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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23/09/11 22:56:04 수정됨
1. 종목과 결혼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말이어서 주식쟁이라면 모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격언노릇을 하는 이유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내일도 모레도 우리쟈기 우리오빠 하면서 결혼식장에 손잡고 들어가는 투자자-종목 커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2. 왜때문에...?
종목과 결혼하거나 혹은 결혼 직전까지 가본 사람들은 압니다. 물타다 결혼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 격언이 저격하고 있는 결혼 케이스들은 불타다 결혼하신 분들입니다.
3. 첫사랑의 뜨거운 추억
사랑의 기억은 전성기 때의 그 뜨거운 온도에 비례합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일 수록 그 여파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지요. 종목과의 사랑도 비슷합니다. 주식시장에 셀저씨(셀트리온 아저씨)가 이토록 많은 이유는 그분들이 대개 몰빵+약간의 존버+오르가즈믹 떡상 콤보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강렬한 추억 하나가 그분들을 유부남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지요.
4. 이혼은?
주식유부남들도 사람인데 주가가 몇년씩 빌빌거리거나 계단식 우하향하고 안좋은 뉴스 계속 나오고 그러면 빡쳐서 집어던지지 않을까요?
정답: 네니오.
....네?
네니오입니다.
네-->그렇게 빡쳐서 종목과 이혼할 만한 의리 없는 무정충들은 몇년씩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진작에 이혼서류에 도장꽝 했습니다.
아니오-->몇년씩 버틴 사람들은 이혼 못합니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료가 좋더라.
5. 가불기
이혼가능성 제로. 완전한 주식유부남은 마음속에 삼천원과 가불기 하나 쯤은 품고 삽니다. 종목과의 사랑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혼하지 않을 수 있는 절대적인 논리가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 절대적인 논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상승: 역시 우리 종목이야. 믿고 있었다구. (코쓱)
하락: 공매도 x새끼들 때문에 우리 착한 종목이가...(왈칵)
6. 결혼을 피하고 싶었어
셀저씨가 되는 건 아무래도 좀 무섭네요. 결혼 넘나 무서운 것. 그렇다면 종목과의 결혼을 피하는 데에도 실천적 지침들이 있을까요? 있고말고요.
7. 숏때릴 용기
투자는 돈만 벌면 그만입니다. 어떤 종목을 놓고 내 손으로 이 종목 숏을 칠 수 있을까 자문해 봅시다. 미래에 어떤어떤 나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모두가 불안해하던 어떠어떠한 악재가 현실화된다면, 우발적으로 이런 악재가 터진다면, 혹은 내가 중시하는 이러이러한 지표가 아래로 꺾인다면, 그 순간 나는 냉정하게 얘에게 숏때릴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밸류보다 가격이 올라가면 숏을, 내려가면 롱을 때리는 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특정 종목에 대하여 숏때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는 당신의 마음이 현재 비합리적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8. 일부다처제(일처다부제)
셀트리온아저씨, OCI아저씨 테슬람 등등이 자기 주식을 팔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거 밖에 모른다'입니다. 사놓고 물려서 공부했든 아니면 사놓고 떡상해서 열렬히 공부했든 아무튼 긴 시간 동안 외도 없이 이 종목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기 때문에 '얘를 팔면 다른 걸 뭐 사나' 하는 막막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안 팜. 내 종목이 좀 애매해 보이는 그 의심스런 순간에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안 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소한... 배우자 외에 애인 하나 쯤은 있어야합니다. 대충 에코프로랑 결혼 비슷한 걸 한 상황에서도 에코 몰래 반도체주식이나 바이오주식이랑 종종 만나야 합니다. 그게 뭐가 되었든 아무튼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애정의 경쟁상대가 있어야만 내 주력종목에 대한 절대적 관점에서 벗어나 일종의 상대평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가 되어야 매도할 용기도 생기고 숏때릴 용기도 생기는 거지요. 이 모든 게 다 애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결론: 에... 그러니까... 애인이 중요하다 뭐 그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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