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이야말로 네이버 카페에서 서학개미 운동을 하던 김마님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첫째 번에 구백슬라 전, 둘째 번에 구백오십슬라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마님은 장대양봉이 한 개 두 개 찰깍하고 차트창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만 칠천 불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는 서방에게 스벅 깊콘이라도 사다줄 ...더 보기
이날이야말로 네이버 카페에서 서학개미 운동을 하던 김마님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첫째 번에 구백슬라 전, 둘째 번에 구백오십슬라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마님은 장대양봉이 한 개 두 개 찰깍하고 차트창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만 칠천 불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는 서방에게 스벅 깊콘이라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서방은 주식병으로 쿨룩거리기를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반듯이 누워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고 차트만 보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마님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우량주 한 되를 사다 주었더니 김마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놈이 천방지축으로 팔아치웠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종목을 그 오라질 놈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붉어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급매하더니만 그날 저녁에 전고점을 갱신한 때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마님은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놈,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김마님은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마님은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천슬라를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