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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2/25 11:35:30수정됨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요플레 뚜껑을 핥지Mao
끊기 어려운 못된 투자습관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게중에 제일 고약한 것 중 하나가 매도한 종목 쳐다보기입니다. 내가 판 뒤에 그놈이 떨어진다고 나한테 추가소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놈이 올라간다고 나한테 추가손실이 생기는 것도 아니건만, 투자자들은 자꾸만 그 차이에 집착하고 안달합니다.

내가 팔아치운 주식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은, 내가 이 주식의 뚜껑에 묻은 요거트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싹 핥아먹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뚜껑을 쪽쪽 핥았기 때문에 내 주식을 받아간 사람에겐 먹을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기를 바라는 거지요. 표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마찬가지이니, 따지고보면 은폐된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참 신기합니다. 요플레 뚜껑을 싹 핥아서 옆사람에게 넘기려는 사람들 곁에는 꼭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내가 보기에 핥고 버리기 좋아보이는 종목은 비슷한 성향의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프로핥기꾼이 모인 종목은 서로 먼저 핥고 남에게 넘기려는 아수라장이 되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반들반들한 뚜껑만 잔뜩 넘겨받고 침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핥기판만 찾아다니는 투자자들은 설령 처음 몇 번은 운이 좋아 성공적으로 뚜껑을 핥고 넘긴다해도 언젠가 반드시 남이 핥고 넘긴 뚜껑을 받게 되고, 이런 것들을 손절할 수도 없으니 내 장기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남게 됩니다. 이걸 반복하다보면 딱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내 포트는 남이 빨고 버린 '깨끗한' 요플레 뚜껑만 낙엽처럼 쌓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투자자는 지난 수십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양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분이 말하길 성공적인 투자를 하는 데 이타심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분이 종목을 팔 때는 그것이 앞으로 떨어져서 망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팔지 않습니다. 애초에 모두 추리고 추려서 투자한 훌륭한 기업들이고 앞으로도 핥을 것이 많지만, 당신이 당장 돈을 쓸 곳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 뿐이지요. 그래서 이분은 매도주문을 내면서 매수자에게 성투를 빌어줍니다. 아직 핥을 것이 한참 남아있으니 맛있게 드십시오. 나는 사정상 먼저 갑니다.

내가 지금 팔면서도 매수인의 성공을 빌어줄 수 있는 종목들만 고르고, 아직 핥을 게 많이 남아 조금 아쉬운 타이밍에 매도할 수 있으면 보통 성투합니다. 포트에 빈껍데기가 쌓이는 일도 많지 않을겁니다. 여러분도 포트폴리오에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이 있거든 혹시 내가 지금 빠삐코 꼬다리와 요플레 뚜껑을 너무 풀포텐까지 빨아먹으려고 벼르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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