겼나. 빈 손으로 들어갔었다면 나른한 배뇨감을 즐기고 손 씻고 나와서 역시 나는 촉이 좋아 라며 흡족해했을 텐데.


후회에 가득차 무심결에 들어간 타임라인에 화이자 백신 완성 임박이라는 게시물이 또 올라와 있습니다. 이때 제일약품은 4%에서 1차 vi가 걸려있었어요. 어제의 저였다면 정말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여기에 올인을 때려박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나는 한심한 뇌동매매자야>라는 판결을 스스로에게 내려 버린 저에게 결단을 내릴 힘은 남아있지 않았고 이후 계속해서 훨훨 날아가는 제일약품을 한 서린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이토록 다른 사람이다.


내가 틀린 부분만 찾아내 '너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어'라고 혼내고 '너는 뇌동매매자야'라고 혼내지 말거라.


나는 분명 옳은 판단을 했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들렸을 상황에서도 담대했다.


내 안에 있는 야수들을 기죽이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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